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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치 - 초치

정병호2007.10.22 23:01조회 수 613추천 수 1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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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21
싸리치 - 매봉 - 초치 - 황둔

왕창, 두카티, 나
날씨 : 구름 조금, 아침엔 무지 추웠지만 오전부터 풀려서 따뜻해짐.

방장 되고 첫 번개라서 적당히 널널할 것 같은 산으로 골랐지만, 그래도 묻지마인데... 흐흐흐...

07:10  아침먹고 출발

08:50  신림 터널 앞 과적 검문소 도착, 왕창님이랑 두카티님 접선.

09:05  바로 싸리치로 올라 지도 한번 째려보고 출발.
싸리치는 신림터널이 뚫리기 전, 원주와 영월을 잇던 길이 넘는 고개였고 지금도 비포장길이 남아 있다.
지도상 고도는 520m.

11:00  헬기장 좌측 갈림길 도착.
여기서 좌회전하면 작년에 레인님이랑 갔던 대치 방향이다.
      
싸리치 이후 30분 정도는 타다 끌다를 반복하는데 오른손잡이는 왼쪽 사면에서 약하다 보니 왕창님이 대차게 한번 굴러서 묻지마의 서장을 장식한다.
나도 좀 있다 왼쪽 사면에서 한번 비틀, 근데 레인님은 작년에 비틀거리지도 않고 다 타고 갔었다...

30분 쯤 타고 나면 해발 800 정도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후 탈 곳은 없다.
왕창님의 묻지마 필수품 막걸리가 나오고~

한시간 쯤 지나 무덤 2기가 연속해서 나오고, 밀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들을 지나며 고도를 점차 높이다 보면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부터 헬기장 지나 매봉까지는 2/3 쯤 타고 간다.
여기서 보면 헬기장과 매봉 모두 유리컵을 뒤짚어 놓은 것처럼 우뚝 솟아 있는데... 문제는 이게 초치까지 계속 나타나는 특징이란 거다.
여기까진 왼쪽에서 계속 바람이 불어 멈추면 바로 추워진다.
      
11:20  헬기장.
치악산쪽으로 전망이 터지는데, 치악 주능을 넘으면서 구름이 생겨 비로봉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예상보나 30분 빨리와서 매봉 올라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갈림길 이후 능선이 꺽이니 그리 쎄던 바람이 갑자기 사라진다.

11:30  매봉
작년엔 나무 막대 하나 서있던 곳에 돌비석이 생겼다.
누가 갖고 왔는지 힘 좀 썼겠다.
바람도 안불로 햇살은 따사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가을을 즐겨본다.
      
이거 묻지마가 너무 널널한걸~
12:10 출발

12:35  978 봉. 첫번째 공터 정상
적당한 경사의 내리막을 즐겁게 타고 내려오니 잘 닦인 봉우리 하나가 나온다.
돌아보니 벌써 매봉이 까마득하다.

13:00  980 봉, 두번째 공터 정상.
978 과 980 사이엔 희미한 샛길이 하나 있다.

원래 예정은 980봉에서 876.3 봉을 지나 하산하는 거였다.
하산길은 980 지나면 바로 오른쪽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남으니 망설이지 않고 "직진~~!!" 을 외친다.

980 봉까지는 철쭉이 많지만, 다 키가 크고 길도 충분히 넓은데다 흙길이어서 자전거 타는데 전혀 걸리적거리지 않고 아주 즐겁게 내려왔다.
시간도 한시간, 그럼 초치까지 가더라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15:35  초치
980 봉을 지나자 마자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철쭉들이 마구 잡아끌거나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거기다 어디서 나왔는지 능선은 점점 돌이 많이지고... 나중엔 바위로 변하고 능선은 아예 날등으로 변한다... 불길한걸..

진짜 문제는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이 몽땅 컵 뒤짚은 것처럼 그야말로 우뚝 섰다는거.
그래봤자 고도차 100m 정도지만, 온통 철쪽이 잡아끄는 돌탱이길을 밀고 올라가는거 상당히 피곤하다...

922 봉을 겨우 넘어 900 으로 가다보니 본격적인 암릉이 나오고 점점 우리는 쌩쇼를 하면서 간다...
그래도 초치엔 임도가 넘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앞에 임도가 보이는지를 계속 살피는데 아직은 흔적도 없다!
그리고 앞에 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제발 저게 마지막이길 바란다...

분명히 자전거 타러 왔는데 왜 다리가 아파지 않고 팔이 이렇게 아프냐...

우뚝! 솟은 870 봉을 오르니 쩌~기 임도가 보인다.
아, 어쨌든 초치가 가깝구나, 이젠 초치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고 생각했는데 이게 마지막까지 우리를 괴롭힌다.
올라올때 우뚝 솟았으니 내려갈때도 마찬가지, 겨우겨우 끌고 내려와 작은 봉우리 3개를 넘으니 임도가 아래 있는건지 앞에 우뚝솟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건지 헷갈린다.
잠시 살펴보다가 아래쪽 고개가 초치가 아니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치고 내려가 임도를 만나기로 한다.
밀고 끌고 하기도 지친거다.

제발 저 밑이 초치이길 바라고 내려가는데... 고맙게도 초치다~~
아이고 팔이야...
갈때 이 지도를 갖고 갔어야 하는데, 다른 지도를 갖고 가서 봉우리 하나하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위치 파악에 애를 좀 먹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이쪽 능선들에서 지도에 신경 안써서 계속 고생이다.

15:55  하산.
꼭 재작년 왕창님이랑 간 청태 - 대미 분위기다.
처음에 좀 풀리는 듯 하다가 점점 꼬이더니 막판엔 암릉, 돌탱이... 임도 하산까지.
그래도 능선은 늘여야 맛이다~~~ 쿨럭...

황둔에 들려 음료수 하나씩 마시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다음엔 좀 널널한 곳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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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대장님의 맛깔스런 글솜씨 땜시 3인의 전사가 벌인 고행의(?) 현장 분위기가 개구장이들의 한바탕 놀이판과도 같이 느껴져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ㅋㅎ~

    같이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큭!
  • 정병호글쓴이
    2007.10.23 09:55 댓글추천 0비추천 0
    앞으로도 제가 "직진~~" 하면 일단 경계를 해주세요.
    ㅋㅋ
  • 음 기억을 더듬어보니.... 태기산 너머 흥정계곡 끄트머리서 헤멜때도 "직진"싸인이 난 후였던 거 같슘다.....

    앞으로 정병호 방장님의 아호는 "직진"되겠심다.

    직진 정병호 선생...ㅋㅋㅋ

  • 정병호글쓴이
    2007.10.23 1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아요.
    왕창님이랑 청태 - 대미 - 덕수 - 장미 갔을때도 덕수 지나 하산하자는걸 무조건 종주 직진~~ 하는 바람에 막판까지 암릉에서 고생했다죠...
    흐흐흐... ^^*
  • 아마도 직진은 예정된 시나리오 가터 ... 미리 지도 보구 갈까말까 하다가 현장에서는 걍 지르는 ... 나두 가고 싶었는데 주말에 약속잡기 쉽지 않구먼유(못가길 잘 혔지머 ㅋ)
  • 정병호글쓴이
    2007.10.24 20: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슬바님은 너무 예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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