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부용산'에 관해.

........2003.07.17 22:09조회 수 164댓글 0

    • 글자 크기


감히 소리 내어 부르지 못하고 가슴속으로만 불렀던 노래 <부용산>이 50여년 만에 노래비로 부활했다. 아름다운 노래말과 애절한 곡조로 사랑받았던 노래 <부용산>의 시비가 2000년 10월1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부용산 오리길에 세워진 것. 제막식에는 노랫말을 쓴 시인 박기동(82,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거주)씨와 작곡가 고 안성현의 미망인 송동을씨 등 많은 출향민들이 모여들었다.

*월북 안성현 작곡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용산>은 박기동씨가 1947년 스물네살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누이의 주검을 묻고 돌아와 쓴 시에 목포 항도여중에서 함께 재직하던 안성현(월북 <엄마야 누나야> 작곡가)이 1948년 곡을 붙인 노래다. 수년 전,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남재희씨가 어떤 인터뷰에서 남도에서 <부용산> 모르면 간첩이라며 열창할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곡이다.

노래 <부용산>은 해방과 전쟁 뒤 폐허라는 당시 상황과 어우러져 당대의 최대 히트곡이 됐지만 작곡가 안성현이 월북하면서 지하에 묻히고 말았다. 한국전쟁 때 작곡가 안성현이 무용가 최승희와 함께 월북하자 이 노래도 공식무대에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당시 빨치산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로 가슴과 가슴속에서만 불려지게 되었다.

노래가 자신들의 신세와 비슷해서 그들이 즐겨 불렀던 것 같아요. 작곡가 안성현은 목포항도여중 교사 시절 저와 단짝이었는데, 예술을 좋아하는 <엄마야 누나야> 같은 낭만주의자였어요. 박 시인은 안성현의 아름다운 곡조 때문에 <부용산> 시가 살았다며 작곡가에게 그 공을 돌렸다.

이런 <부용산>의 사연이 지식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노래는 빛을 보기 시작했다. 1997년 가수 이동원과 안치환에 의해 처음 무대에서 불려졌고 2000년 5월13일과 14일에는 삶과 꿈 싱어즈에 의해 포항공대와 포스코 공연에서 합창으로 소개됐다. 또 5월29일에는 전남 목포에서 열린 소프라노 송광선(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초청음악회에서 불려졌다. 송광선씨의 초청음악회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박기동 시인이 가사 1절이 나온 지 52년 만에 2절을 보내와 처음으로 공개된 자리이기도 했다. 가사 2절에는 1절의 애상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얼마 전에는 뽕짝 앨범을 발표한 한영애가 느닷없이 매우 다른 버전의 <부용산>을 <애수의 소야곡> 등과 함께 앨범에 추가시켰다.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 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채 나 홀로 예서있으니
부용산 저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시를 쓴 시인의 누이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네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고] 와일드 앵글러 사진 모음7 kaon 2002.10.20 34632
11389 자전거 대신 달리기..^^ kaon(가온) 2015.09.25 332
11388 붉은꽃 아까시 나무2 kaon(가온) 2015.06.05 391
11387 서울성곽...1 용용아빠 2012.07.01 3501
11386 白眉 용용아빠 2012.05.13 3425
11385 이제... 용용아빠 2012.03.17 3424
11384 시계와 손전화5 용용아빠 2011.10.03 4653
11383 삐리리섬 라이딩하다가...1 비탈리 2011.07.05 5782
11382 2011년 6월 16일 아침 인천대공원 비탈리 2011.06.16 4926
11381 봄은 봄인데~2 kaon(가온) 2011.03.31 6030
11380 일본 후쿠시마 스노보드 여행~2 kaon(가온) 2011.01.09 6669
11379 반갑다 친구야2 우현 2010.12.09 6222
11378 제주 올레~1 kaon(가온) 2010.11.07 6315
11377 가을의 설악산~ kaon(가온) 2010.11.07 5656
11376 건물 속의 와일드바이크2 사진쟁이 2010.09.13 7802
11375 스위스 라우터브루넨의 엠티비샵과 라이더1 kaon(가온) 2010.08.05 6994
11374 장미 구름선비 2010.06.14 8543
11373 살생의 나무2 탑돌이 2010.05.10 8376
11372 자연으로 돌아가자5 biking 2010.05.07 7147
11371 홀씨 & 꽃3 우현 2010.05.05 6610
11370 두물머리 아침 풍경1 구름선비 2010.05.01 691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70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