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3일... 봄이라고 하기엔 몹씨 추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의 꼬득임에 빠져 잔차를 한대 구입하기로 하였지요.
사실은 100만원 이하의 잔차를 사오리라 마음먹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비싼 자전거에만 눈이 가더군요.
솔직히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채 오로지 디자인만 보고 골랐습니다. LX가 뭔지 XTR이 뭔지도 몰랐으니...
괜찮은 놈 사서 10년 타자라는 생각으로 질렀습니다.
그러나... 저의 업글질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구입하여 한강의 차디찬 칼바람을 맞으며 오는 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름신은 엉덩이로 왔습니다.
그 다음 날 바로 샵에가서 안장을 바꿨습니다. 지금 껏 1년 4개월 7000km를 타면서 안장만 5번 바꿨습니다.
이렇게 야금 야금 시작된 지름이 완차 소비자가격을 뛰어 넘었습니다. (08년식 SCOTT MC30의 소비자가격은 350만원)
이 정도 스펙이면 어디가서 빠지진 않겠지요? 남들이 좋다는 것은 대략 다 들어갔습니다.
프레임, 브레이크, 헤드셋 밖에 남은게 없습니다. 자전거에 지금 붙어있는 것만 3,895,000원이지
시행착오로 구입했다가 눈물을 머금고 되팔은 것까지 하면 훨씬 더 되겠지요...
근데... 돈질을 했으니 뭐가 좀 바뀌었냐구요?
글쎄요..... 결론은... 여전히 힘듭니다. 자전거에 돈 발라도 페달을 힘차게 안밟으면 절대 잘 안 나갑니다.
가장 확실히 바뀐 것 하나를 꼽으라면....
하이엔드 부품은 얼추 다 갖추었으니 카본이나 티타늄 프레임에 자꾸 눈이 간다는 것 밖에는...
아... 그리고... 여기 저거 쇼핑몰이나 중고장터를 기웃거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
이쯤 했으면 대략 포기하고 내 잔차가 최고라고 우기렵니다...
프레임 하나 딸랑 남겨놓고 이제와서... 자신있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업글이 3~5% 정도는 채워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지오메트리가 대충 맞으면 오직 엔진업글만이...
그렇다고 야금 야금 질러대는 업글을 너무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게 잔차 세상의 이치이니까...
질러봐야 그게 헛짓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알게 되지요...
(업글하면서 떼어놓은 부품을 보니 프레임, 브레이크, 헤드셋, 샥만 사면 하드테일 한대가 더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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