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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cyclepark2003.04.04 19:02조회 수 43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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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xt 급의 자전거와 20만원도 넘는 헬멧을 갖고 있습니다.
몇년전, 산에 처음 올랐을 때는 알리비오 급에 5만 정도의 헬멧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부품이 좋은지도 모르고, 열심히 타기만 했는데, 이제는 부품의
미세한 차이에 집착하며, 좀더 좋은 것을 찾고만 있습니다.

물론 좋은 부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입문할 때보다 훨씬 좋은 부품을 사용하는 지금, 실력은 형편없어졌다는 것
입니다.

오늘 헬멧을 팔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문득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숙사에서 빈대 붙어가면서까지 야간 라이딩에 참가했던 일,
몸이 좀 피곤해도 라이딩하는 것과 좋은 분들과의 만남이 즐거워서, 벌떡 몸을
일으키던 일,
수업도 빼 먹고 멀리 강원도까지 라이딩을 갔던 일(이건 따라하지 마세요
ㅎㅎ),
헬멧 깨 먹고, 얼굴을 꿰매고 실밥도 뽑기 전에, 라이딩을 했던 일,
무안함을 무릅쓰고 쫄바지 입고, 통학했던 일,
교통 사고가 난 후에 치료를 받으면서도, 몰래 자전거를 타던 일,
축구하다 발목이 삐었을 때, 한쪽 다리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일...

지금의 저와는 너무 달랐던 예전의 제가 몹시 그립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작은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제 실력이 입문할 때만큼 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는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부품이 부숴져서 교체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고시장을 뒤적거리다가, 좋은 부품이 저렴하게 나온 것을 보면, 무작정 구
입을 했었던 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동안 중고시장에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아무래도 일단 보면 유혹을 이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혼자 너무 심각한 것은 아닌가 싶지만...
지금 저의 모습을 보니, 너무 한심스러워서, 좀 정신을 차려 보려고 합니다.

쓰고 나니, 두서없이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그냥 한번 읽고, 이런 녀석도 있구나~하고 넘어가 주세요~ ㅎㅎ

이제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이 좋은 날씨를 놓치지 마시고, 좋은 분들과의 라이딩을 실컷 즐기시는 왈바
가족 되시기를 바라며,
조만간 예전 모습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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