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진짜 예쁜 소품 같은 글... ^^ 삽질~ 퍼억~

........2000.06.25 22:44조회 수 204댓글 0

  • 1
    • 글자 크기




오늘은 큰맘 먹고 비싼 구구콘을 사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벤취에 앉아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점점 작아지는 구구콘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를 느꼈다.

더할나위 없이 작아진 구구콘을 바라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때 저멀리서 미끄럼틀 타던 여자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아이 : 아저씨 왜 울어?

백수 : 아..아냐 아저씨 우는거 아냐.

한창 자라나는 새같은 아이에게 작아지는 아이스크림 때문에

운다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는 날 계속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이 : 아저씨 나 한입만...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내 구구콘을 다 먹고 그아인 다시 미끄럼틀로 쭐래쭐래 달려갔다.

순간 인생의 황당함을 느꼈다.

조금 있다 보니 한아이가 헐레벌떡 내 앞으로 뛰어왔다.

헐레벌떡보이 : 아저씨 여기 500원짜리 굴러오는거 못봤어요?

순간 내 발밑에 뭔가가 반짝이는걸 발견했다. 다행히 그 아이보다

먼저 발견했다. 나는 잽싸게 오른발로 동전을 덮고 말했다.

백수 : 저쪽으로 가던걸?... ☞

아이 : 고마워요.

"자 이제 나와 동전아 나쁜사냥꾼은 갔어"

그 아이가 사라지자 아까 아쉬웠던 구구콘을 다시 하나 사서

벤취로 돌아왔다. 미끄럼틀 타던 그아이도 다시 돌아왔다.

아이 : 아저씨...나 한입만...


어제 과소비로 인해 오늘은 좀 싼 돼지바를 사들고 놀이터로 나갔다.

어제 그 아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돼지바를 깠다.

순간 뒤에서 누가 내눈을 가리며 뻔한 질문을 했다.

?? : 누구게?

백수 : 글쎄...

하지만 "누구게?"란 목소리를 듣고 돼지바를 든 오른손엔 마비가 왔다.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백수 : 혹시...

난 오늘도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이 : 아저씨..오늘은 돼지바네...한입만...

오늘은 이 아이가 다 먹고도 가지 않고 내 옆에 바싹 다가앉는게다.

아이 :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야?

백수 : 글쎄다...

아이 : 아저씬 늦게 들어가면 엄마한테 혼나?

백수 : 혼나...

아이 : 아저씬 이름이 뭐야?

백수 : OOO.

아이 : 아저씨 내가 귀찮아?

백수 : 보기보다 똑똑하구나...

아이 : 아저씨 여보 있어?

백수 : 아직 여자친구라는 것도 없어.

아이 : 왜?

백수 : 아저씬 여자들이 좋아하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거든.

아이 : 그럼 내가 여자친구 해줄께.

백수 : 조건은?

아이 : 한입.

우린 그렇게 어설프게 애인협정을 맺었다.

다음날 부터 놀이터로 향하는 내 손엔 두개의 아이스크림이 항상

들려져 있었다. 그 아인 항상 벤취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선 내 무릎에 누워 잠을 자기도 했고,

어설픈 내 옛날얘기에도 그 아인 즐거워해줬다.

5월 5일 어린이날.

놀이터엔 애들이 하나도 없을꺼란 생각에...

그리고 그 아이도 오늘만은 없을꺼란 생각에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사들고 놀이터로 갔는데 내 여자친구 은미가 혼자 벤취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백수 : 오늘 어린이날인데...?

아이 : 엄마,아빠가 바쁘셔...

백수 : 그렇구나...

아이 : 오늘은 한개네?

백수 : 아..응. 니꺼야. 난 오늘 배가 불러서...

아이 : 같이 먹어 그럼.

백수 : 그러자! (활짝)

아이는 내손을 잡고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같이 있어주는것만으로도 내 애인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나로써도 기쁜일 이었다.

백수 : 우리 대공원갈까?

아이 : 정말?

아이를 기다리라고 해놓고 쏜살같이 은행으로 튀어갔다.

10만원을 인출했다. 잔액 1630원....까마득했다.

시골에 계시는 공포의 마더얼굴이 떠올랐다.

'네 이 우라질 녀석! 서울가서 대통령이 되어 오겠다고 소팔아서

올라가더니 다섯살짜리 지집에게 홀려 애미 피땀흘려 보낸돈까지

다 말아먹는거냐!'

'마마...그게 아니예요..그게...그게...'

난 심하게 머리를 휘젓고 있었다.

은행 안 경비원이 가스총을 찬채 바닥에 떨어지는 내 비듬들을 쓸고

있었다. 휘젓던 머리를 추스리고 은행을 빠져나왔다.

애인 은미를 목마태우고 대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기구를 타며 엷은 웃음을 '활짝'지어보이는 내 애인 은미를 보며

사뭇 흐뭇했다.

'아...오늘은 체력의 한계다. 더이상 걷지도 못하겠어'

놀이터 벤취까지 은미를 업어와서는 턱 주저 앉았다.

은미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내 볼에 살며시 입맞춤 하는것이 아닌가...

볼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은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은미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아저씨 오늘 재미있었어. 내일봐" 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볼에서 손을 뗄수가 없었다.

