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기 잡기

구름선비2009.03.05 21:43조회 수 997댓글 7

    • 글자 크기


관용구] 메기(를) 잡다
1 예상이나 기대와는 다르게 허탕을 치다.
  참 재수도 없지. 우리는 늘 메기만 잡는다니까.
2 메기를 잡노라면 옷이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다는 점에서, 물에 빠지거나
  비를 맞아 흠뻑 젖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자전거 타는 시간이 줄어들자 궁여지책으로 자출을 하기로 하고
집에서 5-6Km되는 직장엘 갑니다.

나흘 중에 이틀은 근무하고 이틀은 쉬는 직업이라
그 중에서 낮에 근무하는 날만 자전거로 출근을 하기로 한 것이죠.

남들이 보면 웃을지 모르지만
6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가면서
저의 빨갱이 헬리우스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헌 자전거를 하나 얻어타자.'였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퇴역한 옛날 명품을 얻게 되었습니다.

돈 십만원 정도 들이고 나니 무게도 가볍고
길이 잘 들어 있어 빨갱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낌을 받고 있는 녀석입니다.

동네 약한 싱글을 타 보면
올라가는데 좀 힘들고
내려가면서 조금 망설이지만
다 타고 다닐 수 있는데
그래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범적으로 한 번 타 보았을 뿐
본격적인 라이딩은 안 하는 녀석이죠.

오늘이 그 나흘 중에 하루
낮 근무를 하는 날입니다.

뉴스를 잘 보지 않는터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날씨가 풀린지라 얼굴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습니다.

집에서 직장으로 가는 길은 자전거 도로가 있고
해발 140미터 정도의 작은 고개가 있습니다.
출근하는 길이 비교적 더 힘든 코스지요.
옛날엔 돌이 많았는지 '돌팍고개'입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기어 변속 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네베갈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앞 뒤가 다 출렁거려서 그런지
헬리우스는 힘만 드는 것 같았는데
이 골동품은 힘이 전혀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의 직장에는 생활차를 타고 다니는 동료가 두 명
있습니다.
제가 나이가 제일 많으니 후배들이죠.

그 중 이장님 자전거 비슷한 것을 타고
헬스 운동삼아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왔더군요.

출근하는 시간이 아직은 환한 시간이 아니라
잘 몰랐지만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보니
날이 꽤 흐렸는데
이 친구도 타고 온 것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설마 뉴스를 안 보고 온 것은 아니겠지~~'

동호인이면서 제가 근무하는 동네에서
자전거 가게를 하는 친구가 가게를 옮겼다며
저녁에 들러 달라는 광고를 한 것을 보았기에
퇴근하면서 거기 들러서 동호인들 얼굴도 보고
머리 고기에 새우젓이라도 먹고 와야겠다고 자전거를 타고 간 것인데
막상 퇴근 시간이 되니
그치기만 바랐던 비는 조금도 양보를 않을 기색입니다.

이장님 자전거를 탄 후배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빵모자 쓰고 자전거를 끌고 나갑니다.

저 친구도 가는데 나라고 못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배낭 밑에 있는 비가리개를 꺼내어 배낭을 감싸고
장갑 등은 배낭에 넣고 맨 손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섭니다.

직장에서 몇 백 미터만 가면 Shop인데
그 동안에 손은 다 젖고 말았습니다.

엉덩이에 물이 튀어 오르는 느낌이 나면서
찝찝한 기분입니다.

Shop에 갔더니 온 사람은 하나도 없고
주인과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만 있습니다.

지금쯤은 몇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려니 하고 간 것이
좀 어색합니다. 잠시 서 있는데 엉덩이가 슬슬 축축해 옵니다.

처마밑에 서서 길을 쳐다보니 비가 점점 더 내리는 것 같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고개를 내리달릴 생각이 납니다.

미안하지만 그냥 가겠다고 말하고
터덜터덜 라이트가 빛을 반사하는 아스팔트 길에 올랐습니다.

우중라이딩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얼굴로 튀어 오르는 물줄기는 불편합니다.

입을 삐죽이 내물고 불어 보지만
평소 50Km대 중반으로 달리는 내리막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급기야는 콧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과
땀인지 김인지 모를 뿌연 고글 속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레이크에 손이 갑니다.

슬슬 신발에도 물이 들어오면서 차갑습니다.

