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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머리속에 들어가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franthro2007.11.17 18:45조회 수 858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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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맹이 여자 조카애들이 놀러왔는데 바둑판을 보더니 바둑을 가르쳐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바둑을 못두니 바둑알을 엄지손가락으로 쳐서 바둑판밖으로 밀어내는 놀이나 같이할까 하다가 이왕 하는거 오목이나 가르쳐주자라는 생각에 바둑알 똑바로 다섯개만들면 이기는거다, 세개 나란히 있으면 잘보고 미리 막아라 일러주고 여러판을 뒀지만 자기네 집에 돌아가는 그 시각까지 한번도 저를 이기지를 못했습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건만 갑자기 다른 방으로 가더니 짜증을 내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막 찔끔찔끔 우는 것입니다.  재미있게 노는데 집에 가자고 그래서 그러는거냐고 물어봐도 도리질을 하고 대답을 안하다가  집에까지 차타고 가면서 뭐 먹을거 사줄테니까 슈퍼에 가자고 달래면서 왜 우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한번도 못이기고 저만 자꾸 이겨서 울었답니다.

허허 참, 처음 해보는거니까 지는게 당연한거지 뭘 그걸 갖고 그러니.  다음에 올때는 꼭 이겨라 그러고 돌려보냈습니다.  

돌려보내고 나서 드는 생각이 바로... 다른 사람의 머리속에, 가슴속에 들어가서 뭘 생각하고 뭘 느끼는지 좀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우사가 흔드는 빨간천을 소는 회색으로 본다더니(맞나요?  암튼 소는 색을 구분하지 못한대요)  결국 투우사가 흔드는 빨간 카포테(capote)를 보고 더 흥분하는건 소가 아니라 사람인가봅니다.  사람이 보는 외부사물과 소가 보는 외부사물이 전혀 다를진대 하물며 곤충들이 보는 이 세상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과는 아주 다르겠지요.

결국은 일체유심조라는 말도 과학적으로 봤을때 틀린 말이 아니군요.   우리가 보는 외부 세상은 감각주체가 어떤 감각기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또한 생물학적으로 같은 감각기관을 갖고 있어도 생각하는 방법과 마음쓰는 방법에 따라서도 외부사물을 받아들이는 양태가 천차만별이니 천이면 천사람, 만이면 만사람 다 자기 개성이 있고, 세계관과 인생관이 다를테지요.

오늘은 다른 사람들 머리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날입니다.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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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제가 지금도 자식들하고 체스를 두지 않습니다
    놈들이 예닐곱살 되었을 때 체스를 가르쳐 보았지요. 처음에는 애비에게 지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기더니 어느 때부터는 지고나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때 저는 부모자식간에도 경쟁은 존재하는 구나. 세상이 경쟁이구나. 느끼게 된 거죠

    요즘은 우스게 소리라도 체스 한번 두자고 하면 놈들이 피합니다. 저는 서글프기도 하지만
    바야흐로 놈들도 생존경쟁의 살벌함을 느끼는 구나 생각하면서 웃기만 합니다.

    좋던 싫던 인생은 적자 생존이지요. 서글프지만....
  • 사람들은 곧잘 태평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합니다.
    꽃과 나비를 칭송하고 평화롭게 풀을 뜯는 사슴을 노래하고
    시와 그림으로 그 평화로움을 그려냅니다.

    그러나 자연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미생물부터 영장류까지 매순간 살육이 난무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무대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무자비함이 난무하는
    연옥의 세계죠.

    이처럼 명백하게 눈으로 보이는 자연의 실상도
    미욱한 허상에 가려 통찰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 하심은
    너무 무리한 욕심은 아니신지요? ㅎㅎㅎ
  • 아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싶으실 땐
    "머글꺼 마이 사주시믄 되십니다요."...>.<::ㅎ
    날이 춥습니다...감기조심 하시길 바라며...^^
  • franthro글쓴이
    2007.11.18 16:00 댓글추천 0비추천 0
    너무 무리한 욕심을 자제하고 제 머리속이나 잘 들여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yeinthesky7님 말씀처럼 오늘 날이 춥네요.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 타인의 머리속에 들어 가셔서 길잃어 버리시면 어쩌시려고 ㅎㅎㅎㅎ
    머리속이 무척 복잡할듯 .................
    가끔 내가 나를 모를때도 있으니~~^^;;
  • 청죽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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