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버님 말씀

s5454s2009.05.26 22:03조회 수 1028댓글 2

    • 글자 크기


아버님 말씀                  
                                                - 정희성

학생들은 돌을 던지고
무장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고
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
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
수백 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피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
술취해 돌아온 너를 보고 애비는
말 못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
반갑고 서럽구나
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에서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
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
나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
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
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
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
평생을 살 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애미까지도
이젠 이 애비의 무능한 경제를
대놓고 비웃을 줄 알고 더 이상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구나
그렇다 아들아, 실패한 애비로서
다 늙어 여기저기 공사판을 기웃대며
자식새끼들 벌어 먹이느라 눈치보는
이 땅의 가난한 백성으로서
그래도 나는 할말은 해야겠다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
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아직도 돌을 들고
피흘리는 내 아들아

from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글자 크기
소통이란 (by 송현) 최영미 님의 시 -선운사에서- (by 12월19일생)

댓글 달기

댓글 2
  • ㅠㅠ....
  • 부패하지 않아도, 정의롭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우리 아이들한테 보여주겠습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을 여러분이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말씀 중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2143 우리가 할일.4 Bluebird 2009.05.27 1092
182142 소통이란9 송현 2009.05.26 1183
아버님 말씀2 s5454s 2009.05.26 1028
182140 최영미 님의 시 -선운사에서- 12월19일생 2009.05.26 1162
182139 조금아까 m본부 뉴스를 보았습니다.1 sasin2526 2009.05.26 1371
182138 아버지!! 그래 아들아!!3 kuzak 2009.05.26 1709
182137 킬러의 등급4 tourist 2009.05.26 1395
182136 하하하! 쥐잡기 한답니다.. ㅋㅋㅋ5 rampkiss 2009.05.26 1542
182135 세상에 점점 정신병자가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6 TheRadiohead 2009.05.26 1742
182134 벌써... 옛생각에 잠깁니다...5 gorae0301 2009.05.26 1378
182133 노정연 씨가 샀다는 허드슨 클럽에 가본 적 있습니다(서프라이즈에서 펌)10 山跡 2009.05.26 2187
182132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1 s5454s 2009.05.26 15079
182131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1 뽀스 2009.05.26 1600
182130 저에겐 눈물이 없는 줄 알았는데...6 baram 2009.05.26 1675
182129 한국에 있지 않아 안타까운 날들....2 olive 2009.05.26 1593
182128 유리같은 사람...1 그건그래 2009.05.26 1392
182127 잠시 자전거 이야기 좀 해도 될지...6 sweppy00 2009.05.26 1651
182126 조선일보 -_-;;19 tourist 2009.05.26 2128
182125 대 세일이뭔지?2 yh643800 2009.05.26 1399
182124 사진 몇장이 참 속상하게 하는군요...3 fall98 2009.05.26 1611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