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낙동정맥 1구간 간단후기
05:15 기상
05:45 삼수령 출발
06:25 대간 능선 진입, 매봉산으로
06:40 매봉산
06:50 매봉산 출발
07:25 목장 갈림길, 길 찾다가 목장길로 하산
07:45 작은 피재 통과
팔각정에서 기분좋은 비박을 마치고 일어나니 이슬 한방울 없는 아침이다.
징조가 좋다.
어쩐지 어젯밤 피재 정상의 온도계가 18도를 가르키더라니~ ㅋㅋ
기분도 좋은데 부지런히 매봉산 올랐다가 와야지.
짐 챙겨 출발, 하지만 매봉산 오르는 길은 경사가 은근히 있어서 어제 뻐근한 다리가 아직도 안풀려 있음을 직감, 그냥 끈다.
가다보니 머리 뒤에서 일출, 좀 더 가니 앞에서 풍차 도는 소리, 더 가니 배추 냄새, 더 가니 거대한 풍차, 더 가니 엄청난 배추밭.
글쎄, 이 배추밭을 뭐라 해야 하나... 이 산꼭대기, 가파른 경사에 밭을 만들어 놓으면 비 올 때 토사 유출이 얼마나 많을까.
광동댐, 도암댐 수질 문제가 해결되려면 이런 고냉지 배추밭부터 시작해야 할텐데.. 참 복잡한 문제다.
문제는 이런 고냉지 밭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거.
어쩔땐 강원도가 강원도가 아니다.
풍차 올라가는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조금 콘크리트 길로 가면 대간 능선과 만난다.
매봉산 찍고 오자는 바이크보이님과 함께 매봉산으로 오르니 이 아침에 바람이 상당히 세다.
풍력 발전기 세울만 한데, 결국 이거 세우려고 나무 벤거 아닌가.
산에다 풍력발전기 세우는건 이제 그만 해야 하는데...
암튼 이제부터 본격적인 출발!
대간 능선으로 가다보면 낙동정맥과 백두대간 표지석이 있다.
1145봉이다.
능선이라기 보다는 사면을 따라 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목장길.
사유지인 목장을 통과해야 하기때문에 좀 조심스러운 곳인데, 아마 리본은 목장주가 다 뗀 듯 하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명백히 사유지인 목장이고, 소 키우는데 낯선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어봤자 좋을게 없으니까.
우리는 거기서 한참을 버벅거리다가 결국 그냥 목장길로 나가서 작은 피재로 들어가기로 한다.
초반부터 꼬이네...
근데 정말, 피재에서 돌아보면 그건 능선이 아니다.
그냥 산사면이나 마찬가지라서 굳이 지맥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운 지형이다.
07:55 구봉산
08:15 철근 구조물 봉우리
08:45 대박등
피재부터는 이슬이 좀 내려있다.
다행히 많이 내리진 않았는데, 중간 중간 임도와 만나는 이 능선은 예전에 목장이었는지 거의 잡목숲이다.
길은 좁고 잡목은 무성하고.
첫번째 봉우리인 구봉산은 가볍게 올라 섰지만 이후 점점 장애물이 많아지고 바지도 젖어온다.
이상한 철근 구조물 봉우리, 들리는 말에 의하면 외계인 신호를 받기 위해 세운 거라는데 근처에 더 있다고 한다.
별 사람들 다 있다.
하긴, 봉화엔 UFO 착륙장도 있다.
여기서 문제점 발생, 바이크보이님이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통리에서 아침먹을 생각으로 어제 안샀단다.
남은 물은 내꺼 2/3통.
하늘? 구름 한점 없다.
좀 쉬다 출발, 점점 더해지는 잡목에 버벅거리다 보니 진행은 더디고 짜증이 점점 밀려온다.
고도차 100미터도 안되는 봉우리들을 넘는데 이리 힘들다니.
잡목에 걸리는 자전거는 자꾸 시간를 잡아먹고 힘을 소진한다.
그러더니 아예 날등 암릉에다 잡목숲이다.
