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대교를 건너면서 한 컷.
잠실벌 상공의 우중충한 대기가
서글픈 조국의 요즈음 현실 같습니다.
예전에 헬멧을 쓰지 않고 나온 사람에게 호통까지 치던 제가
갑자기 서너 달 전부터 헬멧을 배낭 뒤에 매달고 두건만 두른
날건달이 돼서 라이딩을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발 아래에선 닳아빠진 소달구지 바퀴의 소음처럼
늘 삐걱거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지만
클릿 페달을 처음 산 날 잔차포에서 시승을 한 지
3초 만에 자빠링을 한 아픔으로 인해 쉽게 빠지게 한답시고
극단적으로 느슨하게 해 놓은 장력을 무려 2년이나
방치한 채로 무심하게 달리기만 했지요.
집에 오기 바쁘게 기름칠하고 닦고 조이던 제가
어느덧 매너리즘에 휩싸여 일손을 놓는 바람에
그만 제 자전거는 연탄집 흰둥이 강아지꼴로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는 요즘이었죠.
거기다 타는 자세는 어땠다구요.
핸들바가 무신 피아노 건반도 아닐진대
손바닥을 가지런히 편 채로 손을 올려놓고
고속으로 달리는 버릇이 언제 생겼는지도
몰랐지요.
그러다가 오늘 결국 날아갔습니다.
초창기엔 돗수가 있는 선글래스를 끼고 다니다가
동네건달 달밤에 나이방..윽..아니, 선글래스 끼고
떵폼을 잡듯 무슨 겉멋이 들었는지
돗수도 없는 진한 고글을
그것도 땅거미가 지는 해거름에..ㅠㅠ
아무튼
사고 순간 개요입니다.
속도: 27~8km/h
노면: 15cm 정도 높이의 턱을 고글 덕에(?)보지 못함
클릿: 느슨한 장력이 결국 충격으로 한 쪽 발이 빠짐
손의 그립: 손바닥을 쫙 편 상태로 가만히 그립 위에 얹혀 있다가
노면의 충격과 클릿페달에서 발이 빠지는 충격으로 사뿐히 미끄러짐.
경계석 모서리에 찧기 싫어
다이빙으로 몸을 날려 옆의 보도블록으로 날아가
미끄러지면서 장갑의 손바닥 부분이 구멍이 숭숭 나고
걸레처럼 되면서 안 그래도 부실한 무르팍을 갈았습니다..으흑흑..
팔순이 넘으신 제 아버님 젊으셨던 시절의 별명이
'대추방맹이'셨답니다. 저도 그 피를 이어받았음인지
찰과상으로 끝났습니다만, 집에 와서 갈기갈기 찢어진
장갑을 벗으니 손바닥이 퉁퉁 부었네요.
아무튼 자고 나야 알겠지만
내일 부터는 안전장구 철저히!!!!
자세도 안전모드로 환원!!!!!! 입니다.
여러분 안전한 라이딩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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