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다
뜬금없이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강기슭에서 좌판을 놓고 과일을 파시는 할머니와
고작 눈을 살짝 마주치고는 한 번 싱긋 웃은 게
자전거를 보아 달라는 무언의 부탁이라도 성사시킨 일인 양,
자전거를 할머니 옆에 어물쩍 세워 놓고
강물로 첨벙 뛰어들었는데
(이런 경우는 사실 과일을 다만 몇 알이라도
팔아 드려야 합당한 거래일 텐데..이 자린고비 같으니..)
아무튼 시원한 강물에 몸을 담그니
느리고 잔잔한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었다.
'그래 이 참에 수영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서
철인3종 경기에 한 번 나가 보는 것도 괜찮겠지'
흐르는 둥, 마는 둥, 물살이 워낙 느려서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오백여 미터 정도 거슬러 올라갔나?
시야의 오른쪽으로 눈부신 모래밭이 나타났다.
갑자기 또 모래가 밟고 싶어 물에서 기어 나와서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래..철인3종엔 마라톤 종목도 있겠다?'
아마 두어 굽이를 그렇게 헤엄을 치고 달려서 돌았나 보다.
처음 출발한 장소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뿔싸...
갑자기 자전거의 생사(?)가 울컥 궁금해졌다.
가심팍 언저리가 금즉하야 허겁지겁 강기슭으로 뛰자니
아직 덜 다듬어진 뾰족한 준조약돌(?)이 발을 찔러도
'내가 필시 더윌 먹어서 정신이 나갔을 거야'
'내가 미쳤지...'
'아이고~ 내 자전거야~'
계속 자책하며 내달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죽어라 내달린 끝에
이윽고 자전거를 세워 둔 곳에 다다랐다.
혹시나 자전거가 그 자리에 없는 참상이
눈에 뜨일 것 같은 너무도 불안한 마음에
자전거를 세워 둔 장소를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기로
눈꽁댕이에 힘을 주어서 실눈을 만들어 가지고는
눈앞의 풍경을 잔상 비스무리하게 만들며
반 장님처럼 나아갔는데 그 허상, 아니 잔상들을
이리저리 조합을 해 보아도 자전거 비스무리한 게
통 만들어지지 않는 거다.
'아이고..어쩐다냐...'
실눈을 지탱하고 있는 눈꽁댕이의 힘을
살살 풀어 주면서 눈앞의 광경을
좀 더 구체적인 실상으로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 자전거가 없다..엉엉
아이고 그게 어떤 자전거인데.
예전에 중랑천 콘크리트 제방 아래로 구르는 통에
온 몸이 강판에 살짝, 그러나 골고루 갈린 홍당무 꼴이 되자
그 꼬라지를 보고 격분하신 마눌이 망치를 들고
'내 이놈의 자전거를 때려부수지 않으면 영감 죽이고 말지'
를 연발하며 달려드는 걸 혼수상태에서도
분연코 막아냈던 자전거였는데..엉엉...
낳은 지 일 주일도 안 돼서 새깽이들이 팔려가
망연자실 개집 주위를 허둥거리는 어미개처럼
마냥 허둥대며 좌판을 벌이신 할머님 주위를
넊이 반쯤 나간 채 그저 맴돌던 이 덜떨어진 인간이
무슨 똥배짱으로 할머님을 추궁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할머님!! 자전거 좀 잘 보고 계시지..없어졌잖아욧!!!'
"엥? 뭔 소리여? 시방? 내가 누구 건지 워떠케 알것냐 말여..왜 그랴?"
"아까 할머니 눈을 보면서 웃..%^**+_+거시기.."
"뭐라는 겨? 구신 씻나락 까잡숫는 것도 아니고?"
"에효~아녀요...할머니.."
엉엉..
처음엔 자전거를 가져간 도둑님을 향해
용암처럼 끓어 오르던 격렬한 분노가
급기야 아둔하고 미련하기 이를데 없는 나자신에게로
역류하기 시작하면서 자책하고 또 자책하면서
그저 머리를 쥐어 뜯고만 있었는데
이 대목 정도 와서
좀 더 냉철한 분석을 했어야만 했다.
내가 강물을, 그것도 상류쪽으로 거슬러
오백여 미터를 올라갈 정도의 수영 실력은 커녕
전력을 다해 보았자 겨우 개헤엄으로
몇십 미터 푸닥거리는 정도의 실력이라는 사실과
평소에 자전거를 매우 꼼꼼하게 챙긴다는 사실과
할머니께 과일 한 개 팔아 드리지 않고
자린고비처럼 자전거를 무언 중에 부탁할 정도의
몰염치한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현실과 냉정한 비교 분석을 했어야 했다.
아마 그랬으면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란 걸 한시바삐 깨닫고
힘차게 머리를 쥐어박아 꿈에서 빨리 깨어나
그토록 오래 원통해하고 분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 년에 열 댓 번은 족히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는데
어제는 너무 리얼하게 꿈을 꾸었다.
날씨 탓이다.
된장... Ø,.ㅡ
낚시 아녀요...
...
정말이라니깐요?
팽~=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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