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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밤....

풀민이2007.11.27 18:45조회 수 880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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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12월 초.....고등학교 2학년...
서울시 연합 고교 문학 써클(지금은 동아리???)에서는 한창 문학의 밤 준비로 바빴다.

서울 시내...여러 고교 써클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사회인 선배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써클은 그리 많지는 않은 때라....
남녀 고등학교의 회원들은 방과후...청량리..왕십리..명륜동..일대...학생회관으로
모여들어 문학의 밤 준비에 분주하였던 때였다....

프로그램 순서를 정하고....
시와 꽁트..수필을 낭송하기 위한 작품들을 선정하고....
그에 따른 낭독 연습과...배경음악 선정...
그리고 무대 조명....
고3 선배들은 대입 마지막 본고사의 준비로 정신 없었을 때였지만...
고2의 우리들은 후배들을 데리고....이리저리 뛰면서 하루가 너무 짧았었다.

그리고...위 일정을 이끌고 나갈 사회자 선정....
어이없게도(??) 참여자가 거의 없는 관계로....남학생으로는 내가 사회자가 되었고...
여학생으로는 모 여고의 아리따운(??)...동급생...L양....

그렇지 않아도 준비할 것이 많아서 정신없는데....사회자 멘트까지 나보고 작성하라고...
일단 그러마...하고 하긴 했는데....
그만..이것 저것..참견(???)하느라 사회자 대본을 준비를 못했었다....
사회자 대본이 준비가 되어야..전체 연습도 하고...여학생은 그 대본을 외워야 하기도 할 텐데...
기다리다 못한 L양이 할수 없이 직접 작성을 하고...나의 몫은 외워 오라고 던져 주는데...
그나마 그것도 변변하게 외우지 못했다는.....ㅠㅠ

결국 대본은 슬쩍슬쩍 보고 하겠다는 꼼수(??)를 품고..문학의 밤... 당일이 되었다....

먼저 1부 순서 진행....
까이꺼....그나마 제 정신(??) 있던 시각인지라..적당히 에드립도 섞어가며....
슬쩍 대본도 보아가며....그런데로 잘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2부 시작 전 Sing along 순서.....
근데..당시 한창 신인가수로 뜨기 시작했던 남궁XX 선배...(우리 동아리 선배님..)이
펑크를 냈다....아마 연말이라서 예상치 못한 방송 스케쥴이 잡혔던 모양인데...
일단 뜻하지 않은 변수에 참으로 당황이 되었나 보다....

그 펑크를 메우느라....어떻게 시간을 떼웠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암튼 그런 분위기에서....2부가 시작되었는데.....
이런..이런....
2부 시작과 동시에 조명을 담당하던 사람이 바뀐 것이었다....너무 어두웠다..사회자석이...

2부 부터는 그나마 대본도 다 외우지 못했었는데.....어두워서 대본도 안보이고...헉???
암튼..내가 멘트를 날려야 하는 상황...
기억을 더듬어..시 한소절 읇어야 하는 대목은 분명한데....

"시몬..너는 아느냐..낙엽 밟는 소리를..??"  (맞나???)
근데..이 간단한 한소절을 버벅거리기 시작하면서.....온몸에 땀이 나기를 시작했다...
"시..시..몬...!!  넌 아...냐??....낙엽...밟았냐???"....(도체 뭔소리여~~~)
순간..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흘렀다...
그 웃음은 점점 커지더니....박장대소로 이어지고.....

상대 여학생 사회를 보는 L양은...그 진지한 순간...웃음이 터져 나오자..당황을 하였는지..
자기 멘트를 잊어 버리고....
(에라이...보르겠따!!!!)

"암튼 ..다음 순서는...누구누구의 수필 낭송이 있겠습니다..."

그렇게 엉망진창..2부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왔다...
물론.. 2부 내내 지금으로 말하면 개그 코너 하나 하고 온듯...
문학의 밤이 개그 콘서트가 되었고...

무대를 내려와 옆방으로 들어가자..사회인 선배들이 웃으며..어깨를 두들겨 주며...
"야!! 임마...내 여태 껏..수많은 문학의 밤을 봤지만...이렇게 재미있는 것은 처음이야...
자알~~했쓰~~~~!!!!"

"????????!!!!!!!!!!!!"   참내..이거 정말 칭찬인지...놀림인지...아직도 궁금하긴 한데...
하지만..같이 자리를 했던 여학생  L양은 단발머리가 산발된(???..) 채....
눈에 눈물이 고여서....고개를 숙이고 있고....

허어 참..미안하기도 하고..챙피하기도 하고....
근데..자꾸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는 사회라고 하고....헷갈리는데....
순간..문이 열리면서....철영이라는 1년 후배가....
"선배님!!!...L선배님이 그 대본 쓴다고 3일 동안 밤새 고생했는데....2부 멘트 중..
대본에 있는 것은 두소절이 채 안되던데요???..너무 하셨쎄요~~~" 하는 것 아닌가....

분위기 싸~~~해지며..난 슬금슬금 L 양을 피해서 그대로 줄행랑....

.......................................

어제 문제 하나가 핸드폰으로 접수 되었습니다...

'OO 써클 문학의 밤..선배님 초청...몇년 몇월 몇일..장소 OO회관 후배 이철영 올림'  

이미 30년이 된 세월이건만....이놈은 때마다 전화로..메일로..삐삐로..핸폰으로...
이젠 문자로....빼놓지 않고 아픈(??) 곳을 건드리며...30년 가까이 우려 먹습니다....

고이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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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그래서 풀민님의 글이 예사롭지 않았군요.

    그런데 한 번이라도 가 봤으면 좋았을테지만
    저는 구경도 못했네요.
  • 풀민이님 덕분에 한바탕 웃고 기분 울트라무한짱업되었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
  • 마음도 좋으슈..
    어떻게 고런 후배를 30년씩이나 살려 둘....
    (잉? 어떡하라는 겨?)

    =3=33=333=33333
  • ㅎㅎㅎㅎ 문학의 밤 ^^

    레이님 댓글에 저도 모르게 ^^
  • 좋은 학교 나오셨네요 몇십년이 흘러도 문학의 밤이 계속 된다는 것은

    학교의 자랑이자 졸업한 선배의 자랑거리 아니겠습니까 ㅎㅎ
  • "시..시..몬...!! 넌 아...냐??....낙엽...밟았냐???"....
    갑자기 고 이주일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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