신호가 막히지 않아 다행입니다.

엉덩이는 이제 너무 차갑습니다.
'젠장 흰색 베이스 레이어인데~~'

빨래 할 생각이 납니다.
이미 버린 몸,
능 앞의 비포장길에 들어서면서
더 페달을 밟아 봅니다.

이미 모양이 사납게 되었을 것,
보는 사람이나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더구나 춥게 생긴 얼굴에
'메기를 잡고 온 오십대의 남자'가
불쌍타는 눈길은 사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본 사람이 없습니다.

도루를 하듯 집에 들어서서
빨래하고, 샤워하고 나니
엊그제부터 아팠던 어깨에 통증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왜 몰랐는지
왜 이제야 신호가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 글자 크기
MTB 코스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by leftsam) essen2님 그림보세요... (by 뽀스)

댓글 달기

댓글 7
  • 메기잡는 모습의 따님 그림이 있는 줄알고 들어왔는데....


    글이 선비님 성품을 닮았습니다.^^
  • 메기 두어마리 나눠주실 양이 되겠군요 ^&^ 냄비에 물 끓여 놓고 오남 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
  • 메기..............그 메기가 아니었군요
    구름선비님..........안쓰고 보관만 하고 있는 비옷(예전거라 좀 두꺼운데....드릴까요)
  • 이 늦은밤......그냥 한번 훑어보고 자려했는데 로긴하게 만드시는 구름선비님~미워요~ㅎㅎ
    건강하신줄은 알겠지만,다음엔 연세 생각하셔서 비올땐 잔차두고 오시길 바랍니다.
    자상한 성품을 온전히 감상하고 갑니다.
    부디 온세상이 선비님의 성품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ㅎㅎ

    추운날 비맞으면서 운동하면 탈나는 운동선수도 많다고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메기가 뭔가 싶어 사전 찾아봤습니다. 이런 뜻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네요. 이거 맞는거죠? ㅎ

    따뜻한 글솜씨가 작가수준이신데요?

    [관용구] 메기(를) 잡다
    1. 예상이나 기대와는 다르게 허탕을 치다.
    - 참 재수도 없지. 우리는 늘 메기만 잡는다니까.

    2. 메기를 잡노라면 옷이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다는 점에서, 물에 빠지거나 비를 맞아 흠뻑 젖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어디서 메기를 잡았느냐? 옷이 그 지경이 되어 돌아오게.
  • 시원한 메기 매운탕이 갑자기 먹고 싶네요~ㅎㅎㅎ
  • 엉덩이가 촉촉히 젖는 것을 즐기는 분도 ㄱㅖ십니다요 ㅎㅎ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746
181316 추억의 찌든 책 장3 구름선비 2009.03.06 834
181315 MTB 코스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2 leftsam 2009.03.05 1164
메기 잡기7 구름선비 2009.03.05 997
181313 essen2님 그림보세요...1 뽀스 2009.03.05 783
181312 Chasing Lance: 100 Days to the Tour lufy 2009.03.05 600
181311 왈. 팀차 한발 늦었내요 .8 이모님 2009.03.05 1359
181310 낯잠3 산아지랑이 2009.03.05 861
181309 천리안의 리뷰를 해야 하는데........5 말발굽 2009.03.05 1306
181308 오늘 중고인생에서 젊은 인생으로2 우현 2009.03.05 828
181307 만두 좋아하시는분 정릉으로 오세요22 essen2 2009.03.05 1369
181306 세상 무서워서..5 somihappy 2009.03.05 1090
181305 먹벙.... 번개 금요일 오후 7:00에 6 우현 2009.03.04 733
181304 요즘 살기가 힘들어도...5 송현 2009.03.04 774
181303 프레임 절단 사건.. 그 이후~11 zhfkgkwk 2009.03.04 2253
181302 아래 라면에 이어4 뽀스 2009.03.04 941
181301 경북 경산에 소고기집.8 somihappy 2009.03.04 1471
181300 [염장] 아내 자랑하기19 essen2 2009.03.04 1352
181299 라면 이야기?.. 식품관련3 우현 2009.03.04 985
181298 라면 어디꺼 주로 드십니까?26 sura 2009.03.03 1699
181297 어렵긴 어렵나 봅니다..-_-11 ducati81 2009.03.03 13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