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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쓴 것이 낫다?

구름선비2008.06.19 20:40조회 수 2066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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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니 좋습니다.

산에가면 미끄러울 것 같고
오후에 나가기도 멀어서
그냥 동네나 한 바퀴 돌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 한삼덩굴이 우거져
길을 쳐 놓은 곳도 어떻게 되었나 가 볼겸
싸구려 노* 바지에 뻘건색 T를 걸치고 나섭니다.
자전거와 헬멧, T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약수터의 물은 먹으면 안될 듯 합니다.
건수라 그렇고, 이미 재 검사 기일도 지난 곳이라
그래서 물통에 물을 넣고 나갑니다.

바퀴에 바람을 너무 많이 넣고 타다가
다친 후라 타이어는 꼭 만져 봅니다.

신발을 다 신었는데
바람이 너무나 적습니다.

마누라에게 펌프를 가져다 주면 넣고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나가겠노라고 하니
그냥 다녀오랍니다.

자전거를 끌고 초등학교 앞을 지납니다.

비가 오고 난 후라 맛은 없을 것 같지만
돌아오는 길에 학교 담장에 있는 버찌를 따 먹겠다고
다짐합니다.

할머니들이 운동하는 배드민턴 클럽을 지나서 평탄한 산책로를
달려 내려가는 것이 저의 워밍업입니다.

부상 이후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평탄하고 짧은 길을 타도 힘들고
나즈막한 업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차량이 한 대 다닐 수 있는 너비이니 자전거를 탄 사람과
산책객이 부딪힐 일은 없는 곳이지만
꼭 자전거가 가는 곳으로만 오는 분이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길의 험한 곳을 택해서 달려 내려가는데
하필이면 험한 곳, 내가 지나가고자 하는 곳으로 피하는
심사는 나와 같은 뜻일까요? ㅎㅎ

다시 배드민턴장에 가서 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너무 짧은 거리를 타고 마시는 물이라
혼자 쑥스럽습니다.

며칠 전 깎아 놓은 한삼 덩굴이 있는 곳을 가 보니
깎여진 풀 사이로 남겨진 풀이 기세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살아 남은 한삼덩굴은 더욱 푸르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농사꾼들의 말처럼 '돌아서면 자라는 게 풀'이라던가요.^^

임도처럼 비포장인 길을 내리 달리며 오늘은 브레이크를 손봐야겠다고
또 다짐을 합니다.

라이딩을 하면서는 늘 끝나고 나면 브레이크를 손봐야겠다고 하지만
돌아오면 그냥 팽개쳐 두고 다시 나가면 후회하고를 연속하는 요즘입니다.

땀을 식힐겸 초등학교로 갑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접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 건물을 돌고 있습니다.
나도 처음 자전거를 사고는 이 건물을 돌았습니다.

한 번은 초등학생 아이와 경주를 벌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아주머니의 라이딩에 방해가 되지 않게 뒤를 따라 가다가
그 아주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스탠딩을 해 봅니다.
아주머니가 몇 바퀴를 돌 동안 그렇게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과 스탠딩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이
더 힘들까 생각해 봅니다.

아까 보아두었던 담장의 벚나무 앞으로 갑니다.
며칠 전에는 덜 익어서 선택적으로 따 먹었지만
오늘은 한 번에 다섯 개씩은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일이라는 것이 비가 오고나면 맛이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깨끗하기는 할 겁니다.

그렇게 손가락에 물이 들 정도,
더 먹으면 배탈이 날지도 모른다고 판단할 때까지
버찌를 먹고나니
이제
브레이크를 손 볼 생각이 납니다.

내가 사는 서민아파트,
자전거 타는 사람이 드문 곳입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왔는데 자전거를 끌고 나온
초등학생 아이가 있습니다.

심심하니 그 녀석과 잠깐 놀기로 합니다.
뻘건 자전거 복장이 관심이 가는지
녀석도 관심을 보입니다.

일부러 스탠딩을 해 보입니다.

자나가면서 보는 듯 하더니 돌아와서
자전거를 세우고 쳐다봅니다.

일단은 눈길을 끌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너 아저씨 처럼 서 있을 수 있어?"
"아뇨"
"왜 못해?"
".............."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께"

아이에게 스탠딩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떻게 하는지
브레이크는 어떻게 잡고, 어떻게 중심을 잡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합니다.

아이가 몇 번 해 보더니 자신이 없어 합니다.
"그 정도면 잘 하는거야"
"아저씨는 너 보다 더 못했어"

아이가 씩 웃습니다.

이제는 브레이크를 손봐야 할 때입니다.
가방을 메고 나오지 않았으니 집에가서 육각렌치를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아파트 계단 앞에 널부러 앉았습니다.

부상을 당할 때 그랬는지 로터가 휘었습니다.
Shop에서 수리를 하긴 하였는데 완벽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와서 돗보기를 쓰지 않고는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터라
헬멧을 벗고 고글도 벗습니다.  

고글을 쓴 것 보다는 좀더 잘 보이는 듯합니다.

패드를 빼 내고, 양쪽이 대칭이 아닌 피스톤 부분을 맞춥니다.

잠시 아파트 주차장을 돌던 아까 그 녀석이 와서 관심을 보입니다.

