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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hayoung19562007.08.05 09:40조회 수 813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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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2007년7월28일 토요일 23시40분.

한 여름 밤 나의 일상은 또 다른 자전거 여행이라는 삶으로

가보지 안은 아주 낮선 길로 나를 가게 하는 것 같다.

지리 한 장마 비도 끝나고 불볕더위가 찜통처럼 내려앉는 한 여름.

시원한 그늘 바람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일탈의 마음은

일상의 삶에 지처 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여행인지도 모른다.


28일 오전 자전거 정비를 만반에 준비를 마치고

일상에 잔무도 마치고 오후 9시에 잠시 잠을 청한다.

이번 여행은 자전거로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갈참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자전거로 하는 여행을.

늘 편안하게 자동차로 다니던 길을 피해 한적하고 가보지 안은 길을 찾아

자전거와 나의 동행으로 먼 여행길을 오래전부터 준비 했는지 모른다.

누군가 열흘에 여행을 위해 백일을 준비하라고 했듯이 준비는 오래전부터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와 마음 설렘도 있지만 혼자 떠나는 먼 길에 두려움도 없지 않다.

그렇게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뒤척이기를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11시에 눈이 떠진다.

더 잠을 청하기에는 틀린 것 같고 해서 이내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23시40분에 내 사랑하는 애마 엘쏘시 와 집을 나선다.


토요일 밤 아니 날씨가 더워서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초저녁처럼 북적거린다.

얼 치 호프집을 지나면서 보니 아시안 컵 축구 한일전이 있나보다 함성도 들리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힘껏 페달을 저어 천호대교를 넘어 가보지 안은

길을 찾아 한여름 밤 긴 여행에 힘을 더해본다.

하남시를 거처 팔당대교를 건널 때는 시원한 강바람이 등줄기에 땀까지 식혀주는 것 같다.

이내 구불구불한 지방 국도로 접어들자 도회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어두움이 저 만큼 앞마저 분간이 어렵다.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이 아니면 너무도 조용한 한여름 밤의 텅 빈 도로.

어느새 입에서는 콧노래마저 나온다.

한여름 밤 자전거 여행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세상마저 잠든 조용한 거리를 마음껏 페달을 저으며 달리는 이 기분.

어쩌면 삶은 이런 것이 아닌가싶다.

행복이라는 것은 결코 큰 것 에서 얻어 지는 게 아니라

작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면 그게 행복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1시간30여 분을 달려 양평을 지나 점점 뜸해지는 차길 을 그렇게 달린다.


얼마나 더 갔을까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이 보인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인가 보다 앞이 분간이 어려운 대신

페달 링을 하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아마 언덕인가보다 한적한 시골길 한참을 가도 자동차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온 몸은 땀에 젖어 물기가 축축하다.

도둑고개를 넘고 내려오고 온통 고개 언덕으로 이어지는 힁성 을 지나

황재라는 아주 긴 고개를 또 넘을 쯤 서서히 어두움은 임무교대를 서두르듯

아침이 밝아온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까마득한 고개들이 뱀 등처럼 휘어져 그 길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잠시 지친 육신을 달래며 쉬어간다.


여행에 즐거움은 어쩌면 여유가 아닌가싶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어제의 삶을 한번쯤 돌아 볼 수도 있고

어제까지 채워진 잡다한 일상들을 털어내고 비어있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일상으로 채워 가는 게 여행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싶다.

산골의 이른 아침은 지난밤에 내려앉은 운무에 쌓여 마치 신선이 밤새 쉬어간

자리처럼 신비감 마 져 느껴진다.

나무 가지를 흔들며 저만치 지나가는 바람

형체는 없어도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는 것 같다.

코딱지만한 새들이 나무 가지 숲에서 먹이를 쫓는다.

나도 배낭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한입 베어 문다.

서서히 벗겨지던 지난밤에 여운은 그렇게 사라지고 환한 세상으로 자리바꿈을 한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밝지만 서서히 지처 가는 다리는 힘겨움을 느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강원도.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심신산골로 불려지던 그곳을 지금 난 넘고 있다.

태기산

올라 도 올라도 끝을 모르고 높고 휘어져 있는 준령

타다가 끌다가 그렇게 힘겨운 사투를 하며 언덕을 오른다.

