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의 뒷집 할머니는 혼자 삽니다.
겨울엔 울산 사는 아들네 가서 보내고 봄에 다시 와서 가을까지 혼자 콩,팥 농사 지으며 살죠.
집도 옛날집 그대로입니다.
흙벽에 함석, 스레트 지붕.
바람불면 아슬아슬하고, 비 오면 여기저기 새고.
어제,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어서 제 방이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뒷집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날아갈까 걱정될 정도로요.
그런 바람에 폭우가 오니까 눈을 못뜨겠더군요.
근데 오후 4시쯤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바람에 지붕이 날아갔어."
"네?"
"뒷집에서 사다리 빌려놨으니까 좀 고쳐줘."
얼른 준비해서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합니다.
뒷집에서 사다리를 빌려놨단 말은 뒷집에도 들렀단 말인데, 똑같이 함석지붕에 사는 그집은 아들 둘이나 있는 집인데도 사다리만 빌려주고 고쳐주진 않는단 말이거든요.
일단 사다리 가지러 같이 뒷집으로 갔는데, 쓸만한 사다리가 아니라 다시 우리꺼 가지러 와서 메고 할머니 집으로 갑니다.
가 보니... 함석지붕은 다 녹이 슬어 사다리 기대니까 막 찢어지고 서까래는 밞으면 무너질까 걱정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거기다 무지막지한 바람은 사다리 세우는 것도 힘들 정도, 망치 있다고 하신 할머니는 망치 대신 도끼만 있다고 주십니다.
그래도 일단 올라가 못 박고 돌 몇개 올려놓고 내려와서 할머니한테 물어봤습니다.
"뒷집에선 사다리만 빌려준거에요?"
"자기들은 오전에 비맞고 일해서 너무 추워 안나온대."
아 정말, 가서 주둥아리를 확 틀어버리고 싶더군요.
오전내내 트랙터에 앉아 있는거 다 봤는데 비맞고 일하긴... 개자식들 같으니...
아예 사다리도 없다고 하지, 콱 그냥.
돌아나오는데 할머니가 고생했다고 비에 젖은 만원짜리 한장 쥐어주시네요.
유통기한 지난 맥주 한 병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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