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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 국망봉 - 어의곡

정병호2010.11.05 18:00조회 수 2349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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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 국망봉 - 어의곡


소백산.jpg

2010.11.4. 대체로 흐림

98년엔가? 철쭉철에 맞춰 희방사 - 비로봉 - 형제봉 - 고치령 능선을 예정하고 간적이 있었다.
청량리에서 막차로 풍기에 내려 역에서 자고 첫 버스로 희방사에 도착, 약간 늦은 철쭉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주능선을 걷다가 16시쯤 국망봉을 통과했다.
소백산은 비로봉 - 연화봉 구간만 좋은 줄 알았는데 국망봉 - 상월봉 구간은 정망 끝내주는 곳이라서, 감탄을 하며 야생화 만발한 초원지대를 지나는데.. 세상에 앞에 산악자전거를 갖고 오는 사람이 나타났다.
정말 정말 깜짝 놀랬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자전거를 갖고 오나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2008년이 아니라 98년이니 국내에 자전거 메고 산에 올라가는 사람은 손에 꼽던 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뭐... 그 사람은 내 배낭 크기보고 놀래긴 했지만, 난 '저 자전거는 얼마나 좋고 가벼울까' 부터 '정말 잘 타나보다' 까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그날 산행은 지도에 늦은맥이재가 신선봉으로 잘못나와 있는 바람에, 갈림길을 통과한줄 알고 돌아아가기가 싫어 그냥 신선봉 이후 안부에서 자고 구인사쪽 계곡길로 하산했다.
국망봉 이후엔 이정표도 없던 시절이니까.
갔다와서 한참 지도를 째려보고 pc 통신을 뒤진 끝에 지도가 틀렸음을 알고 '사람과 산'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지금 바로는 안되고 개정판에 바꾼다나.
그것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있는데, 낱장이라도 만들어서 서점에 돌려야 되는거 아니냐고!
암튼 그때 그 자전거 갖고오는 장면이 눈앞에 선해, 국립공원이건 말건 언젠가는 국망봉 - 상월봉 구간을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만 많았지 하루길이 안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도를 않고 있었는데, 어느날 반대로 가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단양, 제천, 구인사 버스 시간표를 뒤진 끝에 하루에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이제야 길을 나선다.


06:05 출발
08:05 제천 착
08:20 ~ 09:00 제천 - 단양 버스
09:20~09:55 단양 - 구인사 버스
10:35 임도 착
10:55 능선진입

단양 터미널에서 구인사 가는 첫 차는 09:20, 이거 놓치면 말짱 꽝이다.
그걸 타려면 제천에서 최소한 08:20 전 버스를 타야하고, 제천까지 자전거로 가려면 06:00 이전에 출발해야 여유가 있다.
눈은 5시에 떴는데... 결국 05:45 에야 일어나 최소한의 몸풀기도 없이 바로 서리 내린 새벽공기를 뚫고 나간다.
중간에 2km 정도 오르막이 있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고개 정상에서야 처음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나마 죽어라고 밞아 약간 여유가 생겼는데, 어쨌거나 확실한 도착시간을 알 수가 없어 샛길로 우회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또 죽어라고 밞아 제천시내를 통과하니 15분 전에 터미널 도착이다.
터미널 매점엔 마땅한 먹을 게 없고, 단양 터미널도 주변에 눈에 띄는 가게가 없어 구인사 터미널 매점에서 빵 3개를 사 처음으로 뱃속에 아침거리를 집어 넣는다.

어쨌거나 구인사 도착했으니 맘 편하게 마을을 지나 올라가는데... 이게 이리 멀었나???
임도에 도착하니 벌써 10:35!
큰일 났다.
거기다 구인사 올라가는 계곡길은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아예 콘크리트 벽이 우뚝 서있다.
물론 그 벽은 수해방지용이겠지만, 웬지 기분이 드러워져서 그거 말고도 갈 길 있으니 걱정마라고 큰소리 한번 치고 바로 구봉팔문 올라가는 지능선으로 간다.


11:34 뒤시랭이문봉, 964
12:47 1244봉 앞 갈림길
13:15 민봉, 1361.7
14:10 신선봉
14:40 늦은맥이재

예전 산행때 구인사 내리막 마지막은 엉망진창 계곡길이었다.
오늘도 그길에서 충분히 버벅거릴거라는 생각에 민봉 통과를 12:30 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구봉팔문쪽 능선으로 진입했으니 좀 더 버벅거릴거고, 그럼 13:00 민봉 통과 예상.
마지노선은 13:30.
구봉팔문 능선은 암봉에 암릉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능선 진입하니 고깔모자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봉우리가 앞을 꽉 가로막는다.
오메... 낙엽 덮인 급경사 바위길, 겨우겨우 메고 올라간다.
올라가니 앞에 꼬깔모자가 또 있고, 그걸 오르니 하나 더 있다.

