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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왜 애꿋은 내 잔차를 차냐?

........2001.11.02 07:50조회 수 1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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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시네요.
제2의 주책님을 보는듯한...

우선...  잔차타는것을 못마땅해하는 님의 와이프가 이해가 안되며..
이것은 전적으로 님의 잘못인듯 합니다.

우선......  내가 이것 아니면 다른쪽으로 무척 봥황 할것 같다,
어쩌면 인생의 의미를 못찾아 무슨짓이던 할지도 모른다는...
겁을 주십시요.

둘째,  자전거를 탐으로 해서 생기는 여러가지 메리트를 수시로
얘기하세요.

셋째,  중복의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거로서, 
남자가 다른곳에 신경안쓰고 가장 건전한 운동인 엠티비에
중독이 됐다는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라고 하십시요.

예로부터... 산을 좋아하고 땀을 흘리기를 좋아하느 자 중에
악인이 없다 했습니다......

마지막....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밤에 그 실체를 알려주십시요.
일설에 의하면 엠티비하고 벽에 금간분 여럿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음부턴.... 아예 등 떠밉니다..... ㅋㅋㅋ

     




   


스파게티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난 운동을 잘 못했다.
: 특히 달리기나 스피드를 요구하는 대부분의 운동은 잘 못했다.
:
: 대신 힘쓰는 운동은 이상하게도 재미있고, 잘했다.
: 예를 들면 체력장에서도 달리기, 왕복달리기  이런거는 잘 못했는데,
: 투포환 던지기, 턱걸이, 몸일으키기 같은 것은 언제나 만점이었다.
:
: 그러나 이것도 이제와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 그때는 왜 잘하고 뭘 못하는지 감도 별로 없을 때였다.
:
: 스포츠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대학교 가서부터인데,
: 신입생 서클에 들려고 기웃거리다가 럭비부에 들었다.
: 하지만 이건 맨 진흙탕속에 뒹굴고, 끝나고 나면 흙투성이에 지저분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었다.
: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내게 이것은 악몽과도 같았다.
: 운동장 위에는 테니스코트가 있었는데, 여기는 흰 테니스복에
: 산뜻한 스타일로 잼있게 테니스를 치는 남녀커플들이 꽤 있었다.
: 오~ 스타일 되는구만~ (^o^)
:
: 초여름날 럭비부를 탈퇴하고는
: 곧장 테니스 라켓을 샀다.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 그렇게 해서 대학교, 대학원 내내 테니스를 쳤다.
: 다른 스포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 근데, 난 왼손잡이이다.
: 테니스는 오른손으로 배우는 바람에 나중에는 좀 짝퉁비슷해져서
: 나와 같이 시작한 친구들에게 맨날 깨졌다.
:
: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테니스보다는 볼링을 많이 치게되었다.
: 난 원체 당구도 잘 못치고 해서 볼링도 같은 것인지 애버리지 150을 넘긴 적이 없었다.  별로 취미가 안 붙었다.
: 사내에 농구 클럽이 있어서 농구도 했는데, 별로 관심이 안 땡겼다.
: 검도도장도 한동안 다녔다.  수영장에도 매일아침 다녔다.
: 별로였다.  왜 이렇게 잼있는 스포츠는 없는 걸까하는 생각만 들었다.
: 그래서 한동안  모든 스포츠를 접었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_*)
:
: 그러다보니 몸무게가 장난아니게 불어버렸다.
: 이이런~
: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내가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 그래서 짱구를 굴린 끝에,
: 이 나이에 품위에 맞게 골프를 쳐서
: 살도 빼고, 비지니스 교제도 하고 일거양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 석달치 수강등록을 하였다.  물론 복장은 완벽하게 하고...