그렇게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나가다 보니 시간은 얼마 안지났는데 힘이 다 빠져버렸다.
물은 맘대로 못 마신다.
대박등 이후 서미촌재까지는 매우 피곤한 길의 연속이었다.
걸어서 한시간이면 갈 길을 3시간이나 걸려 도착.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점점 통리 도착 시간은 멀어져 간다.
이러면 백병산이 너무 빡빡한데... 아침을 통리에서 먹자는 건 너무 큰 꿈이었나?
11:50 느릅령 도착, 12:05 출발
12:25 우보산, 13:35 출발
14:06 통리 착
임도가 넘는 서미촌재를 지나, 조금 수월한 유령산을 넘어 임도가 넘고 사당이 있는 느릅령 도착.
다행히 사당엔 사람이 있고 물이 있었다.
맘껏 마시고 보충하고 마지막 봉우리인 우보산을 향해 출발.
10분쯤 끌고 가면 가파른 암봉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나무가 걸리적 거리진 않아서 메고 쉬엄쉬엄 10분 가면 정상.
언제부턴가 바이크보이님이 보이지 않았지만, 곧 오겠지 하며 끝내주는 우보산 전망대에서 아랫 것들 구경을 한다.
저 아래 보이는 삼척 도계읍, 이상하게 틀어지는 기찻 길, 저 멀리 보이는 두타-청옥 능선.
지도랑 비교하며 구경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벌써 50분이 지났는데 바이크보이님이 소식이 없는거다.
혹시나 하며 서서히 내려가는데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래쪽엔 타고 내려간 흔적이 있다.
하지만 느릅령에도 없고, 사당에도 아무도 없어서 물어볼 데도 없다.
전화 안가져 온게 이럴때 복잡해지는구만.
뭔가 문제가 생겨 내려간 것 같길래, 통리 하산 후 연락을 하려고 다시 우보산을 올랐다.
자전거 두고 왔다갔다 하니까 별거 아니구만!
다행히 정산에서 등산객을 만나 전화를 빌려 연락하니 갑자기 배탈이 나서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하산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버스 시간까지 여유있진 않아서 바로 하산, 다행히 반대편 내리막은 거의 탈 수 있는 길이라 30분만에 통리 도착, 다시 연락하니 38번 국도 버스 정류장에 누워있다고 한다.
물 한통 사서 가니 사당에서 물 마신게 문제 있었다고 한다.
알고보니 바이크보이님은 물 갈아 먹는거에 좀 약하단다.
좀 있다가 택시 불러서 가야 하겠다길래 난 먼저 태백 터미널로 출발.
안그래도 싫은 6차선 국도에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내리쬐고 기온도 상당히 높다.
거기다 터미널 가는 송이재는 생각보다는 길다.
아 짜증..
그렇게 달려 터미널 도착해서 뒤이어 온 바이크보이님이랑 늦은 점심을 먹고 후일을 다짐하며 버스 승차.
1구간부터 꼬이네.. 이래갖고 다음번에 석개재까지 한번에 갈 수 있으려나...
16:35 태백 출발
19:05 주천 착
21:30 천문대 착
주천에서 내려 달려보니 다리가 생각보단 괜찮다.
열심히 달려 중간 마을인 운학에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둘 밖 없는 식당이 모두 영업끝.
오메... 갑자기 배 고파진다.
또 달려 산을 넘고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다가 동네 과수원에서 복숭아 하나 따 먹으니 꿀맛이다.
하나 따먹은건 서리가 아니다!! 그건 시식이란 말이다!!!!
그렇게 두시간 반만에 돌아와 쉰내 나는 옷을 벗고 씻은 후 수박 몇쪽 먹으니 살 것 같다.
삼수령 - 통리 비추!
이후는 나도 모름~ ㅋㅋ
오늘의 결론, 두카티님은 현면한 선택을 한거여유~ 켁캑캑~
그리하여 우린 석개재까지 간다는 원대한 꿈을 통리에서 접었다는 겁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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