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9 동강 길운골

by 정병호 posted Sep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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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29  동강 길운골

나 혼자

날씨 : 구름 조금

동강쪽 위성사진을 보면 거운리 동쪽 만지나루 건너편에 유난히 넓고 하얀 계곡이 보이는데 여기가 길운골이다. 

자세히 보면 집 4채가 있는데, 만지나루 건너 꽤 한참을 들어가야 나온다. 

이 동네가 궁금해서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길운골 갔다왔다는 글이 딱 한개 있다. 

그리고 2004.10.19 MBC 화제집중이란 프로에서 갔다온 게 있는데, 지금은 다시보기가 안돼서 볼 수는 없다.

여길 가는데는 문제가 하나 있다. 들어가든 나오든 동강을 건너야 한다는거. 못건너면 뒤에서 들어갔다 되돌아나와야 한다. 

말이 도하지, 동강이 한강 본류인데 결코 아무때나 할 수 없다. 

딱 한번 해봤는데 2001년 4월말, 2달 넘은 가뭄 끝자락이었다. 

지금은 9월말, 올해 여름은 비가 꽤 왔다. 큰 비 온지 한달이 지났지만.. 그래도 더 지나면 물이 차가워 못갈거 같아 그냥 가기로 했다.

스크린샷 2017-09-30 오전 10.53.11.png

노란색으로 갔다가 그대로 돌아온다.

만지나루 건너 파란색이 예정 경로.


출발점은 약물내기 약수터 앞 주차장, 차를 두고 예정대로 돌아오면 이 주차장으로 온다.


10:00 주차장 출발, 연하역 지나 등산로 입구까지 구 31번 국도를 타고 간다.


10:30 등산로 간판, 여기서부터 저 위 채석장까지는 비포장길로 거의 타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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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채석장 터, 등산로 쪽에 간판이 있어 입구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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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능선마루 착.

          채석장에서 고개를 쳐들면 바로 머리위에 능선이 보일정도로 그대로 치고 올라가는 길, 꼼짝없이 메고 가야한다.

          올라와서 바로 너머에 희미하지만 확실한 내림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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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내려와야 좀 탈만한 길이고, 여기까지는 돌탱이 아님 돌무더기 아님  너무 좁아서 내려오는데도 메고 가는게 대부분이다. 

이 길은 길운골에 사는 할아버지 장보러 지게 지고 넘어다니는 길이라고 했는데, 그러기엔 걸리적거리는게 많아서 지금도 그 할아버지가 오가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길은 꾸준히 사람이 다니는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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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계곡 도착, 물은 몽땅 돌 아래로 흐르는지 바싹 마른 석회암 무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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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하산지점 위쪽에도 폐가가 하나 있지만, 굳이 갔다올 필요는 없고, 좀 내려가니 닭소리와 함께 집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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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한분 사는 그야말로 외딴집, 냉장고 대신 계곡물에 담가놓나보다. 

바싹 마른 계곡이 여기서 잠깐 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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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놀라는 우리나라의 대단한 점, 전봇대가 서 있다!!

전기, 전화가 들어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우리나라는 놀랍다.

근데, 이렇게 외딴 곳에 사는 집엔 있어야 할 개는 안보이고 닭만 돌아다닌다. 

올 여름을 못넘겼는지, 원래 안키우는지..

다행히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 할아버지한테 오늘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여기가 마지막 집입니까?"

"네, 어디서 왔어요?"

"연하에서 넘어왔습니다. 어르신, 오늘 동강 건널 수 있을까요?"

"요즘 가물어서.. 건널 수 있을거에요. 가물어서.."

"감사합니다"

난 대개 여행 다니면서 만나는 동네 사람 말은 안믿는다.

하지만 오늘은 물어볼 사람이 이 할아버지 한명 밖에 없다.


12:38 집 출발, 여기서부터 길은 타기 좋은 오솔길이다.

         중간 중간 계곡을 메고 넘어가지만, 어차피 물은 없고 그냥 천천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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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 마지막 집, 사람이 사는 줄 알았는데 떠난지 좀 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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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농사 짓는 형제가 있다고 했는데, 떠난지 꽤 되보인다.

그니까 길운골에 사는 사람은 할아버지 한명 뿐, 또 한명은 상주민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이 집엔 LP 가스와 기름 보일러에다 옛날 접시 안테나에 TV, VTR, 거기다가 짤순이까지 있다!!!!

여기저기 살펴보며 아직도 마당에 끌어놓은 파이프에서 콸콸 나오는 수도가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웬 오토바이가?? 아마 가스통 등 살림이랑 장 본거, 농사 지은거 나르는 용도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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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 출발, 길이 갑자기 좋아진다. 

     전봇대들이 꽤 깨끗한 걸 보니,아마 전봇대 교체를 위해 길을 넓히고 장비가 드나들게 했나보다.

    아직도 잡초가 거의 없는걸 보면, 그 뒤로 한동안 뭐가 다녔다는 이야기인데.. 지금도 계곡 넘을때만 조심하면 세레스나 트랙터는 다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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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2  또 오토바이가 있는데 열쇠가 꽂힌 채 버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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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5 또 있다! ㅎㅎ 요건 굴러갈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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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 만지나루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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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야 되는데...딱 봐도 어려워 보인다.... 유속도 은근하고 중앙부분은 상당히 깊어 보인다.

그래도 시도는 해야 되니까 ... 바지도 벗고 자전거 메고 일단 들어가 본다.

1/3 까지는 어찌어찌 갔는데...  중간 지점부터는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이미 엉덩이까지만 빠져도 몸을 가누기 어려운데 허리 이상 빠지면 바로 휩쓸리고, 한번 휩쓸리면 계속 떠내려갈 판이다.

우짜지...  결국 다시 되돌아 왔다.

만지나루 위쪽은 된꼬까리 여울이니 거긴 아예 포기하고,  혹시나 해서 아래쪽 여울을 자전거 두고 탐색하러 갔다.

가보니 수심은 얕아서 반 이상 갔는데, 중간 5미터를 도저히 못건너겠다.

그 5미터의 유속이 장난 아니다.

깊이는 엉덩이 정도로 보이는데, 한번 삐끗하면 바로 여울로 휩쓸려 들어간다.

결국 만지나루로 다시 올라와 여기저기 맨 몸으로 들어가보지만... 한번 휩쓸려 10미터 쯤 떠내려가고 나니까 결론이 나왔다.

도하 불가!!!!

아니, 할아버지~~ 도하 안해봤으면 말을 마셔야죠~~~!!!!!!

그 할아버지는 여름엔 산 넘어 다니거나, 만지나루 건너에 사는 사람 배를 이용하는게 분명해!! 


15:42 왔던길 되돌아 가기로 결정, 아놔~~~

          라이트고 뭐고 아무 것도 안갖고 왔기 땜에 차 있는데까지 무조건 18시 까지는 가야 된다... 젠장..


17:22  죽어라고 땡겨 겨우 목표시간에 능선마루 도착


18:15 주차장 복귀. 오메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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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때 3:45 걸린 길을 2:30 에 돌아왔다 ㅎㅎ

살려면 땡겨야지 뭐.


오늘의 교훈

1. 자전거 메고 동강 도하는 봄가뭄 끝 아님, 늦가을에나!  물이 차갑든 말든 그때 아니면 죽는다.

2. 역시 동네 사람 말은 믿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