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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주검앞에서...

baram2002.11.23 14:48조회 수 27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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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아름다운 산하와 정많은 사람들이 함깨 살
아가고 있는 이땅 한반도를 무척 사랑하였습니다.  틈만나면 남한반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순박한 사람들에 감사했습니다. 살
아가며 어쩌다 힘들고 참기힘든 분노를 느낄때면, 이민을 생각한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설악과 지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속에 동화되어 있는 저
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생각을 고쳐 먹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저는 두 아이가 사고로 죽은 도로가 무척 좁은 길인줄만 알았습니다.  장갑차
한대 지나가기도 어려운 그런...   그런데, 그길은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였습니다.  가운데엔 노란색 실선이 그어져 있
고, 양쪽 길 가장자리엔 하얀색 실선이 그어져 있는...

  저는 장갑차의 무한궤도 쇠바퀴에 깔려 죽은 두 아이가 장갑차의 진로를 방
해할 정도로 길 가운데를 지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사진속의 아이들은, 넗은 도로의 가장자리, 선명한 흰색선 위에 납짝하게
뭉개져 골과 내장을 드러낸채로 누워 있습니다.  전에 보았던 다른 사진에서 길
가 흰색선을 벗어나 아스팔트 밖 흙길에 있는 장갑차 무한궤도 자국을 보았을
때만 해도, 정말 길이 좁은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정말 이곳이 싫어집니다.  가장 앞장서 분노해야 할 자들이, 가장 앞
서 이문제를 해결해야할 자들이 "무죄"라는 "미군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
습니다.  도로폭과 무한궤도 흔적상 고의적 살인이 추정되는 사망사고임에도
과실치사 혐의 인정도 아닌, 무죄랍니다.    이건 죽은 대상이 짐승일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입니다.   정말...  정말로  사진속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는 두 아이
의 주검은... 그 으깨져 있는 형상은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1945년 일본분할 점령이 당연한 상황에서, 소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대
신 한반도를 분단시킨 분단의 원흉, 그로인한 50년 한국전쟁에서 2차대전 후
5년동안 쌓인 재고무기 소비를 위해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미국, 20세기에 일어
난 세계의 모든 전쟁에 하나도 빠짐없이 참가한 미국, 실전에서 핵무기와 생화
학 무기 등 무차별 대량살상무기를 인류사상 유일하게 사용한 미국,  세계에서
가장많은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한 미국,  수십년간 북한의 상호불가침
협정 체결제의를 거부하며 언제든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켜 자국 전쟁무기
재고소진 전장으로 활용하려는 미국,  자신은 핵무기/생화학무기 최대보유국
이면서도, 북한 등에 핵무기 개발을 트집잡아 언제든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
켜 전쟁무기 재고 소진하려는 군수업체의 대변자 미국.  사탄의 총체, 악의축
은 바로 미국입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제는 우리의 두 아이를 오징어보다 더 납작하게 깔아
뭉개 죽여놓고도, 과실치사는 커녕 "무죄"랍니다.  죽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랍니다.  그래서, 살인도 아니고 과실치사도 아니랍니다.  그런데, 저를
맥없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앞장서 이문제에 분노를 표
현해야 할 자들이 " 무죄라는 미군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일제시대엔
친일파로 온 국민의 피를 뽑아먹던 자들이 이제 그대로 이승만정권부터 현정
권에 이르기까지 여당/야당으로 패를 나눠 권력과 재력을 나눠먹으며 전후
국민들의 피땀의 결실을 빨아 먹더니, 이제 미군 앞에 "미군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훈시합니다.  

   이제는 분노도 생기지 않습니다.  오로지 허탈함만 온몸을 감쌀 뿐...  한때
저의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분노를 표현했지만, 이젠 그럴 힘도 미련도 없습
니다.  가장 싫어하던 말중에 하나가,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보고 떠나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이 현실임
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악의 그 아름다움도, 지리의 그 포근함도 이
허탈감을 지울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모든 걸 버리고 떠나고 싶
습니다.

   살아 있었으면, 오늘도 재잘거리며 오고갔을 그 등하교길 위에서, 잔인하게
뭉개져, 뇌와 내장을 모두 쏟고 무참하게 짓뭉개진 두 아이의 주검앞에서, 이
젠 허탈감과 저의 비굴함만이 저를 감쌉니다.

   " 미안하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너희들의 죽음은
짐승의 죽음이라는 저들의 억지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만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절대 이땅에는 태어나지 말거
라.   너희들은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므로... "



   늦었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두 아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애통해
하시는 두 아이의 부모님들께도 진심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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