11:34 에야 세번째 고깔인 뒤시랭이문봉을 통과, 2시간은 올라온거 같은데 40분밖에 안됐단다.
이렇게 메고 올라왔는데도 땀은 거의 안나고 발바닥은 뜨거운데, 자전거를 잡은 손은 시렵기만 하다.
한숨 돌리고 뒤를 돌아보니... 워낙 급경사로 올라와 고도는 높아졌지만 거리는 별로라서, 출발지점이 바로 앞에 보인다.
이런.. 거기다 앞에엔 1244 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가 있는데... 언제 저기까지 갈지 앞이 막막하다.
여기서 하산하는게 나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길래, 더 딴생각 하기전에 무조건 진행.
하지만 길은 암릉을 우회하는 급사면 길의 연속이다.
진행은 계속 더디고... 1244 봉은 안보이고... 옆 능선이 올라오는 걸로 대강 고도를 파악하며 부지런히 가다보니 12:30 쯤에야 능선이 부드러워진다.
1244봉이 코앞!
드디어 2시간만에 구인사에서 올라오는 계곡길과 만난다.
이제 좀 널널하게 가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길은 암릉을 우회하는 사면길.
오메... 여전히 더딘 진행이지만 명봉이 빠른속도로 가까워짐에 위안을 삼는다.
타는거? 아주 가끔 20미터 쯤? ㅋㅋ
거기다 능선으로 올라오니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계속 오른쪽 뺨을 때려 한쪽만 춥고 손도 얼얼하다.
아... 추워.... 설상가상 하늘엔 점점 구름이 많아지며 날씨도 꿀꿀해진다.
맑아도 시원찮을 판에... 하늘이 회색에 능선이 운무에 가려 기분도 별로다...
잘못하면 눈발 날릴 분위기다.

원래 민봉 통과 예상은 12:30 이었는데, 마지노선을 앞두고 도착, 다행이다.
민봉은 날만 맑으면 끝내주는 전망대 봉우리이다.
오른쪽으로 상월봉과 국망봉이 보이는데.. 허허, 저렇게 까마득해서야 어두워지기 전에 국망봉이라도 가려나 싶은 거리에 있다.
일단 빵 하나 밀어 넣으며 생각을 해보지만, 앞으로 가는거 외엔 방법이 없다.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긴 한데, 그건 도착 시간 봐서 결정하기로 하고 신선봉을 향해서 바로 출발.
여전히 암릉을 우회하며 넘나드는 길, 가다가 98년에 야영했던 자리를 통과하는데 딱 보니까 생각이 난다.
놀라운 기억력! ㅋㅋ
신선봉 정상엔 바둑판 바위라고 바둑판 모양을 새겨놓은 암봉이 있는데, 오늘은 그냥 통과다.
신선봉을 통과하고 나서야 국망봉이 그리 멀지 않음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늦은맥이재의 어의곡 갈림길을 봐도 하산 생각은 안든다.
늦은맥이재 원래 예상은 13:30, 마지노선은 14:30, 마지노선을 살짝 넘긴다.

늦은맥이재에 다다르니, 지금까지의 희미한 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고속도로같은 산길이 나타난다.
대간은 대간이다.
이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녔길래...
이정표엔 국망봉까지 40분이라고 적혀있다.
40분? 눈 짐작엔 1시간 20분 정도로 보이는데... 그 동안 자전거로만 산에 다니면서 감이 없어지긴 없어졌나 보다.


 늦은맥이재, 대간 갈림길이다.

늦은맥이재.jpg

늦은맥이재에서 본 국망봉.

늦은맥이재에서 본 국망봉.JPG

15:11 상월봉 이정표
15:35 국망봉
16:37 어의곡 갈림길
18:00 하산

상월봉에서 본 국망봉, 올라가기만 하기엔 너무 아깝당~

국망봉.JPG 

 

국망봉2.JPG

 

약간 부드워진 능선을 가끔식 타면서 오르니 드디어 눈앞에 상월 - 국망의 평원이 펼쳐진다.
아, 오랫만이다.
하지만 국망봉을 바라보니... 오늘의 진행방향이 반대로 가야함을 직감한다.
저 부드러운 길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건데... 아우~ 아까워!
예전보다는 잡목이 많아짐을 느끼며, 여기가 그때 자전거 만난 정도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 중 가장 많이 탄다.
그것도 오르막을.
원래 예정은 15:30 에 국망봉 통과, 출발부터 35분을 까먹고 초반에 그리 힘들었는데도 결국 예정대로 맞게 왔다.
그리 서두르지도 않았고 기를 쓰고 시간 당기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 끔찍하기도 하고, 가야할 앞길은 별 부담도 없다.
멀리 형제봉 능선을 보니 다음번엔 고치령에서 늦은맥이로 온 후 어의곡으로 바로 하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로봉.

비로봉.jpg

지나온 길.

지나온 능선.JPG

국망에서 본 상월.

