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시작한 뒤, 여름에 햇빛 쨍쨍 쬐는 날엔 자전거 탄 적이 없습니다.
그런 날엔 집에서 수박 썰어 먹는게 최고죠.
근데.. 흑흑...
06:00 눈 뜨자마자 구름사진과 일기예보를 확인한 후, 흐리진 않겠지만 뭉게구름이 무럭무럭 피어나면서 적당히 햇빛을 가려주고 건조해서 땀은 많이 나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06:35에 집을 나섰습니다.
8시에 주천에서 태백가는 버스를 타고 영월 중동면에 내려서 상동거쳐 만항재 넘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정말 오늘 계속 꼬입니다.
8시에 있던 버스는 7월 22일에 원주 터미널이 새로 개장하며 옮기는 바람에 15분 당겨졌답니다.
그래서 07:45에 도착했지만 눈앞에서 떠나는 버스가 설마 태백행 버스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15초뒤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승질나서 한정거장 타고 간 뒤, 아침먹고 1시간 뒤에 오는 버스 탔는데 줸좡, 이건 영월까지만 갑니다.
영월에서 25분 기다려 태백행을 타고 중동면 하차.
매일 아침을 채우던 안개가 없는게 불길했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안개는 커녕 하늘엔 구름 한점 없습니다.
이롤뚜가... 나 이런날 자전거 탄적 한번도 없단 말이야!
그래도 경치가 워낙 좋은 곳이라 룰루랄라 구경하면서 상동면을 거쳐 화방재를 넘고 만항재에 도착했는데, 이때까진 맞바람이긴 하지만 시원한 바람에 아직 달궈지지 않은 도로, 건조한 공기 덕분에 그 긴 오르막중에도 별로 땀도 안나고 분위기 좋은 채 올라갔습니다.
근데 여름휴가철이기도 하지만, 만항재에서는 야생화 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차랑 사람들이 드글드글하길래, 더 있으면 승질 버릴까봐 빵 2개 먹고 바로 고한으로.
아침에 버스 놓치는 바람에 함백산 정상은 다음기회.
근데... 화방재 넘는 31번 국도는 너무 한적했는데, 고한 사북은 정말 다시는 자전거로 지나가고 싶지 않은 곳인데다가 38번 국도가 4차선 포장되면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되고 남아있는 옛길로만 다니는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 공사중인 구간이 있고 그런 곳들은 옛길이랑 겹쳐서 애매하게 공사중인 드러운 국도를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뒤집어 쓰며 거의 44번 국도같은 통행량과 함께 달리는 바람에 짜증 폭발에 스릴 만점.
더군다나 38번 국도는 영월까지 계속 강을 낀 내리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강은 정선쪽으로 빠지고 700미터짜리 고개인 마차재를 넘어야 합니다.
또 짜증 폭발... 그래도 꾹 참고 석항까지 와서 영월행 버스 승차.
더 타고 싶어도 정면에서 비치는 햇빛때문에 타고 싶은 생각 바닥.
아 띠... 원래 소풍으로 가려고 한건데... 정말 드럽게 꼬이네...
그래도 재밌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월에서 중동가는 버스 기다리던 중 옆에 있던 할머니.
"이 자전거는 바퀴 하나로만 가드래요?"
"예? ... 아 네~, 바퀴 하난 버스에 실으려고 빼놨어요~"
석항에서 버스 기다리는 중 옆에 있던 술취한 아저씨 헤드셋을 어루만지며.
"이 자전거는 여기 누르면 바바방 굴러간다며?"
"예...??? 아유~ 밞아야 나가죠~"
"아니 이런 자전거는 앞뒤에 다 기어 있다며!"
"그래도 밞아야 나가요. ㅋㅋ"
"바퀴는 왜 빼놔?"
"버스에 실으려구요."
"쳇! (자전거를 버스에 실으려면 왜 타냐는 표정으로)"
ㅋㅋ
다음번엔 상동까지 타고 가서 함백산까지 오른뒤, 대간길로 만항재 내려와서 예미까지 옛 탄광로로 내려와볼랍니다.
개척은 무슨 개척~~ 켈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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