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날 오래만에 라이딩 계획을 세우고 벽제쪽의 싱글길을 가보려 했습니다.
저녁 식사 때 와이프가 '우리도 가면 안돼?'라는 말에 야산에 애들이 놀데도 없을 것 같아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 날도 따뜻한 봄이고, 누구(여기서 누구는 노을입니다.)는 강촌 말달리자 번개도 가는데 근처라도 가보자는 마음으로 유명산휴양림 어떻겠냐고 하니 아침 컨디션 보고 집에 있든지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아침에 따라나서지 않으면 그냥 혼자 로드로 벽제까지 가서 싱글타고 오면 되니 시간에 그리 구애받지는 않습니다.
다음날 아침..
유명산 가자는 와이프의 성화에 끙끙거리면서 겨우 일어나(전날 혼자 가면 쉬엄쉬엄 가려고 늦게까지 TV를 봐 놔서...) 아침 챙겨먹고 그제서야 이것저것 챙깁니다. 우리가 코펠이 있었던가? 버너는?
참 놀러갈 사람들이 한심도 합니다.
이리 저리 찾아보니 대충 라면하나 끓여먹을 것은 있어 애들 간식과 몇가지 챙겨서 소풍을 갑니다.
가족들과 이쪽 길은 처음입니다. 양수리를 처음보는 와이프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경치는 참 좋습니다.
아이들의 '다 왔어'라는 성화에 겨우겨우 유명산 산림욕장에 들어섭니다.
바람이 좀 불어 쌀쌀하지마는 여기저기 소풍 온 집들이 많습니다. 주변에서 풍겨나오는 고기굽는 냄새에 '우리도 고기 가져올걸' 했지만 아침에 주섬주섬 먹을것 챙긴 사람들에게는 라면도 과합니다. ^^
캠핑 데크하나에 4000원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아직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돈을 받는 사람도 없어 수도가 가까운 곳에 눌러 앉아 라면 끓일 물을 올립니다.
"참 라면 하나 먹자고 이 먼 곳까지 오다니..." 와이프의 얘기에 웃음이 묻어 있습니다.
아침에 확인한 부루스타에 불이 붙지 않아 당황합니다.
'헉 밥 못 먹는게 아닌가....'
날이 밝아 불꽃이 안 보여서 착각한 것이이서 다행입니다. 물은 끓어가고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
밖에서 음식 끓여먹는 경험이 처음인지라 두 놈들의 얼굴이 참 밝습니다. 너무 어려서 한번이 있었지만 그때 기억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애들이 이 만큼 크니 이것도 재미있어집니다.
"재밌냐?" 아빠의 질문에
"네"라고 이구동성입니다. 다음에는 뭐 먹을까? 하니 먹고 싶은 것들을 줄줄 엮으면서 다음에 여기 또 올때는 다 준비해 오자고 합니다. 그래봤자 네스퀵에 불고기 등등입니다. ^^
맛있게 먹고는 와이프는 자전거 타고 오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을 것이라 하여 산책로 몇키로 정도 걸어다니거나 식물원 구경하라고 하고는 유명산 임도쪽으로 자전거를 몰아갑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임도까지의 거리가 멉니다. 2-3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라 했는데 로드만 상당부분 타는 바람에 시간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
계획을 수정하여 봉미산을 거꾸로 타기로 하고는 흥국사가 있는 쪽으로 올라갑니다.
일전 유명산 라이딩 때 봉미산 초입에 김밥을 먹고 배가 아파 고생했던 구간을 늘 타는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려는 것이지요.
거꾸로 올라가는 초입의 길은 업힐인데도 참 편합니다. 평지같은 느낌이 듭니다. 결국 한번의 업다운 후 다시 업이 한참 이어지고 두번째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의 다운이 오늘의 백미입니다. 약 3.5km의 다운은 한참 전 다운과는 달리 길이 좀 단단하고 굴러다니는 모래가 없어 바퀴가 착착 감깁니다. 돌들도 적당히 뿌리를 박고 있어 속도 줄임없이 덜덜 거리면서 내려갑니다. 손바닥에 전혀지는 핸들바의 진동이 더할 나위 없이 즐겁습니다.
입에서는 연신 환호가 나오고, 속으로는 일전 배아플 때 그렇게 고통을 줬던 길이라 내려가면서 밟아주는 느낌에 복수했다는 느낌이 들어 즐겁습니다.
1km 평지같은 길을 내려오니 마을입구입니다. 로드로 다시 한참입니다. 가는 도중 언제 오냐는 전화한통 받습니다만,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맞바람도 거세고...
게다가 오토바이들은 왜 그리 많은지 100km/h 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에는 자전거가 휘청하고 휩니다.
겨우겨우 다시 휴양림에 도착했지만, 오토캠핑장까지는 또 한참의 업힐입니다. 저단기어 놓고 끼익끼익 오르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
옷갈이 입고 길 막힐거 알지만 팔당쪽으로 길을 듭니다. 역시 꽉 막힌 도로지만 가족소풍에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혹시 강촌에서 돌아오는 분들을 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보지는 못했네요.
중간에 돔처럼 생긴(작년까지 계속 지어지던 건물인데 다 지어졌더군요)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를 먹지만, 참 맛이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와이프가 운전을 하면서 돌아오는데 다행히 막힌다는 서울길들도 저녁때쯤에는 대부분 풀어져 어렵지 않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주아주 즐겁고 신나는 소풍이었습니다.
ps 한 50km 탔는데 궁뎅이가 참 아픕니다. 180km 타신 강촌팀들은 더 아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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