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17일 아침에 백담사입구에서 출발해
>수렴동계곡에 취해 걸음을 옮기다
>깔딱고개를 넘어 봉정암에서 일박을 했습니다.
>천미터가 넘는 산중턱에 자리잡은 산사에서
>들리는 포크레인과 발전기 소리가 영 아니었지만
>부산한 속에서 늦여름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
>시간이 좀 남아 소청산장에 올라가 감자전에
>막걸리를 한잔하고 딸딸한 기운에 겨우 내려왔슴다.
>옛 선현의 시조가 생각나는 그런 알싸한 막걸리
>기운이었습니다.
>
>다음날 소청에서 중청을 에둘러 대청으로 가는 길은
>비는 추적거렸지만 눈 아래로 펼쳐진 산군과 암봉들이
>하얀 구름을 치맛자락처럼 들쳤다 펼쳤다 신기의 아름
>다움을 보여주더군요. 날씨가 추워 긴팔을 겹쳐입을
>정도로 산에는 벌써 가을 맞이 비가 내렸습니다.
>
>다시 희운각을 거쳐 양폭으로 양폭에서 비선대로
>옮기는 걸음마다 천불동의 신비로운 자태가 뒤질새라
>새롭게 다가옵니다. 몇번을 와봐도 새로운 곳이 그리
>많지 않은데 설악산이 그 중의 하나라고 자신합니다.
>
>대학교 입학기념으로 친구들과 겨울산행을 왔던
>그때와 똑같은 길을 따라 십몇년의 세월을 넘겨 다시
>짚어본 감회도 남달랐습니다. 거기에는 이제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시간을 이유로 오색이나
>한계령으로 바짝 올라 다시 내려가는 그런 목적성 산행을
>할수 밖에 없다고 위로하는 나.
>
>구름 속에 빗물 속에 묻어가는 여름의 막바지에 땀도
>쏟고 시원한 공기를 허파꽈리에 가득 채워온 그런 산행
>이었습니다.
>
>디카를 들고가서 찍어본 몇커트를 올려봅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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