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은 제 방 베란다에서 보이는 산으로 정상 헬기장이 움푹 들어가 금방 구별이 갑니다. 2004년 가을에도 한번 갔었는데, 요즘 날씨가 맑아 저기서 이쪽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어제 또 갔다 왔습니다.
가기전에 2004년 기록을 보고 갔어야 하는데, 그냥 뭐 좀 메고 가다보니 정상이었다는 어렴풋한 기억을 믿고 그냥 출발했습니다.
입구에 산불 아저씨가 있었지만, 나도 맨날 지나쳤던 곳이라 샛길을 알고 있어서 가볍게 제끼고 등산로로 진입.
그전에 40분에 능선에 도착했고, 계곡은 끌다가 마지막 구간만 메고 갔다는 기억이 있는데...젠장 40분은 맞았는데 1시간 40분이었습니다.
이롤뚜가...
거기다 그동안 잡목이 더 늘어 도저히 끌고 갈 형편이 안돼서 별거 아닌 완경사 길도 몽땅 메는 바람에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 가기 전에 이미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겨우 1 시간만에 반쯤 뻗은 상태에서 반쯤 암릉인 급경사를 메고 올라가니 나중엔 다리가 저리더군요.
겨우겨우 능선에 도착, 정상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20분을 더 올라가서 2시간만에 정상 헬기장에 섰습니다.
근데... 금욜엔 그리 가시거리가 잘 나오더니 아침부터 좀 뿌옇다 싶던 하늘은 울 동네가 햇빛을 받는 쪽인데도 찌부덩.
아 증말 욕 나오네.
그래도 내려갈때 기억은 가끔 나오는 오르막 외엔 다 탔었다... 였는데 아마 기억 상실증인가 봅니다.
계속 나타나는 반암릉과 반너덜에 반도 못탔습니다.
내려올때라도 괜찮으면 올라갈때 힘든거 잊어 먹었을텐데!!
정말 그냥 넘어가질 않습니다.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하나 있나 봅니다.
겨우 겨우 뒷바퀴를 끌며 하산지점 고개에 도착해 동네로 내려오니 하산만 1시간을 넘깁니다.
오늘의 결론
1. 기억력을 과신하지 말자. 때론 기억 상실증이나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2. 겨우내 몸만들기 한다고 뛰었던거, 메고 올라가는데는 아무 소용 없다. 메고 올라가는 건 자주 해야 다리가 익숙해진다.
윗사진은 베란다에서 바라본 구룡산.
두번째는 구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울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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