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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 Pl-41 턴테이블

ducati812008.06.23 08:12조회 수 5134추천 수 20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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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맛 나는 사용기라 퍼왔습니다..^^


황학동 나들이

칠일 만에 돌아오는 일요일이 아주 반갑다. 토요일까지 일을 하는 처지라 근무가 없는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일요일이 되면 아이들 학습목적으로 가야할 곳이 있고 많진 않지만 장손으로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야 해서 정말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쉽지 않다. 예전 같으면 청계천이나 용산을 내맘대로 드나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나들이도 쉽지가 않다. 그런대 언제부터인가 휴일에 용산을 가도 수입오디오 매장이 모여있는 전자랜드는 들러 보지도 않고 건너편 원효로 상가에 있는 텐프로사운드, 오디오복스, 아나로그사운드에 들른다. 요즘 생산되는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서이기도 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오디오 가격에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커진 탓이기도 하다.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어쩔수 없는 것인지, 드물게 마땅히 할일이 없는 휴일엔 용산 대신 황학동에 가곤 한다. 청계천 구경도 하고 지금은 정비가 되었지만 을씨년스렇게 낡은 건물에 있는 골동품 가게, 오디오 가게를 둘러보고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잡동사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6년 전만 해도 헐값에 엘피나 쓸만한 고물 오디오를 살 기회가 많았는대 지금은 인터냇이나 오디오가게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재 작년 햇볕이 뜨거운 어느 여름 휴일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황학동에 놀러 갔다. 딱히 살것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구경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파라솔과 비닐로 만든 포장마차에서 파는 잔치국수를 사먹곤 한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딸내미가 각별히 먹싶어하는 별미다.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고는 눈도장 겸으로 아는 수리점에 들러서 박카스 한병 얻어 먹고 청계천변 안쪽의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다. 저쪽에서 야자수가 원색으로 그려진 시원해보이는 남방에 검은색 레이벤을 낀 60줄의 아저씨가 무언가를 힘들고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가까와져 살펴보니 턴테이블위에 엘피가 10여장 얹어진 것이었다. 오디오 가게 앞에 내려놓고는 주인과 가격을 흥정한다. 주인은 5만원을 부르고 초로의 레이벤 신사는 10만원을 달라고 했다. 주인이 물러설 기미가 안보이자 난감해 하는 눈치다. 전화로 10만원에 산다는 말을 듣고 나왔는대 그 가게를 찾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가게 주인과 흥정을 하는 눈치였다. 턴테이블이나 엘피만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는지라 가까이 가서 파시러 나오셨냐고 여쭈니 그렇단다. 월남전에 참전 했다 귀국 할때 사온것인대 한동안 안듣게 되서 뒷방에 보관해왔단다. 이번에 이민을 가게 되서 부득이 팔게 되었다고 했다. 둘러싼 비닐을 풀어서 모델을 보니 PIONEER PL-41이라고 적혀 있었다. 엘피도 10장 정도 되는대 전부 해서 10만원이면 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세보다 한참 싼 것이지만 많이 들어본 모델이긴 한데 사용해본 적이 없었으니 시세도 몰랐고 입문자에게 인기가 있는 제품인지도 알지 못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바로 10만원 건내고 턴테이블과 엘피를 넘겨 받았다. 옆에 있던 딸내미는 '아빠 집에 턴테이블이 네개나  있는대 또 사는거에요?'라고 거든다. 언제부터인가 마누라 보다는 딸내미의 잔소리가 더 많고 집요 해졌다.





오버홀 하기

집안에 먼지 묻은 턴테이블을 들여 놓는 것을 마누라가 내켜하지는 않지만 이미 딸내미가 전화로 일러바친 탓에 별 문제 없이 들여올수 있었다. 턴테이블에 딸려온 엘피는 상태는 좋았지만 전부 라이센스 였고 박스판 엘피라고 생각 한 것은 신기하게도 휘어진 판을 펴는 수동식 엘피 펴는 기구였다. 검은색의 천과 유리로 된 제품으로 휘어진 엘피를 끼운채로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시켜서 휘어진 것을 바로잡는 기구였다.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를 느낄수 있는 제품이다. 턴테이블은 먼지를 떨어내니 외관의 상태는 썩 괜쟎은 상태였다. 내부를 보고 싶어서 플래터를 들어내니 고무 벨트는 삭아서 눌어붙어 있었다.  스핀들 축 베어링 상태가 궁금해서 플래터를 들어내고 축 베어링 받침을 열어 보려고 했다. 오랫동안 사용을 안해서 기구를 동원하고서야 열수 있었다. 베어링 받침 내부는 오일이 말라서 구리스보다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깨끗이 닦아내고 보니 축 베어링이 볼이 삽입되는 일반적인 타입이 아니고 축과 일체형이었다. 이렇게 제작하면 구조는 간단해지지만 장시간 사용시 베어링 끝이 마모되면서 축 높이가 낮아진다. 축이 낮아지면 축 위에 얹어져 있는 플래터도 낮아지게 된다. 오래된 PL-41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플래터가 낮아지면서 베이스와 닿아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작자도 예상을 했는지 축베어링 받침을 분해해보면 동전 크기의 철판이 두장 보인다. 축이 닳아서 내려 앉으면 이것을 추가해서 높이를 올리도록 한 것이다. 역시 내가 구입한 PL-41도 베이스와 플래터가 미세하게 닿았다. 베이링을 받치는 철판 사이즈가 50원 짜리 동전과 비슷해서 50원을 투자해서 플래터 높이를 올렸다. 나중에 PL-41 정비를 마치고 한참 듣다가 팔게 되었는대 팔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베어링이 닿는 맨 윗 부분은 금속인 50원 동전 보다는 책받침 같은 플라스틱을 오려서 받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질은 베어링을 닳게 하지 않고 자신이 닳기 때문에 베어링의 수명을 연장 할수 있어서 더 권장할만한 방법이다.  