: 흑~  아까운 돈만 날렸다.  10번정도 갔던가?
: 도대체가 취미가 안 붙는다.  이 무슨 고행인가?
: 남들은 누우면 천장이 필드로 보인다던데, 난 누우면 금새 코곤다.
: 그래도 석달 연습했다고 구라를 치고다니니,
: 사장님이 함 치자고 하여 필드에 나가서 머리를 올렸는데,
: 칠때 죽는줄 알았다.  그 땡볕에 이 무슨 고역이람...
: 골프 별로 잼 없어보였다.
:
: 올 가을이 시작될 무렵,
: 문득 잔차를 타고 싶었다.
: 그래서 싼거 하나 샀다가,
: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내게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 팔고 좀 비싼거를 샀다. (음...여기서는 그걸 입문용이라고 하더만...-_-)
:
: 요즘 틈만 나면 헬멧에 유니폼에 신발신고 한강변과 양재천변을 막
: 달린다.
: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왈바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 눈을 감으면 내 잔거가 생각나고, 꿈에는 멋진 숲속과 들판을
: 내 자연의 힘으로 누비고 다니는 꿈을 꾼다.
: 심지어는 잔거를 갖고 세계를 여행하는 계획도 세운다.
: 당장은 해외출장에 갖고 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준비도 해본다.
: 가면 잔거 용품등 잔뜩 사와야지 하면서...
: 내 컴의 백그라운드며, 스크린 세이브도 MTB 사진들이다.
: 집에는 서서히 잔거 용품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
: 얼마전부터 울 마눌님과 사이가 서서히 틀어지기 시작하였다.
: 그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어디 좀 나가라고 등 떼밀어야 겨우
: 나갈까 말까 하던 게으름의 극치였던 남편이
: 이젠 주말도 모자라서 주중의 저녁에도 잔차들고 어디론가 갔다가
: 잠잘때쯤 되야 비실거리면 들어오니
: 마눌님 열 받기 시작하였나니...
:
: 급기야 시비를 걸고 넘어진다.
: 그리고 베란다에 고이 모셔둔 내 잔차 근처로 가서는
: 우선 잔차 용품들을 막 내던진다.
: 한번도 안 부딪친 내 파랑헬멧이 웃기게도 마눌님에 의해
: 박살나는 소리가 난다.  으윽...내 머리에 왜 통증이 느껴지던지..?
: 장갑은 날라가서 어디 쳐박히는지...혹시 밖으로 날라간것 아닌가?
: 베낭이며 유니폼을 들더니 갑자기 가위를 쥔다.
: 으아악~
: 주책맞게도 내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 마눌님의 눈에서는 살기와 함께 비난의 웃음이 반짝거렸다.
: 하지만 위협만 할 뿐...
: 지도 그게 얼매나 손해인줄은 아는 모양이지?
:
: 하지만 그 안심도 잠깐...
: 급기야 내 잔차 를 발로 툭툭 차기 시작한다.
: '왜 애꿋은 내 잔차는 차냐?'
: '이놈의 잔차하고 나가 살지, 왜 여기 있냐?  아예 끼고 살아라'
: 그러면서 잔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 내다버릴려고 그런다.
:
: 잔차를 중간에 두고 갑자기 남녀간에 팽팽한 힘쓰기 한판이
: 장장 5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 울 마눌 힘이 보통이 아님을 새삼스레 느끼고는
: 항복을 선언하고,
: 복도로 잔차와 함께 쫒겨나왔다. (사실은 잔차에 기스날까봐 ^_^;;)
: 쩝~
:
: 나온김에 한바쿠 돌고 올까라고도 생각했지만,
: 법원갈 일 생길까봐 자제하고는
: 복도에서 흐릿한 불빛아래에서 잔차 점검하는 척한다.
: (앞집 아줌마 : 쫒겨났어요?
:  나 : 아뇨.  잔차 수리좀 하려는데, 애 땜에 나왔어요... 디레일러가
:        어쩌구, 스프라켓이 어쩌구...^%@$%^*%$%^
:  앞집 아줌마 : @_@...뭔 소린지???)
:
: 세시간만에 문이 열리고,
: 그날 난 마루에서 새우잠 잤다!
:
: 진정한 바이커의 길은 이렇게도 고독하고 힘든 수행과정을 거쳐야만 하는가?
: 오래간만에 취미에 맞는 MTB의 세계로 입문하려는 남편을
: 왜 마눌님은 그 꼴을 못보는 것인가?
: 자기 잔차도 하나 사 줬는데, 왜 타지는 않고...?
: 확! 팔아버릴까 보다!
: (울 마눌님은 스포츠와는 정반대인 예술계통이라서
: 할 줄 아는 스포츠는 숨쉬기밖에 없답니다...)
:
: 오늘도 난  아들놈 어서 커서 부자간에 정답게 잔차타고
: 산에 가는걸 꿈꾼다.
: 그때까지는 마눌님의 구박에 꿋꿋이 버틸 수 밖에...
:
: 여러 선배님들께서는 이럴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
: 스파게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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