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은 이미 밝았습니다.
아침 6시에 K2님과 M4님을 만나 해장국 먹구 도선사로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비는 시작되었고 저와 K2님은 우비를 꺼내입고 준비를
하는데 M4님은 우비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비를 맞고 가기로 했는데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떤 아저씨가 자기 우산을 줍니다. 비맞지 말라고...
M4님은 우산값을 주는게 마음 편하다며 만원을 줍니다.
비가 심상치 않아 당초 예정하였던 깔닥고개-백운대-위문 을 포기하고
도선사 좌측으로 돌아 용암문으로 해서 능선에 붙었습니다.
이게... 시련의 시작일줄은 저나 M4님이 몰랐습니다.
산행내내... 그리고 하산하여 오면서 까지 K2님의 코스 짤라먹었다구
갈구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어야 했습니다.

용암문-동장대-대동문-대성문-대남문을 거쳐 문수봉에 도착하니
비는 어느덧 그치고 발아래는 운무가 짙게 깔려 한폭의 수채화요,
설악산과 같은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한참을 심취하여 바라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승가봉-비봉-불광동으로 하산하기로 했었는데 가스가 짙게끼여
그만 방향감각을 잃고 북쪽으로 진행하게 되었으며 계곡의 물소리를
듣게 됩니다.
마치 원시림처럼 나무가 울창하고 북한산 어느 지역이나 깔려있는
인공보조물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계곡이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아! 북한산에도 이런곳이 있었구나...
이길로 하산하면서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부왕사터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위치를 파악하였습니다.
산성매표소까지 내려오니 K2님은 발길을 돌려 다시 백운대로 올라가
우이동으로 하산하자고 빡빡 우기십니다.
이말에 질린 M4님과 저는 무시로 일관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점심을 먹자고 하니 삐진 K2님은 밥을 안먹겠다고 단식투쟁을 선언
합니다. 할수없이 우리도 점심을 포기하고 막걸리 한사발씩 마시고
동대문을 향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K2님의 등산화를 구입하기 위해..
M4님이 사주신 생선구이와 백세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등산화
구입하여 귀가하니 오후 5시30분...  긴 여정이었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위한 1차 훈련에 동참하여 도움을 주신 M4님께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종주와 상관없이 가끔씩 등산을 하시죠!
K2님! 안전을 위해 짤라먹은 코스는 담주에 돌려드리겠습니다.
등산화 신어 보셨나요? 맘에 드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구요...

이글을 읽으시는 엔바님덜... 앞으로 자전거를 타던 등산을 하던
K2님과 함께 할때 "코스 짤라먹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