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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답답해서 이런 글을 적습니다.

yoo43182004.06.30 06:08조회 수 38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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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가족이 있으면 온가족이 파산지경에 이르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병원에 의사, 시민이 함께하는 위원회같은 것을 둬서 거기서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잔차를 좋아하고 왈바를 좋아하는 젊은 의사입니다.
>
>어제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인공호흡기를 떼고 퇴원시킨 의사에게 대법원에서 살인 방조죄로 유죄판결이 나왔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7년전의 사건입니다.
>교통사고로 뇌출혈이 생겨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아내가 경제적인 이유로 수차례 퇴원을 요구하였고 결국 인공호흡기를 떼고 퇴원하여 집에서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가족,즉 시댁식구들이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여 환자의 아내는 살인죄로, 담당 의사는 살인 방조죄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
>원칙적으로는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하나, 이 판결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의사인 제가 볼때 너무 답답해서 이런 글을 적습니다.
>
>
>이 사건 이전에는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가망이 없으면 보호자들이 자의로 퇴원하곤 하였습니다. 아직도 시골 어르신들은 '사람이 집에서 죽으면 호상이고 병원에서 죽으면 객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수차례 이런 환자들을 앰블런스에 싣고 손으로 산소마스크를 짜면서 몇시간씩 걸려 집에 옮긴뒤 산소마스크를 떼어내고 온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고 온다는게 참 가슴아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서 죽어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유족들의 모습에서 이또한 의사인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이사건 이후로는 아무리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도 자의퇴원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최소한 큰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의료윤리위원회'라는 것이생겨 환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퇴원을 원하는 경우에도 주치의가 판단하지 않고 병원전체에서 회의를 하게 됩니다. 대개 퇴원 불가 결정이 내려지고 보호자들은 한달에 수백만원씩 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체 1,2년 정도 흐르고 나면 가족들은 거의 파산하게 됩니다. 병원 수련의 시절, 입원비 영수증을 들고 의사인 저와 의식도 없는 환자를 원망하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
>더 큰문제는 이런 환자들이 1,2년씩 중환자실의 인공호흡기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새롭게 생기는 환자들, 가령 교통사고로 당장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대할수 있는 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 조차도 중환자실이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곤 합니다. 물론 생명은 누구의 것이나 모두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몇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환자로 인해 또다른 사람이 회복될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고가의 장비와 인력이 요구되는 중환자실을 무한정 늘릴수는 없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뇌사자의 장기이식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어서 좋은 마음으로 그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자 한다고 해도 결국 여러분은 살인자가 되고 마는겁니다.
>
>여러분의 가족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1,2년씩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면, 아니면 그런 장기간의 입원환자로 인해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가족이 사고를 당해도 중환자실을 쓸수 없다면, 그리고 만약 여러분들이 뇌사자의 장기 이식의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당사자라면..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아무리 원칙에 맞는 판결이라고 해도 현실을 무시한 판결은 이런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힘없는 의사인 저는 결국 이 판결이 바라는대로, 원칙대로 할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중환자실에 식물인간상태로 입원하시는 일이 없기만을 빕니다.
>
>너무 답답하고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런 글을 쓰게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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