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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빵집

탑돌이2008.12.19 21:10조회 수 117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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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모퉁이에 조그만 빵집
식구들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가끔씩 들르곤 하던...

코너에 유리 탁자가 있고
알루미늄 의자가 두어개
창쪽으로는 화초가 많이 자라고 있어
화원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카운터에는 계산기와, 종이 영수증과, 꼬깔같은 폭죽이
제위치를 지키고 있고

진열대에는 조그만 케이크 서너개와
소보빵, 단팥빵, 치즈빵, 손가락빵과
베게 같은 빵, 아이의 팔처럼 기다란 빵들이
손님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요.

제가 케이크 하나를 선택하면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녀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키작은 주인 아저씨가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사람좋게 웃으며 저를 알아보곤 가격을 깍아 주거나
보너스 빵을 얹어 주셨지요.

그분의 아이들은 아마 초등학생쯤 되었을 겁니다.

           ++++++++++

추웠던 어젯밤  
옷깃을 여의며 그 집 앞을 지나다 보니
"임대문의" 표시가 덩그마니 붙어 있군요.

다가가서 어두운 실내를 들여다 봅니다.

예의 의자는 테이블에 올라가 있고
카운터 너머 진열대는 깔끔이 치워져 있고
사랑받으며 자랐을 화초들은 추위에 떨고 있네요.

        +++++++++++++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계산을 하며 나날이 줄어드는 수입에 걱정하셨을 아저씨
아마 좋아질 날이 올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잡고 있었을 아주머니..

마지막 폐업결정을 하는 순간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해보니 너무 서글퍼 집니다.



다음 사업에서는
성공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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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빵을 자주 먹는 입장에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먹는 제 입장에선 사실 너무 비싸게 생각 해왔는데 2년 여 전
    단골로 다니는 빵집의 사장님의 빵집 오픈 시간과(아침 6시 이전) 마감시간(자정)..
    주로,
    사장님 내외와 남동생....이렇게 셋이서 운영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판매는 부인께서 하시고,
    사장님과 동생분은 제빵제과를 직접 안에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안해졌습니다.

    다른,
    유명 체인점 빵집 보다 조금 저렴한 정도였지만
    인심이 좋았지요...얼마치 사고 나면 덤으로 몇 개씩 더 주고...

    유명 체인점 형태의 빵집들이 많아지고
    웰빙 및 DIY형태로 직접 만들어 먹거나 기존의 빵 애호가들의 변화 및
    들어가는 첨가물 및 제분가의 가격상승...등이 이러한 현상을 빚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4년 여 동안 2군데나 없어졌습니다.


    오랫만에 오셨어요...건강히 잘 지내시쥬..? 주말과 휴일 즐거히 보내세유...^^
  • 탑돌이글쓴이
    2008.12.19 21:51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 오랫동안 잠수하지 못하시는 걸 보니
    수중 쭈꾸미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디요^^

    암튼 이케 뵙게 되어 방가유^^
  • 폐업을 결정하기까지의 심정적인 고충은
    지금도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처참합니다.
    가슴이 아프군요.
  • 나두 그때 생각을 하기 싫어요
    그 세월 겪기도 싫지만 한가지 알아두세요 이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것
    나는 내가 뭘 잘못을 했나 하면서 죄의식속에서 참회를 하고 또 참회를 하였는데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할까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살아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꼭 견디어서 좋은 세상 보세요
    모든일에 지지 말고 이겨서 좋은일 새로운일 시작하세요 ~
  • 피자가게 3개, 메이커 빵집 1개 말아먹었 습니다.

    참 힘들게 장사 했었습니다.
    피자가게 전단지 작업하는데
    하루에 몇백층을 오르내려 봣습니다.
    그아파트 들 재건축해서,일반인들 들어 가지도 못하네요.

    빵집...
    새벽 1시가 기본입니다.
    크리스마스때는 케익을 100개 주문하면 150개 옵니다.

    탑돌이님
    등산용 바지는 ,동대문이나,도봉산 및에서 사세요.
    휴일날 중량천 따라 라이딩 하시고
    도봉산 및에가면 모든 메이커가 다 모여 있습니다.
  • 참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 때는 박봉이네, 인기 없는 직업이네 했었는데
    지금은 저희 직장에도 들어오지 못해 안달인 것을 보니
    참 세상살이가 쉽지많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빵집 아저씨,
    다음 사업에서는 잘 되시길 빕니다.
  • 탑돌이글쓴이
    2008.12.20 09:50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 글과 덧글들을 열심히 읽다 보니 아무리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셔도
    전력이 거진 파악되는거 같습니다. ㅋㅋㅋ

    줌마님께서는 늘 경험에서 터득된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 주시지요.

    lotusela님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유명브랜드를 선호하지요?
    제과점, 커피점 등 모두 다국적 기업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커피의 경우만 하더라도 주인이 직접 좋은 재료 구입하고 갓 끓여낸 신선한 커피가
    소위 별다방 커피보다 훨씬 맛있는데,,,,

    산아지랑이님의 도가사상이 하루아침에 완성된게 아니군요^^

    선비님, 그래도 저희 세대는 행운이었지요. 일자리가 넘쳐 골라잡는 재미가 있었고^^
    늘 건강하세요.
  • 지금도 사실 일자리는 많은게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든일(?)을 꺼려할 뿐이지요...
  • 자영업 15년했습니다 단하루도 쉰날없습니다 365일연중무휴입니다 오전10시오픈 오후11시폐점
    아 1년에한번 속초투어 가는날하루 출근안합니다 직원수가7~8명됩니다 급여 단한번도미루어본적없습니다 월세40만원짜리삽니다 잘버텄는데 이제더는못버틸겄갔군요 낼모래가월급날인데......휴
  • 작년에 읽어본 글이군요.

    다시한번 읽어보면서

    그때는 아무런 감정없이 보았는데

    이제는 남 일같지 않군요.

    저의 앞날을 미리 보는것 같아...

    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샷터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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