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의 뒷집 할머니 이야기 했던거 기억하시나요?
작년에 지붕 날아갈 뻔 해서 고쳐주고 유통기한 지난 맥주 받았다던 할머니요.
그 할머니가 어제밤에 전화를 했습니다.
할머니 : 총각!
나 : 아.. 네,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할머니 :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산 사는 아들네한테 가려고.
나 : 아이고 낼부터 확 추워지는데 보일러가 그래서 워쩐대요.
할머니 : 근데 내가 울산 내려가면 우리 개 밥 줄 사람이 없잖여~
나 : 아, 그 녀석요?
할머니 : 그래서 말인데, 저 밑에 ***에 말해서 가져다 잡아먹으라고 좀 해줘.
나 : 네????
이 할머니는 항상 개를 키우는데 겨울에 아들네로 갈땐 그냥 풀어놓고 가거나 저한테 밥 좀 주라고 하거나 하는 부탁을 합니다.
그 집 뿐 아니라 뒤의 뒤의 뒷집 개도 겨울에 혼자 남으면 제가 밥 주러 다니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동네 개아빠' 라는 별명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암튼 내손으로 잡아먹으라고 하더라는 전화를 할 순 없어서 오늘 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사료가 충분하면 제가 왔다갔다 하면서 밥 줄려구요.
아 근데... 할머니 집에가서 고장났다는 보일러를 보니...
순환모터가 안돈다는데, 가을에 다시 보일러 쓰기 시작할때부터였다지 뭡니까.
근데 그걸 3달이 다 되도록 수리를 부르지도 않고 그냥 전기장판이랑 같이 지금까지 버텼답니다.
아 이걸 답답하다고 해야 하나, 잘 몰라서 그렇다고 이해를 해야 하나.
중간에 전선 끊어진거 없는지만 확인해보고 수리를 부르라고 했는데 안부를거랍니다.
저 상태로 그냥 두면 아예 얼어버릴텐데 거 참...
암튼.
그래서 주말에 아들 올라와서 울산 가게되면 꼭 들려서 열쇠를 저한테 맡기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개밥은 제가 줄테니까 걱정마라고 했죠.
사료가 3포대 있길래 겨울에 먹을만큼은 되겠더라구요.
근데 그 개자슥이 갑자기 줄이 풀리면서 막 달려들더군요.
야 임마! 넌 생명의 은인도 몰라보냐~~!!!????
콱 그냥 전화해서 잡아먹으라고 해부릴까부다!
ㅋㅋ
네 목숨은 내 손가락에 달렸어~~~
결국 올해도 개 아빠 됐습니다.
그것도 자진해서.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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