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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대하여

Biking2007.10.09 17:38조회 수 4444추천 수 1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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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골목에서
너를 만날지 모르고
만나도 내 눈길을 너는 피할 테지만
그날,
기울던 햇살,
감긴 눈,
긴 속눈썹,
벌어진 입술,
캄캄하게 낙엽 구르는 소리,
나는 듣는다

- 이성복의  '연애에 대하여' -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중에서..

가을입니다.
또 다시 우리 생에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감사해야 겠지요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을..
아니 살아 있음을 말이지요

석양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청명한 하늘,
투명한 바람,
나뭇잎이 곱게 물들고,
강가에 갈대가 피어나고,
들국화꽃은 벌들을 끌어 모으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요?
연애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만산홍엽, 들국화 속에서 말이지요

날씨가 하도 좋아서 자전거와 함께 바람을 타고
청계사에 올라 갔습니다.
산사 가는 길은 풍요롭고 가을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산사는 평일이라 한가합니다.
법당 앞 샘의 물맛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이먹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있자니
이마에 맺힌 땀밤울을 바람이 식히고 지나갑니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한조각 마음을 비우고
잣나무숲 계곡으로 내려가 암반위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계곡물위에 부서지는 투명한 가을 했살의 물비늘에 눈이 부셔옵니다.
투명한 계곡물 속에 돌고기도 몸속까지 투명합니다.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
물속의 돌고기는 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겠지요

내려 오는 길에 계곡가에 밤나무 아래에서 땅에 떨어진 알밤을 주웠습니다.
샛노랗게 익은 감나무 아래에서 홍시감도 따먹었지요
얼마나 담콤하던지 더 따먹고 싶지었지만..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떨은 감이 다시 홍시가 될 때 까지 말이지요..ㅎ

때가 되면 피는 가을 꽃처럼..
때가 되면 익는 과일처럼..
그 때를 기다려야겠지요

우리가 살아있음에..
모든 자연에..
신께..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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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댓글 3
  • 그 축축하던 날들이 언제였었냐는 듯... 하늘색이 회색인줄 알았더니 원래 파란색이더라구요.
    ㅋㅋ
  •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자전거를 못타시니 더더욱이 멜랑꼴리해지는 계절인것 같습니다..^^
  • 음유시인의 가을정서가 벌써 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이킹님의 멋진 글들이 앞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것입니다. 저는 그에 대비하야
    각종 음란 퇴폐물들로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시킬 준비를 갖출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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