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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정병호2008.07.14 12:31조회 수 963추천 수 19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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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영월 주천면에서 버스 내리고, 25km 쯤 달리면 됩니다.
23km 는 도로, 마지막 2km 가 폐산판길이구요.
천천히 달리다가 저녁 먹고 마지막 산판길 진입.
가끔 버스타러 걸어서 넘나 들던 것이기도 하고 자전거로도 매년 10번 정도는 넘는 곳입니다.
이길 올라올때는 항상 라이트 안켜고 올라옵니다.
원래 야간산행 할때도 불 안켜고 다니거든요.

근데 몸이 안좋으니까 거리감이 없더군요.
중간에 다리가 있는데 다 왔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보니 한참 남고, 또 다리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남고.
안좋긴 안좋구나 하면서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번지는 달빛을 보며 거의 다 올라와 5분쯤 남았는데 뭔가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몽롱한 상태라 별 생각없이 좀 가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듭니다.
발굽소리다...
20m 전방 풀숲입니다.
아, 정말 온몸의 피가 몽땅 머리로 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발굽소리는 고라니의 날렵함이 아니라 멧돼지의 둔탁함이었거든요.
멧돼지가 사람한테 먼저 달려들진 않지만 지금은 밤이고, 이 거리까지 서로 모르고 있었다면 저를 보는 순간 어찌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고 온몸에 냉기가 쫙 흐릅니다.
일단 조용히 기다리는데 둔탁한 발자국 소리는 계속 원을 그리며 도는 듯 합니다.
1분쯤 기다려도 거리가 벌어지질 않길래 일단 반대쪽으로 불빛을 비춰서 사람이 있는걸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조용히 자전거를 내려놓고 가방을 엽니다.
처음부터 불을 켜고 올라왔으면 그놈이 먼저 보고 도망갔을텐데, 불도 안켜고 힘이 없어 조용조용 천천히 올라오다 보니, 내 참.
조심조심 가방을 여는데 앞에서 꽥~ 소리가 들입니다.
아이 씨, 띠불!!!!
고라니였잖아!!!
너 죽을래~~~
갑자기 힘이 나서 야기 고라니 색히들아~~~ 를 외치며 산을 넘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ㅋㅋㅋ
아마 고라니 두마리가 연애질을 하는 중이었거나 숫놈끼리 쟁탈전 하는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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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정병호님만 경험할 수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길 (호러편)'

    푹 쉬세요~~
  • 아이~ 고라니..ㅋㅋㅎ
    병호님~~ 10년감수했지요..? ㅋㅋㅎ
  • 쭝국집 오토바이에 놀라는 봤어도 고라니, 멧돼지에 놀라시다니...
    같은나라, 같은시대에 살고 계신 것 맞나요^^
  • 필시 두넘은 연애질 중이었을 겁니다, 한넘이 위에 올라가 있으니까 발굽소리가 둔탁했던 거시죠!
    이렇게 생각하시믄 더 열받으시죠??? ㅋㅋㅋ =3=3=3=33333
  • 음... 온바가 그날 발정기의 극치인 날이라 영월로 도 닦으러 갔다던데...
    이젠 인간이 싫어 졌나 봅니다...^^
    발자국 잘좀 살펴보시어요... 필시 오다리의 흔적이... 킁!!!

    랠리 무사귀환 모든분들 감축 드립니다...^^
  • 정병호님 반가웠습니다.
    컨디션 빨리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 정병호글쓴이
    2008.7.14 22: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 중국집 오토바이도 오지 않는 동네, 내일 아침 산책으로 오다리 자국이나 찾으러 가야겠다!

    산타페님, 설마 내년에도? ^^*
  • ㅠ.ㅠ 저는 얼마전 280랠리 천둥산 임도에서 마티즈만한 멧돼지 두마리가 길을 막고 버티는 바람에..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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