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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어리석음

s5454s2004.06.23 21:43조회 수 74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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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정말 화가 치미는 일이다.

절규하는 그를 무참히 목을 벤 이라크인들. 그 이라크인들의 삶의 터전 위로 정의의 사도인 양 미사일과 기관총을 퍼붓는 부시와 미국 정부, 그 미국 정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불쌍한 노무현 정부, 그 노무현 정부를 향해 파병을 강행하라고 주문하는 쓰레기 언론들, 그 언론의 견강부회하는 논조에 아무 생각없이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일부 국민들. 이 모든 바보들이 모여서 김선일씨의 목을 베었다. 아니, 나처럼 혀만 차며 행동하지 못한 소심한 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추악한 이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라크의 인권 문제라든가 대량 살상 무기 은폐가 원인이라고 믿는 덜떨어진 작자가 이 글을 읽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다. 혹자는 문명의 충돌이라고 떠들어대는데, 그게 아니라 '근본주의의 충돌'이 정확한 표현 아닐까? 이슬람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 참, 희한한 일이다. 쌍둥이 같은 두 종교가 서로 '유일신'을 주장하며 싸우다니. 같은 조상을 모신 그들이 서로를 적으로 몰아 칼을 들이대는 아이러니가 우습다.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그 전쟁터에 기웃거리다 포로가 되어 죽을 뻔했던 한국목사들이 여럿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사하게 풀려났긴 했지만, 왜 거길 가서 기웃거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 NGO라고 거짓말을 해서 풀려났다고 인터뷰하며 자랑스러워 하던 그 반푼이 얼굴이 날 슬프게 한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면 근본 원인은 이게 아니다. 단순히 근본주의의 충돌이라고 하면 양비론이 될 우려도 있다. 양비론은 비겁하다. 근본 원인을 덮어 버린 채 땜빵에 급급한 거니까.  과연 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잔혹하고 추하게 만드는가? 탐과 진과 치. 욕망과 화냄과 무지. 미제의 욕망과 중동의 분노, 본질을 보지 못하는 무지. 결국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거대한 욕망, 거대한 분노, 거대한 무지.

중동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먼저 내 탓이오 하며 물러나는 강자가 있어야 하는데, 석유와 군비로 배를 채우려는 미국 정부와 기업가들에게 그걸 요구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거대한 욕망의 아가리를 닫게 하는 방법은 강력한 어퍼컷뿐이란 말인가? 누가 미국의 턱에 어퍼컷을 날릴 수 있는가? 빈 라덴? 고 호메이니? 타이슨? 존 케리? 아니, 아니, 아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인간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욕망의 질주를 제어할 수 없다. 스스로의 욕망을 제어하고 절제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되어야만, 거대한 욕망도 제어하고 절제할 수 있다.  헌데, 언제쯤이나 가능할 것인가? 헐~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의 허구성을 알면서도 혹시나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해서 혹은 불이익이나 당하지 않을까 해서 깡패의 들러리를 서는 한국 정부도 사실 불쌍하다. 대통령 취임 직후의 당당하던 노무현씨도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해서는 무릎을 꿇고 길 수밖에 없었다. 누가 노무현씨를 욕할 수 있는가? 자신 있으면 네가  해 봐라. 미제와 미제의 하수인들에게 둘러싸여 사방의 적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그 자리에 네가 서 봐라.

근본적으로는 욕망 비우기, 시급한 현안으로는 자존심 살리기가 필요한 때다. 지구촌은 욕망의 포화상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제의 압력에 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전임 대통령인 dj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정치란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가장 첨예한 문제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또한 무관심의 쌍둥이인 정치적 무지도 사면될 수 없는 죄다. 쓰레기 언론의 말도 안 되는 해괴한 논리를 주워 듣고 자신의 것인 양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자들도 책임이 크다. 김선일씨 죽음을 애도하는 척하는 조중동의 논조에 편승해 공수부대를 보내야 한다는, 그래서 이라크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써갈기는 무뇌아들이여, 그 뇌 속에 지푸라기라도 채워야겠다.

슬프고 슬픈 하루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나의 한계도 슬프고,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엄두도 안 내는 중생들이 슬프다. 언제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허연 백골이 모래언덕에서 드러나는 그 때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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