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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량아! 문추야! 쬐께 지둘려야 쓰것다!

靑竹2008.07.27 01:24조회 수 1238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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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군 휘하의 맹장인 화웅의 뛰어난 무공에
조조군을 위시한 제후 연합군의
장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갈 무렵,

"제가 화웅의 목을 베겠습니다"

라고 선뜻 나선 장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제후 연합군의 한 귀퉁이에
별 존재감 없이 유랑군처럼 속해 있던
유비군의  맹장 관운장이었으니...

무명의 장수가 시건방을 떤다며 격노하는
좌중의 수많은 장수들이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출전시키기로 정하고 관우에게 따뜻한 술 한 잔을 권하는데...
관우는 시건방(?)을 떨다 못해 한 술 더 떴다.

"이 술이 식기 전에 저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와 마시겠습니다"


결국 청룡언월도를 비껴들고 질풍같이 내달아
단 번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술을 마셨다는 위의 이야기는 다섯 번을 읽은 삼국지의 유명한 대목이다.



심정이 뒤숭숭한 일이 있어 두어 달 잔차질을 못했다.
오랜만에 잔차복을 차려입고 두건을 쓰고 배낭을 메고 헬멧을 썼다.
예전에 거의 매일 오르던 산에 오를 참이었다.

그간 저녁을 먹은 뒤에 그저 평상복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로 클릿페달을 설렁설렁 밟으며
평속 10 킬로미터 이하로 아파트 주위나 어슬렁거리다가
작심하고 출정을 하니 딸아이가 놀란다.

"아빠! 이제 자전거 타는 거야?"

"그래"

"지금 또띠아 만들고 있는데 드시고 가셈"

(또띠아: 멕시코 전통음식. 구운 밀가루 반죽 위에 닭 가슴살과
각종 야채를 얹어 커다란 시가처럼 말아서 먹는 음식- 맛있음  ㅡ.ㅡ;;;)

"엉? 그러냐? 지둘려라. 애비가 산에 휑하니 올라갔다가
식기 전..아니지(또띠아는 차다) 파리가 미처 앉기 전에
와서 먹으마"

진중을..아니, 현관을 나서서 질풍처럼 내달아
횡단보도를 건너서 산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할 때도 몰랐다.
안량과 문추의 대역인 산자락 초입과 맞닥뜨렸을 때
이상하게 발바닥에 통증이 밀려왔다.

"안량아! 문추야! 쬐깨 지둘려야 쓰것다!"

"왜?!!!!"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급허게 오다 봉께로
거시기..청룡언월도를 집에다 놓고 오지 않았겄냐."

나간 지 오 분여도 안 돼서 현관문을 허겁지겁 열고
진채..아니 집으로 들어가니 딸아이가 놀라서 묻는다.

"허걱! 벌써 갔다 왔어?"

"아니..그게..거시기..언월도가..."

슬리퍼를 벗고 허둥지둥 클릿신발을 발에 꿰자니

"푸하하하하하하. 아빠 하는 일이 늘 그렇지? 큭큭큭"

"시끄럿! 이 정도면 평균치여..궁시렁궁시렁"


소심한 나와는 달리 가녀린 체구임에도
무척 대범한 성격의 큰누님이 계시는데
마흔 중반에 운전면허를 딴 이 누님이
면허증을 받은 그 다음날로 곧바로 차를 몰고
속초를 다녀와서 온 식구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었는데