국망에서 본 상월.JPG


추위속에 조망을 즐긴 후, 마지막 능선길로 진행.
시간이 많이 늦으면 국망봉에서 어의곡 하산길로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초입이 보이긴 했지만 너무 희미하기도 하고 확실치도 않은데다 시간이 그리 쫒기지 않아 비로봉쪽으로 계속 간다.
다만 국망-상월 구간이 아까워 되돌아 타고 가서 늦은맥이에서 하산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찌 온길을 다시 돌아간단 말인가!
국망 - 비로 구간은 자그만한 암봉들이 연속있어서 은근히 까다로운 길인데, 그리 촉박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탈수 있는데들은 최대한 타면서 간다.

어의곡 갈림길.

어의곡입구.jpg

멀리 소백산 국립 천문대.

천문대.JPG


어의곡 갈림길, 웬 바람이 이리 센지... 팻말엔 강풍주의라고 써져있다.
옷을 챙겨입고 바람을 맞아며 드디어 하산.
초반의 계단길을 지나면... 세상에, 이런 길이 있나 싶을 정도의 끝내주는 하산길이 나타난다.
이걸 위해 오늘 이 고생을 했구나~~ 하며 신나게 2km 를 타고 내려온다!
99년엔가에도 희방사 - 비로봉 - 어의곡 하산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참 편한 길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 하산로를 택했지만 이정도였나 싶다.
역시 내 판단은 정확했어 하며 날아 내려오니... 갑자기 나타나는 계단길.
이 정도야 하는데... 계속 이어지는 계단, 그리고 나타는 돌길, 돌 계단길.
아 쒸... 타고 가기고 그렇고 끌고 가기도 그렇고... 결국 나중엔 어둠을 뚫고 타고 내려갔지만 초반의 비단길은 어느새 기억속에만 남았다.
하드테일만 아니면 나무계단 외엔 다 타고가기에 무리없는 길일 듯 싶다.
혹시나 매표소에 불이 켜졌나 보는데, 예상대로 이미 퇴근한 후이고 어의곡 주차장엔 찬바람만이 날 맞는다.
예상대로 18시 하산.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어의곡 계곡을 내려가면 시멘트 탱크들이 다니는 56번 국도를 야간주행으로 통과해야 한다.
젤 싫어하는 거지만 어쩔 수 없는거라서, 눈 딱 감고 신경을 곤두 세운 채 죽어라고 밞아 고개를 넘어 단양으로 들어간다.


18:30 56번 국도
18:55 단양 터미널
19:20 ~ 20:40 단양 - 신림
~21:10 저녁
24:00 도착
단양 터미널엔 단양 출신인 축구선수 송종국 기념관이 있다.
재밌다.
원래는 제천에서부터 천문대로 타고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밤에 제천시내를 타고 나오는게 너무 싫어서 위험하더라도 신림터널을 통과

하기로 한다.
이 길도 시멘트 탱크들이 다니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통행량이 적으니 굴 통과만 빼면 부담은 비슷하다.
죽어라고 밞아 굴을 넘어 황둔을 지나 천문대로 들어오니 딱 24시, 예상 시간을 딱 맞췄다.
근데, 7시간 반을 산에서 메고 끌고 다닌 다리가 어찌 이리 쌩쌩한지, 야간주행이라 긴장해서 그런가 별로 힘들지 않게 들아왔다.

와서 또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고치령 - 늦은맥이 - 어의곡도 24시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산불통제 전에 함 또 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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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병호님 그리 바라던  소원성취 하셨구랴~

    능선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지요

    산짐승처럼 그렇게 혼자 다니시면...무슨 재미요?? ㅋㅋㅎ

    공단 직원에게 발칵되면 벌금형 아닌가요??

    곤장 50대 ㅋㅋㅎ

  •   이거 거의 등산 후기 수준이어요~ ^^ 날씨가 많이 추웠겠습니다.

  • 정병호글쓴이
    2010.11.7 20:11 댓글추천 0비추천 0

    속에선 땀나고 콧물은 계속 흐르는 날이었죠.

    아우 드러~~ ㅋㅋ

  •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와 어쩌다 컴을 켤라치면 아들이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깨비퀴즈"를 하겠다고 먼저 자리를 뺏는 바람에 통 컴을 할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잠깐 들어와봤는데 어쩜 정병호님 혼자 저리도 펄펄 신명나게 돌아다니시는지...

    우왕~~ 부러워요... 

  • 정병호글쓴이
    2010.11.9 09:25 댓글추천 0비추천 0

    레인님은 언제 또 원정 함 오시려나~

  • "7시간 반을 산에서 메고 끌고 다닌 다리가 어찌 이리 쌩쌩한지"  후덜덜... 대단하시군요.

  • 정병호글쓴이
    2010.11.10 20:53 댓글추천 0비추천 0

    토토님이 웬 엄살이셔용?!!!!~~~

    ㅋㅋ

  • 오늘 7시간 동안 떠든 제 목은 이리 칼칼한데.

    정병호님 다리는 튼튼도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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