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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령에서 불발령까지 능선 40리 (프롤로그)

onbike2007.05.17 11:46조회 수 492추천 수 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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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삼십분...온씨는 알람소리를 온 몸으로 들으면서 잠자리에서 튕겨나왔다. 겨우 세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일어난 터라 자꾸만 이불위로 엎어지려는 몸뚱아리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는 온씨. 그러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베란다 문을 열고 전날 챙겨두었던 장비가방과 자전거를 끌어내는 동안 온씨의 몸뚱이는 일년 남짓 만에 처음 떠나는 개척질의 흥분에 압도되어 신기할 정도로 빨리 제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었다.

온씨가 집을 나선 것은 새벽 네시 오분...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심을 묘한 흥분 속에 가로질러 온씨는 어느덧 영동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두시간이 채 못되어 정병호님과 만나기로 한 횡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섯 시를 갓 넘긴 이른 아침 횡성 휴게소는 약간 황량하기까지 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염려했던 비는커녕 햇빛이 내려쬘 기세다. 전날 비올거라며 약을 올린 바모씨와 토모씨에게 그 신새벽에 당장 전화를 걸어 이 비보를 알려주고 싶음 마음을 온씨는 겨우 겨우 억누른다. 차 속에서 늦봄의 따스한 아침 양기를 온몸에 받다보니 졸음이 쏟아졌다. 한시간을 달게 잤다. 이로써 온씨의 몸은 완벽하게 모든 피로를 씻고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일곱시가 넘어서자 정병호님이 새 애마를 타고 휴게소에 나타난다. 반갑다. 온씨는 정병호님이 새 자전거를 타고있는 것을 그날 처음 보았다. 산악자전거꾼들에겐 너나 없이 정도는 다르지만 자전거라는 기계를 구성하는 쇳덩어리들의 품질과 외관, 제조사의 명성 등등에 대한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이 별만 보고 사는 노청년은 도무지 그런데 관심이 없어 보다 못한 주변 자전거꾼들이 하나씩 부품과 프레임을 갹출(?)하여 번듯한(!) 자전거를 한 대 조립해 주었던 것인데, 온씨는 정병호님이 그 애틋한 사연의 자전거를 가지고 나온 것을 그날 처음 본 것이다. 그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있는 온씨는 럭셔리 뉴 머신 옆에서 어색하게 웃고있는 그가 한없이 해맑아 보였다. 그리고 다운힐 자전거에만 집착하느라 정작 그의 새 자전거에 부품 하나 보태지 못했던 자신이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여간, 정병호님의 새 자전거는 전혀 그의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가볍고, 럭셔리하고, 쭉쭉 잘 나갔고, 그의 스타일과 너무 잘 어울리게 청소상태는 심히 불량스러웠다.

“밥뭅시다.”

두 사람은 조미료 성분이 재료의 반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순두부백반과 황태해장국을 잽싸게 먹어치운 다음 서둘러 산행 출발점인 운두령을 향해 차를 몰았다. 산불감시원이 출근하기 전에 장비를 꾸려 능선에 들어서야만 한다. 5월1일부로 국립공원 입산금지가 해제되었다고는 하나, 혹시 모르지 않는가..... 그러나 이 기우는 곧 현실이 되어 두 사람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30여분을 길 없는 협곡으로 우회하는 고통을 두 사람에게 안겨주게 된다.

투비 콘디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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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운두령..협곡..능선..황태... 나를 부르는 용어들이 즐비하군!!!
    온씨의 고통은 나의 행복 ^^~
  • "그의 스타일과 너무 잘 어울리게 청소상태는 심히 불량스러웠다"
    푸하하~~ 이게 나의 스타일이로구나~~
  • 아 !!! 간만에 또 언바의 노가리를 듣누나... ^^ 얼마나 현란할지....
    그너므... 끊어 먹는것도 여전하고... ㅎㅎ
  • 개봉박두~~ ㅎㅎ
  • 글이 예술이네요~~ ^^
  • ㅎㅎㅎ ER에 필적할 후기가 하나 나올듯 하빈다
  • 두둥!!! 끊지 말고 언능 쩜 쓰세요. 하여간 이래저래 염장질이군요.....
    그나마 손가락이 아야 한다니 위안이 쩜 되는군요. ==33==33
  • muj
    2007.5.18 13: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정병호님이 그랬었나요??..그런것 같기도하고..ㅎㅎ

    온바님 후기 잘봤습니다..
    이번주에 무주 내려가시지요..
    무주만 아니였으면 대관령이나 같이 가자고 청했을텐데...
    다음 기회를 보겠습니다.

    무주대회.. 잘~ 다녀오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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