플래터와 축을 올리는 다른 방법도 있는대 베이스와 축 받침 사이에 마분지 등을 도우넛 모양으로 오려서 끼우고 조립하는 방법이다. 플래터 높이를 많이 올리면 베이스와 닿을 확률이 적어져서 좋으나 모터와 플래터가 벨트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플래터 높이가 너무 높아지면 벨트가 플래터에 제대로 걸리지 않고 벗겨질수 있다. 플래터가 베이스에 닿지 않게 하면서 가능한 플래터를 낮게 세팅하는 것이 좋다. 모터를 포함해서 각부분을 분해해서 닦고 기름쳐서 정비를 마쳤는대 불행히도 들어볼수가 없었다. 벨트가 삭아서 모터는 잘도는데 플래터는 슬금슬금 도는둥 마는둥 돌기 때문이었다. 벨트를 직선이 되게 접어서 길이를 재보니 44센티 정도 되었다. 시간을 내서 청계천에 나가 44센티 벨트를 사려고 보니 시중에 나와 있는 것으로 제일 긴것이 40센티라는 것이다. 그 이상은 구할수가 없다는 말에 8천원을 주고 사올 수 밖에 없었다. 40센티 짜리 벨트를 걸어서 돌려보니 플래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속도가 정확한지 보려고 스코프를 얹어서 재보니 약간 속도가 빠르게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결을 할까 고민을 하다 모터 축을 가는 사포로 갈아서 축 지름을 아주 조금만 작게 하면 될것도 같아서 시도를 해볼까 했다. 그러나 오리지날을 손상 시키면 아무래도 후회를 할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래도 속도가 아주 약간 빠른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정확한 속도를 찾아서

PL-41 모터는 교류 싱크로너스(히스테리시스) 모터로 전원 주파수에 동기되어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플래터를 들어내면 50Hz와 60Hz를 선택하는 토글 스위치가 보이는대 60Hz에 위치시키고 사용하면 된다. 전압도 110와 220V를 스위치 절환으로 간단히 바꿀수 있다. 알루미늄 주물의 베이스에 여분의 모터 풀리가 있는대 이것은 50Hz 전원에 사용하면 된다. 다양한 전압과 주파수에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PL-41이 가지는 장점중 하나이다. 이런 다양한 전원 환경에 적응이 가능하게 제작한 이유는 일본이 수출을 전제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모터 주위에 작은 구멍에 OIL이라고 음각된 표시가 있는대 이곳이 모터 축의 하부에 기름이 흘러들어 가게 되어 있다. 이곳에 주유하면 모터 하부 축 베어링에 기름이 적셔지게 된다.  모터 주위로 잘 살펴보면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일자 볼트 머리 세개가 보인다. 이것이 운반시 모터를 베이스에 단단하게 고정해주는 장치다.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인대 모터의 진동이 베이스에 전달되지 않도록 스프링을 통해서 완충하도록 한 것이다. 사용시에는 이것을 풀어서 모터가 베이스와 스프링에 의해서 완충이 되도록 해야한다. 가끔 이것을 모르고 나사를 돌려 위로 올려서 조인 상태로 레코드를 얹고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는대 모터의 진동이 흘러 들어와서 음이 탁해진다. 우연히 아는 지인이 PL-41을 쓰고 있어서 살펴보니 이 나사를 조인채로 사용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것을 드라이버로 풀어서 소리를 들려주니 소리가 훨씬 좋아졌다. 지인의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번진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지인의 멀쩡한 PL-41벨트를 풀어서 길이를 재보니 접힌 상태서 44센티가 나왔다. 물론 속도 역시 약간 빠르지 않고 정확했다. 역시 오리지날은 접은 길이 44센티가 맞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PL-41을 팔고 난 후 미련이 남았던지 소리전자 장터에서 상태가 안좋은 것을 다시 구입 했다. 역시 예상대로 벨트가 삭아서 쓸수 가 없었다. 44센티 벨트가 서울 남전자(www.phono-audio.com)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서 구입해서 장착을 하니 속도가 정확히 나왔다. 인터냇 사이트로는 www.turntablebasics.com에서 구입이 가능 하다. PL-41의 톤암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톤암인대 안티스케이팅을 조절 할수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나중에 나온 PL-50이라는 모델은 안티스케이팅 조절 기능과 레코드 연주가 끝나면 톤암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오토 리턴 기능이 추가되었다. PL-41의 톤암에 달려 있는 오리지날 헤드셀은 오버행 조정을 간단히 할수 설계되어 있다. 헤드셀 위에 있는 조그만 나사만 손으로 풀면 카트리지를 평행하게 앞뒤로 움직일수 있어서 오버행 조정시 아주 편리하다. 헤드셀은 일반적인 유니버설 타입으로 다른 회사의 제품과 호환이 된다. 다만 오리지날 헤드셀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일반적인 헤드셀을 사용하는대는 약간의 문제가 따른다. 일반 헤드셀에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적정 침압을 주려하면 톤암 뒤에 있는 무게추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도 수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헤드셀 위에 동전을 추가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고서야 톤암의 수평을 잡고 적정 침압을 줄수 있다.