내 깐에는 망우 산에서 언덕훈련을 했다 싶었는데 이 긴 고개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어느새 햇살은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을 짜낸다.

서서히 지쳐가는 육신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리고 잠시 고개 중턱에서 휴식을 청한다.

휴대폰을 꺼내 강릉에 있는 벗에게 기별을 알린다.

지쳐있으니 좀 데려가라고 투정도 부려본다.

배낭에서 간식을 꺼내 한입에 넣고 다시 출발을 서두른다.

이 고개만 넘으면 장평이다.

여기서 강릉까지는 40km 정도 남았다.

거리 수치로는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이곳에 특성상 고개 언덕 이런 것을 감안 하면

평지에 70km로는 족히 되는 거리다.


한문에 천리지행시어족행 이라고 했던가.

천리 길도 한 거름부터라고 그렇게 힘겹게 태기산 정상에 오르니 산위에는 안개에 싸여

촉촉한 안개비까지 내린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산 아래와는 다르게 한기까지 느껴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안개에 묻힌 산봉우리마다 마치 키 재기를 하듯 머리끝만 내 밀고 안개에 묻혀있다.

산은 언제 봐도 정직하다.

그 누구든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라온 만큼만 보여준다.

올라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코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늘 나는 이곳에 올랐기에 산 정상은 나를 맞아준다.

나와의 끈질긴 인내의 싸움 입안에 단내와 땀구멍마저 말라붙은 지금

거친 숨을 다 토해 낼 즘 다시 자전거에 올라 이제 내리막길을 달린다.

세상에 위치는 거슬릴 수가 없는 법 올라가면 내려오는 길도 있는 법

이제 힘들게 올라온 만큼 내리막길은 또 하나의 선물처럼 바람을 가르며

그간의 수고를 털어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저 만큼에서 기별을 받고 달려온 고향에 벗을 만났다.

반가움에 악수를 청하고 우리는 장평 어느 허름한 해장국집에서 아침상을 함께했다.

그때 시간이 am:7시30분.

당당 7시간50분을 달려 장평에 도착했다.

이제 강릉까지는 40km

우리는 해장국집에서 그간에 안부도 묻고 어제 밤에서 지금까지 무용담도 곁들이며

오랜만에 엉덩이를 편편한  바닥에 대고 쉬었는지 모른다.

한잠도 안자고 달려온 고단한 후유증은 배가 부르자 졸음으로 이어진다.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는 수없이 친구의 차에 자전거를 싣고 남은 거리를 편안하게 차안에서 보낸다.

대관령 중턱쯤에서 우리는 번데기도 사먹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강릉을 그렇게 내려 다 보며 옛날을 추억했는지도 모른다.

빗방울은 점점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는 그렇게 한낮에 열기를 식히고 지나간다.


다음날30일 월요일.

부모님 산소가 있는 대관령 산자락 왕산골로 작은 형님과 다녀오고

잠시 들린 고향에서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언제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고향.

그러나 부모님이 안 계시는 고향은 언제부터인가 타향 같은 느낌이 들 때도

그러나 돌아보면 언제나 그리운 곳.

가끔은 너무도 그리워 눈가에 눈물도 훔치고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행한다.

짧은 시간에 긴 여행.

냉방이 잘된 고속버스에 오르자 이내 그간에 쌓인 고단함은 잠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숨차게 달린 버스는 오후8시쯤에 서울에 도착

2007년7월 여름휴가는 자전거여행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2007년7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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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좋은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덕분에 맘속에 자전거와 함께하는 여행을 품게 되었네요.
  • 태백산맥.......설악산,오대산,속초,강릉...영원한 저의 로망입니다^^**
  • 아주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부럽기도 하고.........
  • 알찬 여름휴가 멋지게 보내셨습니다.
    고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 산은 늘 정직하게 그 자리에 있군요
    올라온 만큼만 내려가게 해주는...
    한 수 배웁니다
  • 삶의 여유가 느껴지십니다 ~ 정이 있는 글이네요~
  • 300으로 가는 열차도
    20으로 가는 잔차도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더군요^^
    느림의 미학이라고나할까?
    빠른것을 탈수록 조급해지는데
    느린것으로 가면 여유가 생기는것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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