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지에 눈꽃이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주천강 트레킹.. 눈썰매 타고 신나했던..
천문인 마을에서 1박2일 꿈속같은 시간이 지나고..
또 주말에 어디로 갈까나..
이 산도 아니고 저산도 아니구나..
내 머물 곳이 어디매뇨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