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앞두고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쳤다.
비몽사몽으로 새벽 다섯시에 깨어나 배냥을 꾸린다.
산행 전날 미리 배냥을 꾸려 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어야 하는데..
매번 허겁지겁 냉장고를 뒤저야 하는가.ㅋㅎ.
배냥을 꾸리고 있자니 청계산 능선에서 떠오르는 해가 눈부시다.
아마도 오늘 산행이 더울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 1번 출구로 나가니 만원 버스로 분빈다.
우리를 소백산까지 인도할 "비전21" 차에 올라 자석에 앉아 있자니 출발한다.
전날 한낮에 무리한 라이딩으로 피로했던지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차는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초록 물결의 능선들..
어느덧 계절은 여름의 문턱을 넘어섰다.
어의곡 매표소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등산객들로 분비고 있다.
10시15분에 어곡리 매표소를 출발했다.
등산로 초입 묶은 밭에 토종닭과 거위 두마리가 자유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방목하는 닭이라니...그래서 토종닭인가?
좁은 등산로를 일렬로 오르고 있자니 찔레꽃 향기가 꼬를 찌른다.
이끼 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
숲속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새소리가 발걸움을 한결 가볍게 한다.
땀을 흘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던가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오르고 있자니
함박꽃(산목련)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인양 수줍은 미소로 반겨준다.
함빡꽃 사진을 찍고 잠시 은은한 향기에 취해 본다.
죽계구곡 냇물소리 들을수록 청아한데
깊은 여름 초록 숲 속에
산목련 하얗게 피어 있어라
깨끗하고 청순한 새하얀 꽃송이
산골처녀 미소같이 곱기만 하여라
백산의 맑은 바람 산새소리 낭랑한데
찬란한 푸른 숲 속에
보랏빛 저 꽃술 신비하여라
낮은 곳을 향하는 새하얀 꽃송이
산골사람 인심같이 곱기만 하여라
소백산의 산목련 - 김 현 희 -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은 받아 마시고 물통에 물을 채웠다.
올라 갈수록 계곡은 가파른가 싶더니 어느덧 계곡물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두어시간을 올라 왔을까 꿀맛이라며 유혹하는 아이스캐끼를 팔고 있다.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잠시 쉬어 간다.
아이스캐끼를 하나씩 물고 있는 산님들은 어린 아이들처럼 마냥 행복해 보인다.
산님들의 행열이 끊이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
우리 네이버팀은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들다.
벌써 앞서간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빨리 올라온 걸까?
계곡을 벗어나 능선으로 이어지는 떡깔나무, 굴참나무 숲 그늘이 시원하다.
그늘에서 쉬며 네이버팀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숲속에 들어가 하트모양의 곰 발바닥 몇잎을 뜯었다.
짝 찾는 개똥지바귀 소리 계곡에 울려 퍼진다.
산철쭉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고산.. 한겨울 혹독한 추이를 이겨낸 나무가 한결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했던가
짙어가는 녹음을 배경으로 연분홍 철쭉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사나이..
한켠에 몰래 숨어서 정성스럽게 화장을한 여인내처럼 어쩜 그리 곱기도 하여라
만송이의 꽃을 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
지금 옆에 있는 꽃이 진정한 꽃이 아니던가
그 순간 행복했으면 됐지..ㅎ
한 그루의 철쭉꽃 옆에 앉아 떡과 과일로 점심을 먹었다.
입으로 먹어야 만이 배가 부르던가..ㅎ
이미 마음은 산해진미,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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