"뭐하세요?"
"응~~ 수리 좀 할려고~~"

"아저씨~~"

"왜?"

"헬멧 쓰는 게 낫다."

"응?"

"젊은 아저씬 줄 알았더니~~"

"네 아빠보다 나이 많은 아저씬줄은 몰랐지?"

"네"

"아저씨~~"
"응?"

"헬멧 써요!"

"그럴까?"

ㅎㅎ 녀석들
실망이 큰 모양입니다.

주섬 주섬 육각을 주머니에 넣고,
헬멧을 쓰고, 고글을 다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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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좀 부탁해요^^;; (by ahlqldntm) 자전거 놓고 차 몰다가 접촉사고 냈네요..ㅠㅠ 덤탱이 (by climb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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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잘 읽고 갑니다...^^ 조용한 밤이군요..
  • 이제 바니홉 , 매뉴얼 , 윌리 , 스타피즈 등등만 남으셨군요.

    그외것들은... 생략..ㅎㅎ
  • 녀석들~! 자장구 아저씨가 더 젊어진다고 사탕하나 생기는 것도 아닌것을...;;
    운동장 몇 바퀴 돌 동안 스탠딩이면 일~이십분 이상 서 계셨겠네요..오~~!
  • 오늘의 일기 - 끝.
  • 나두 스탠딩하고싶다.ㅠ.ㅠ
  • 글이 아주 간결하고 담백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점심 먹고 커피한잔 마시고 난 것처럼 기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헬멧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 한편의 영화를 본것 같습니다..예전 한석규가 나왔던 "8월의 크리스마스" 처럼...
    구름선비님.. 안녕하시죠?
  • 여운이 남는글이네요. 담백하지만서도요. 술한잔하고 잔차타고 집에 돌아왔거만, 저도 다시 밤바람 쐬러 나가고 싶네요. 사실은 나가지 못하겠지만서도요..
  • 한편의 수필이네요. ^^ 연륜이 느껴집니다.
    스탠딩.. 그런 기술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페달질만 해오다가 오늘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 늦은 시간에? 하시는 분들 계시겠죠? ㅋㅋ 이제 운동하러 나갑니다. 와이프 일 도와주다 보니 늦었네요. ^^
  • 구름선비님................충격 받으신것은 아니시죠
  • 구름선비글쓴이
    2008.6.20 03:25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일찍(?) 깨어나네요^^;;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하는데
    이 녀석이 뻘건 티에 뻘건 헬멧을 쓴 사람이
    그렇게 나이가 많은 사람인 줄은 몰랐나 봅니다.

    ducati81님,
    항상 따스한 댓글 감사합니다.

    뻘건달님,
    몸치라 그런 것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스탠딩은 조금 됩니다.

    netmagic님,
    그런 것은 아니구요.
    학교 건물을 돌아오는 시간이 1~2분이나 될까요? ㅎㅎ

    k1337548님,
    ㅎㅎ 일기 정도의 글이 저에겐 잘 맞더군요.

    하늘바람향님,
    프레임 새로 사셨던가요?

    heeminok님,
    호평 감사합니다.

    쌀집잔차님,
    항상 여유있는 댓글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벽새개안님,
    헬멧을 쓰면 젊어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한라san,
    반갑습니다. 잘 생기신 얼굴이 눈 앞에 크게 오버랩 되네요^^
    깜장님 빨리 일어나셔야 할텐데요.

    부루수리님,
    자전거를 바꾸시고 기행(?)이 적어 지신 것 같습니다.

    calm1004님,
    나이 들어서 시작한 자전거
    스탠딩을 해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겁이 많아서
    안장에 앉아서나 좀 합니다. ㅎㅎ

    STOM(스탐)님,
    청춘의 시간은 중요합니다.
    그나마 자전거라도 시작했으니까
    젊은 분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충격은 아니구요.
    제가 볼 때도 헬멧쓰고 고글쓰면 좀 낫더군요^^;;
  • 한번 뵙지는 못했지만
    구름선비님 글을 가끔씩 읽을때면
    꼭 아이디와 같이 아름다우신 분 같다라는 생각이듭니다
    아침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 서로가 험한길은 택함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요?
    선비님의 진솔하신 속내를 보는듯합니다.. 잘 읽고갑니다..~~
  • 저는.. 버프쓰고 있을때가 낫다.. 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ㅡ.ㅡ;
  • 위에 댓글 보고 웃느라 배가 다 아픕니다.

  • 개굴손꾸락님 그럼 며칠 전 올라온 예쁜 올챙이 아빠는 혹시...옆집 아저씨? ㅋㅋㅋ(농담입니다. ^^ 뭐 아시겠지만)

    전 그래서 도로에서 운전자(차량)와 시비 붙으면 고글과 헬멧부터 벗습니다.

    아직 젊디 젊은이로 볼까봐...ㅋㅋㅋ

    선비님 수필 참 예쁩니다...
  • 한편의 수채화 같은 글입니다
    늘 그런 생활이 되시길...
  • ㅋㅋㅋ 확실히 잔차복장이 잘 어울리시죠 ㅋㅋㅋ 선비님 회사복도 멋찌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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