이 누님이 하루는 꽤 비싼 신발을 신고
자형과 부부동반으로 유원지에 놀러가신 적이 있는데
누님께서 아는 분을 만나 운전석에 앉은 채
두 발을 땅에 내려놓고 그 분과 이야기하다가
더운 날씨에 이야기가 길어지자 신발을 벗고
그 위에 발을 얹고 이야기한 건 좋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내릴 때 보니
신발이 없이 맨발로 운전을 하고 왔더란다.
유원지 땅바닥을 현관으로 착각했던가 그대로 발만 올리곤
차 문을 닫고 출발하고는 계속 맨발로 운전을 하신 거다.ㅋㅋ
클릿페달을 슬리퍼로 내리 밟으며 산자락 초입까지 간
내 꼬라지나 맨발로 서울까지 운전하신 누님의 꼬라..아니 모습은
가히 집안의 자랑스러운 내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흠. (흑흑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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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큭...큭~큭~울....청죽형님 하시는게 다....유전자 탓인거 보구만유....ㅎ

    오랫만에,
    형님의 푸른 서체를 보니,
    형님 만나봰것 마냥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요...^^

    이제,
    평온하신 마음과 옥체를 보존 하시옵고
    형님의 사람사는 향기 가득한 수필 자주 접했으면 좋겠씨유~

    형님....사.랑.혀.유............ㅣ^^/~*
  • 고글, 휴대폰, 장갑, 헬멧,,,출정시 자주 빠뜨리는 물건들입니다.
    아직까지 슬리퍼 신고 나갈 정도는 아닌데 흠흠흠 ==33=333
  • 얼마나 고대하던 녹색 글씨인가!!
    반갑습니다.

    앞으로는 급수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상당한 고단수십니다. ^^;;
  • 하하하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누님께서 면허증 따자마자 속초까지 다녀오셨다니
    정말 대범하시군요, 웬만한 남자들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 근디...그 속초가(??) 바로 그 속초가 맞는데요???

    청죽님네...형제...DNA구조 중 지리학적, 위치 추적용 염기 서열에 문제가 있다는 학설이....
    파다한지라.....
    청죽님 누님의 방향 감각으로..속초가 맞는지도 궁금하고....
    초 단기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멘토의 원조인지라....
  • 글쎄요???
    저는 조자룡 헌칼휘두르듯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군요 ㅋㅋㅋㅋ

    삼국지 의 여러장면중에
    서로 좋아하는 장면이 틀리지만
    저는
    조조에 대군을 장판교에서 홀로 맟서는 장비....

    바로 요 장면을 좋아합니다.

    바로 똥배짱...

    언제함
    쮸카이하고,길치,방향치에 지존이 누군지
    가려봐야 될텐데???

    아마 !
    쥬카이가
    술이식기전에,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오래만에 수원에 ㅜ내려와 놀고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8.7.27 15: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으~ 하여간 저 풀翁의 눈치 땜시...)

    뭐 누님의 말씀으로는 속초삘이 확실허게 났다고 합디다.!!!!
  • 2008.7.27 18:03 댓글추천 0비추천 0
    라이딩하러 간다고 헬멧, 신발 , 가방 다 매고...
    집 (목동)에서 안양천 둔치까지 걸어간 1人

    ㅜ.ㅜ
  • '술이 식기전에.....' 저 대목은 화웅을 잡기전에 했던말이 아닌지요..
  • 靑竹글쓴이
    2008.7.27 2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그렇네요.
    마지막 읽은 게 이십대 후반이었으니
    다섯 번 읽었다고는 해도 기억이 가물가물..착각했습니다.
    술잔의 경우는 화웅이 맞습니다.

    shoji님 지적 감사합니다.
  • 靑竹글쓴이
    2008.7.27 20:53 댓글추천 0비추천 0
    내용은 고쳤지만 당시의 칠칠치 못한 제 모습에 실소를 하며
    관우를 떠올리며 안량과 문추를 상상했으니 제목은 고칠 수 없네요.ㅎㅎ

    앞으로 글을 올릴 때 조심조심 성의 있게 올리겠습니다.
  • 드디어 오셨군요............................
  • 명예의 전당으로 가야할 ㅋㅋㅋ 미치겠네...^^
  • 가끔 같이 일하는 사람 이름이 생각 안 날때에는...
    어쩌나요?
  • ㅋ 동병상련의 글이라 더욱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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