소리는 어떨까 ?



PL-41이 들려주는 소리는 가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입문용 턴테이블이 중역이나 고역은 그런대로 재생을 하지만 저역은 메마르거나 빈약한 경우가 많다. 20만원대의 입문용 턴테이블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저역을 재생해준다. 2.2kg에 달하는 무거운 플래터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물론 단정하고 깊이가 깊은 저역은 아니지만 일단 저음의 양감이 충분하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인 셈이다. 중역도 살집이 적당히 올라서 야위거나 마르지 않은 편이라 듣기에 자연스럽다. 고역의 음색은 약간 아쉬움이 있는대 따뜻하고 온기가 있어야 아날로그 음으로써 이상적인대 약간 온기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는 알루미늄 재질의 플래터 탓으로 독일제 턴테이블(PE,DUAL)에 비해서 약점으로 느껴지는 면이다.


-->소리의 느낌에 대한 표현력이 정말...^^!!!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 보았는데 째즈와 뉴에이지 음악이 PL-41의 장점을 가장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약간의 의외지만 트로트로 불리는 전통가요를 실감나게 들려 주었다. 자주 듣는 곡 중에 하나인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구성지게 들려주었다. PL-41이 월남전을 전후에 발매된 턴테이블로 참전 용사들을 통해서 국내에 들여오면서 가요를 주로 틀어주는 음악 다방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요나 경음악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클래식의 경우 피아노는 음의 핵이 다소 부푸는 성향이어서 명징하고 투명한 맛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편이었다. 바이올린을 위시한 현악기 음색은 무난 한 편이었지만 따뜻한 온기로 호소력 있고 화사하게 표현 되지는 않았다.

파이오니어 PL-41은 심각하게 클래식을 주로 듣는 사람 보다는 가볍게 가요나 올드팝, 경음악 등을 주로 듣고자하는 목적에 어울리는 턴테이블이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면서도 규격에 맞는 벨트만 사용해주면 정확하게 속도가 나오고 벨트등 소모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고장 날것이 거의 없다. 특히 듬직한 크기의 모터는 거의 대부분 독일제 히스테리시스 싱크로너스 모터로 진동이 적고 튼튼해서 기름만 제 때 보충해주면 영구적으로 고장없이 사용 할수가 있다.
      
아날로그를 하는 목적이 클래식을 주로 듣거나 세팅과 조정을 심각하게 따지고 고민하기 위해서라면 PL-41은 어울리는 턴테이블이 아니다. 마음 편하게 옜날 가요나 경음악 같은 것을 아날로그의 분위기로 즐기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적당한 턴테이블이다. 외관도 나무결 무늬가 고풍 스럽고 지게 작대기 받치는 것처럼 더스트 카버를 받치는 구조도 상당히 아날로그 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음의 부담없이 음악도 예전에 편하게 듣던 가요나 올드팝 같은 음악을 들을려는 입문자에게는 안성마춤의 턴테이블이다.



추가사항
* PL-50은 기본적으로 PL-41과 같은 구조에 톤암에 안티스케티이팅 기능과 오토리턴 기능이 추가된 모델이다. PL-50L은 다이렉트 턴테이블로 전혀 다른 턴테이블이다.

*PL-41 플래터 분해하는 방법은 플래터 위에 있는 매트가 두개인대 중심부에 있는 매트를 들어내면 네개의 구멍이 보인다. 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플래터를 들어올리면 빠진다. 오랫동안 묵혀서 꽉 끼여진 경우는 플래터가 잘 안빠진다. 이때는 네개의 구멍에 손가락을 단단히 끼우고 고무 망치고 플랱 축을 톡톡 치면 축과 플래터가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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