인생의 행복이란걸 느꼈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 다음달까지 직장 못구하면 당장 시골로 잡아들일테다.

백 수 : 어머니 제발 자식의 꿈을 그런식으로 .....

어머니 : 꿈이고 나발이고 사발이고 니 통장 오늘 조회해봤더니 1630원

남았더구나. 알아서해라. 이번주엔 돈도 안부칠테니까..!

백 수 : 어머니...

난 수화기에다 대고 침을 튀겨가며 절규했지만 이미 NO CARRIOR된

상태였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잘쓰면 한달도 버틸수 있는 거금 10만원. 어제 하루사이에 다 썼으니...

이것참 살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애인 은미는 바라는것이 점점 더 많아진다.

저 멀리편에서 한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걸 보구선..

아이 : 아저씨. 아쩌신 애인 은미한테 꽃 안사줘?

그리고 아이는 보채기 시작했다. 꽃을 사달라고...

난 이미 돈이 바닥난 상태였기에 어쩔수가 없어 말했다.

백수 : 우리 헤어져.

은미는 이럴순 없다며 땅을치며 통곡했다.

나 역시 가슴이 아팠지만 냉정하게 뒤돌아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며칠 놀이터는 커녕 밖에조차 나가지 않고 방구석에 쳐박혀 병든

병아리새끼 마냥 겔겔거리고 있다.

눈을 감으면 은미의 활짝웃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은미는 어떻게 지낼까...그아이 감기나 걸리진 않았는지......."

은미는 내 인생에 있어 한낮 장난에 지나지 않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삭막했던 내 인생에 끈끈한 정과 사랑을 알려준 작은 천사였다.

여자와 이별후 힘들어하는 한남자의 유치한 괴로움이 싫어 여자도 멀리

했던 내가 은미로 인해 사랑에 눈을 뜨게 된것이다.

퍼뜩 신문을 펴 들었다.

[인부모집. 일당 65000원...]

이틀간 노가다를 뛰었다.

플라워샵에서 튤립을 몇송이 사고 가게에 들러 구구크러스터를 하나

사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뜻밖에도 은미는 벤취에 앉아 있었다.

요 며칠 내가 안온사이에도 계속 나왔는가보다.

가까이 가니 인기척을 느낀 은미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은미가 울먹거리며 내게 달려와 안긴다.

미처 안아주지 못한탓에 은미는 내 가슴팍에 안기지 못하고 무릎에

매달려 징징 운다. 내 무릎이 촉촉해져옴을 느꼈다.

백수 : 은미야 선물.

은미가 울먹거리며 내게 달려와 안긴다.

뒤에 감추었던 튤립 몇송이와 구구크러스터를 은미앞에 내밀었다.

그리곤 키를 낮춰 울고 있는 은미의 눈을 소매로 훔쳐주고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아이 : 다신 떠나지 않을꺼지?

백수 : 그럼.......

벤취에 나란히 앉은 우리 위로 붉은 노을이 졌다.

그날 이후 은미를 고아원에서 인계받아 우리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지금 대학생인 아내 은미와의 첫만남을 서툰 글솜씨로나마 적어봤다.

난 내가 죽는날까지 이몸하나 다 바쳐 은미를 사랑할것이다.

앗... 은미 학교갔다 올시간이다. 밥 앉혀놔야 하는데..

===============
뭐...진짜 있었던 일은 아닌것같지만 (이런글은 꼭 마지막 몇줄이



  • 1
    • 글자 크기
Re: 한창희님, 트래키님과의 라이드? 아니...수다 ^^ (by ........) 최근의 후기에서.... (by ........)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5983 장우석님, 파워 링크요.. ........ 2000.06.26 181
5982 오널도 죤하루덜 되시기를 ㅋㅋ ........ 2000.06.26 158
5981 Re: [공지] 납밧데리 충전기 신청하신분 ........ 2000.06.26 180
5980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 2000.06.26 186
5979 Re: 꺼이꺼이 찐짜로... 눈물난다 ........ 2000.06.26 148
5978 재밉게, 즐겁게, 부럽게들 ........ 2000.06.26 165
5977 Re: 오시거든 ........ 2000.06.26 168
5976 왕창님,온바이크님~ ........ 2000.06.26 166
5975 Re: 19+19=38 ........ 2000.06.26 161
5974 Re: 와우도 신청합니다......(내용무) ........ 2000.06.26 148
5973 Re: 꺼이꺼이 찐짜로... 눈물난다 ........ 2000.06.26 151
5972 영어 배우실분 없으세여? ........ 2000.06.26 158
5971 Re: 끄끄끄.. ........ 2000.06.26 145
5970 헉 이젠 비밀번호까지 ........ 2000.06.26 163
5969 잉~~강북번개 ! 나두 불러줘용~~~^_^ ........ 2000.06.26 178
5968 오늘의 라이딩 ........ 2000.06.25 141
5967 Re: 한창희님, 트래키님과의 라이드? 아니...수다 ^^ ........ 2000.06.25 141
진짜 예쁜 소품 같은 글... ^^ 삽질~ 퍼억~ ........ 2000.06.25 204
5965 최근의 후기에서.... ........ 2000.06.25 166
5964 Re: 안녕하십니까??? ........ 2000.06.25 142
첨부 (1)
ChagallLesVendanges.jpg
46.0KB / Download 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