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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릿의 추억

은하수2004.12.24 01:19조회 수 46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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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클릿의 추억을 간직하고 계실 겁니다.
글을 읽다보니 아찔했던 경험이 생각나는군요.

**************

클릿을 달고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입니다.

클릿의 쓴 맛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하면서 다녔는데
하루는 좁은 시장 길을 지나게 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섰는데 아차 싶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맞은 편에서 코란도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한 쪽으로 비켜 서면서 발목을 비틀었습니다... 만
아아, 마치 늪에라도 빠진 것처럼 제 두 발은 페달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순간 등줄기를 훑으며 오금으로 내리 꽂히는 짜릿한 감각을 만끽하면서 온 몸을 뒤틀었습니다.
다행히 자전거는 차 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반대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화사하고 동글동글한 것들이 왼쪽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고개를 돌리자 소복하게 쌓여있는 귤이며, 사과며..
맙소사! 과일가게 앞에 펼쳐 놓은 좌판 위로 넘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으로 전환되면서 한 순간 한 순간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드디어 클릿의 궁극을 맛보게 되는구나...

바로 그 때 누군가 왼쪽 뺨을 떠받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과일더미 위로 나뒹구는 처참한 장면이 떠오르며
이제는 완전히 절망의 나락으로 내동댕이쳐집니다.

그런데 흘깃 쳐다보니 그건 누군가가 아니라
차양을 받치고 있던 가냘픈 나무 기둥이 저를 막아선 것이었습니다.
오오, 해님이와 달님이에게 내려주셨던 동앗줄이 바로 이런 거구나!
두 손으로 휘청거리는 나무 기둥을 부여잡고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렇게 대롱거리고 있으려니 사람들의 시선이 그 괴이한 광경에 집중되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제서야 바로 앞에 주인 아주머니가 앉아계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웃고 계시더군요. 그 천진난만한 미소라니.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신 듯 했습니다.
그러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신기하게도, 끙하고 힘을 주면서 몸을 튕기자 반동으로 일어나졌습니다.

순간 고속촬영 모드가 끝나고 갑자기 장면이 빨리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차양이 금새라도 무너질 것처럼 휘청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놀란 눈으로 위 아래를 훑어 보시다가 이내 뜨악한 표정으로
야! 이 !@#^$*!% *$&$^%...
저는 그 소리를 뒤로하며 죄송하다는 말씀도 못드리고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시장을 빠져나와 한적한 동네 골목에 들어서자 자전거를 세우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며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

금새 익숙해지실 겁니다.
하지만 시장 골목에는 되도록 가지 마세요. ^^;

cryinglover님 글에 답글 달려고 한 건데 엉뚱한 걸 눌렀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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