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방태산 곰취원정대 후기 5 : 어두우니계곡의 오감도

onbike2008.12.10 20:13조회 수 809추천 수 8댓글 3

    • 글자 크기


만찬이 끝났다. 시간은 이미 두시를 넘어 줄달음치고 있었다. 일행은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만찬장이었던 삼거리에서 방태산 정상 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이내 시작되는 오른편 완만한 내리막길을 유쾌하게 달려나갔다.

그러나 선봉에 서서 일행을 이끌어야 했을 정병호님이 왠지 제일 뒤쳐져 마치 차마 못 헤어질 애인을 뒤에 남겨뒀기라도 한 것처럼 반대 방향의 능선길을 연신 뒤돌아보았다.

온씨는 평소 정병호님의 좌편향을 넉넉히 이해하고 있던 터라 왼쪽 길에 대한 그런 정병호님의 미련이 그다지 의아스럽지 않았으나, 멀지 않아 온씨는 그 미련의 참 의도를 알게되고 정병호님이 그따위 미련 자체를 한때 품은 적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병호님이 왜 만찬장 왼편 능선에 그토록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날의 방태산 탐험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일행들에게 알려지게 되니, 궁금하신 독자들께서는 이 탐험기가 끝날 즈음을 기다려 주시압.

하여간 온씨는 자꾸만 뒤로 눈길을 주는 정병호님을 매몰차게 낚아채듯 길을 재촉했고 일행은 잠시잠간의 달콤한 내리막길을 달려내려온 후에 다시 자전거에서 내려 고행의 발걸음을 옮긴다.

길은 능선 날등의 뒤편으로 넘어가 고산지대의 철죽과 잡목과 우악스런 바위들 틈새로 파고든다. 등로보다 한 두 길 더 위로 능선 마루금이 지나가는 탓에 일행은 마치 성곽 안에 갇힌 병사들처럼 능선 마루금 너머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잡목들의 매서운 나뭇가지 공격과 돌부리의 불친절한 진로방해에 차츰 원기를 뺏기면서 한걸음 한걸음 앞만 보고 나아갈 뿐이었다.

얼마를 갔을까... 그 불친절하던 길이 이제는 경사까지 가팔라지면서 능선 날등 위로 올라간다. 불평하지 않고 고분고분 온씨는 사력을 다해 자전거를 밀어올렸다.

“으으으응...차!”

관자놀이에 곤두선 혈관이 터질 듯 탱탱해지도록 몸속의 기운을 짜내어 온씨는 자전거를 능선위에 박힌 날카로운 칼바위 위로 올려놓고 자전거 프레임을 지팡이 삼아 자신도 바위 날등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능선 너머의 풍경이 그제서야 초봄의 연두빛 햇살과 더불어 아래로부터 온씨의 눈 속으로 바람처럼 휘몰아쳐 들어왔다.

순간 온씨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울컥 목구녁을 넘어 쳐밀려 오는 것을 느낀다. 발아래 마치 주름치마처럼 치렁 치렁 늘어선 크고 작은 능선들은 그 잔등 잔등을 비취빛 햇살로 치장한 채 아래로 내달려 굽이굽이 기나긴 계곡 속으로 잦아들고,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그 기나긴 계곡은 그 어떤 세상사의 고단함도 넉넉히 품어서 씻어줄 듯한 자태로 모든 능선들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온씨에겐 형언할 수 없는 위로였다. 세파에 찌든 대한민국 40대 중년 샐러리맨을 울게 만들 만큼의 속 깊은 위로....

이것이 곰취 탐험대와 방태산 ‘어두우니'계곡과의 첫 만남이었다.

to be continued.


    • 글자 크기
방태산 곰취투어 1줄 요약 (by onbike) 방태산 곰취 투어 후기 - 제3장 : 조우 (by onbike)

댓글 달기

댓글 3
  • 아이고, 하도 오랫만이라 다시 후기 검색해서 4편 읽어야 했잖아요~~~
    자자, 올해 안에 마무리로 고고씽~
    대신 설렁서렁 쓰기 없기!
    ㅋㅋ
  • I GO~~ 어두우니...
    배달은석에도 못가고 올 해가 저물어 가는구려...
  • onbike글쓴이
    2008.12.12 10:49 댓글추천 0비추천 0
    글게요 배달은석에도 몬가고 다행이지 머여요.....ㅋㅋㅋㅋㅋ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