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산장에서 천문대로 가는 비포장도로...는
발파작업으로 인해 넓혀졌으며 아스팔트를 깔기 위한 공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원래 천문대 가는 길...은
덕사재를 지나는 산속 숲길로 자동차의 교행조차 힘들 정도로
좁고 험하며 또한 아주 조용한 길이었습니다.
봄에는 수많은 솔씨들이 깔려 걷기조차 미안한 구름 길이었으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을에는
떨어진 솔잎들로 새롭게 변모한 갈색 양탄자 길로 이곳을 찾는 이방인들에게 신비감을 주었습니다.
덕사재를 지나 이길을 한없이 걷다보면
제가 밷어내는 이산화탄소의 헐떡임과 흙이 부서지는 감미로운 발자국 소리외엔
고요한 정적만이 감도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엊그제 눈길을 걸으며 황폐하게 파괴된 산사면과 각종 바리케이트와 표지판을 보며
같은 길이지만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은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레
눈을 감고...
햇살의 따스함과 함께
겨울 삭풍으로 땀을 씻어내며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고요한 정적을 마음속으로나마 붙들고 싶어졌습니다.
영원한 찰나의 시간 동안...
느낀 소리의 無...
항상 소음공해에 시달려온 소심한 도시인이었던 저의 마음을 치유하며 어루만져주었던 정적...
다음번에도 이런 고요함을 느껴볼 수 있을까?!...내심 아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잘려진 산사면에 알알히 틀어박혀 얼어버린 눈을 보며
그 자리에 있던 무수한 나무들과 풀 그리고 일일히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을 생각하니
곧 서글퍼졌습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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