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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과 함께 라이딩을...

........2009.09.07 01:39조회 수 771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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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만 주변에 산이라곤 없으니

사막에 사는 수영선수 신세라고 해야 하나요.

그나마 집에서 10여분 타고 나가면 버려진 황무지가 있는데 워난 여건이 험난하여

 맘 놓고 자전거 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사는  빈민들이 있는데,  별도 화장실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 지뢰 투성이 입니다.

호젓한 길을 찾다가는 일보는 사람과 맞부닥트리게 되고, 서로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됩니다. 

그래도 더 놀래는 쪽은 낯선 라이더 입니다. 그사람들은 오히려 태연합니다.

오늘은 아주머니를 운 좋게 멀리서 발견하고 돌아섰는데, 아 글쎄 이분이 일보다 일어서서

저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언듯 돌아보니 엉덩도 추스리지 않고 말입니다ㅋㅋ

 

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이나 인분을 먹고 사는 돼지들이 가관입니다.

물웅덩이라도 하나 있을라 치면, 온통 난리판이지요. 어떤 녀석들은 황소만한게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지요.

봄철에 낳은 새끼들이 이제는 제법 자라서 낯선 라이더와 경주를 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우유를 짜기 위해 방목해 놓은 소들은 순하게 오솔길 한켠으로 비켜주는 센스라도 있지만 이놈의 돼지들은

도대체 양보고 뭐고 없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개들도 눈에 띄지만 그다지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이곳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순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워낙 살아 있는 생물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 이들의 유전자 속에 '사람은 무섭다'라는 정보가 각인되어

있지 않은 탓이겠지요.  제가 고용한 운전사는 차안에 파리가 들어와도 절대 죽이지 않더군요. 창을 내려 놓고

손으로 살랑살랑 몰아냅니다.

 

하긴 짐승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순한거 같습니다.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다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빈민촌에서 만나는 사람들 눈이 참 선하게 생겼습니다. 이방인에게

적대적인 표정을 보이지도 않고, 또 특별한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라이더"(아마 취미로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저 혼자일 것이 분명하므로 단수를 사용합니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가시나무 가지들입니다.  처음 뭣모르고 라이딩 하다가 순식간에 6-7군데

평크난 적이 있지요. 사막에서 자라는 가시나무 때문이지요. 죽정이가 떨어져 있거나, 사람들이 땔감으로 잘라낸

가지들이 길에 널부러져 있지요. 라이딩 하다가도 나무가지가 보이면 어떻게 해서는 피하고, 정 급한 경우에는

점프라도 해서 뛰어 넘어야 합니다.  타고 넘다간 거의 어김없이 펑크를 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사람똥, 소똥, 돼지똥, 개똥을 밟지 절대 가시나무 안됩니다.

 

워낙 지형이 단순하다 보니 라이딩하는 재미도 밋밋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언덕이나 바위가 있으면 일부러

넘기도 하고 점프 연습도 하지요. 오늘 오후 대들보처럼 길게 솟아난 바위를 타고 넘는데 '카앙' 체인링 긁히는

소리가 나더군요. 톱니 하나가 1/3가량 부러졌더군요. 다른 하나는 팁이 약간 깨진 정도이고.   

서울에 있을 때 12만원이나 달라기에 교환을 포기하고 1,2번 링만 교체 했는데, 오늘 드디어 일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3번 링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네요. 객지생활 하면서 유일한 낙이 자전거 타는 일이었는데..

제대로 된 자전거 샾 하나 없어서 혹여 부품 하나 고장날까봐 애지중지 하면 탓는데.....

 

집에 돌아와선샤워하면서  비누칠을 두세번 합니다.  그래도 몸에서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정겨운 우리나라 산이 그리워 집니다.



........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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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그 쪽 정경이 그려지는 글입니다.
    외국에 나가면 나라 생각을 더 한다는데
    건강하게 계시다 돌아오세요^^
  • 구름선비님께

    선비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 글을 한참 읽다 보니 정말 자전거를 타시기엔 척박한 환경이로군요.

    정말 고국의 산천이 꽤나 그리우시겠습니다.

    늘 접하며 사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 좋은 건 알지만

    사무치도록 좋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하며 살기 마련이지요.

     

    모쪼록 건강하게 지내시다 가급적이면 빨리 돌아오십시오.^^

  • 靑竹님께

    청죽님과 나란히 글 올린지가 꽤 되었지요?

    가을과 더불어 집나갔던 활바 회원님들이 한분 두분 돌아오셨으면 합니다.

    ...........찜찜한 기분에 오늘아침 일어나자 마자 자전거 타이어을 보니 이번에는 뒷타야가 당했더군요.

    무사히 마친줄 알았는데...이제는 펑크 때우는일이 코푸는 일보담 쉬워요.-===333==3=3333333333333

  • 그 먼곳에서, 이리 글을 쓰시고

    한국사정을 알수있다는 것이...

    참,, 좋은 세상입니다.

  • 산아지랑이님께

    아지랑이님 안녕하시죠?

    인터넷 탓입니다.

    최진실 유골 사건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회수되기는 하였지만...........또 뭐가 궁급하세요?

    90년대 초반 혼자 미국쪽에 산 적이 있는데,, 고국에 돌아온 뒤 3년이 걸리더군요. 세상 물정 알기까지.

    손으로 일일이 편지쓰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누라 답장 받고, 아이들 소식 듣는 재미로 살았는데.......

  • 스리랑카가 행복지수 1위라고 했던 기사를 읽은적이 있는데

    정말 행복은 경제하고 무관한 것 같습니다 ~~~~^^

  • 쌀집잔차님께

    쌀집잔차님 반갑습니다.

    제 아이디는 벅벙한 식당이름인데, 그나마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여 마치 불교신도 닉처럼 되었습니다. 

  • 탑돌이님 안녕하세요?

    어데로 가셨나 했더니 스리랑카에 가게시는군요.

    외로움이 묻어나는 글 입니다.

    그래도 순수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것이

    얼마간의 위로가 될줄로 믿습니다.

    오히려 내나라보다 나보다 도 나은 ? 사람들 틈에끼어

    사는것은  각박하고 행복이 반감되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언제 고국에 오시는지 모르지만 질병에 조심하시고

    즐거운 자전거 생활 하세요.

    전 작년말에 32년 직장생활 은퇴하고

    읍내에 조그만 잔차샵을 열었습니다.

    평소 낮익고 자주접하는 아이디 여서

    처음으로 댓글로 인사드립니다.

     

  • 하늘기둥님 반갑습니다.

    스리랑카는 아니고 인도 입니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이라고들 하지요.

    두 나라가 나온 지도를 좀 처다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왜그러는지.

    은퇴소식, 자전거 식구들의 대부역할, 며느리 두신거,,,기억합니다.

    샵을 내셨군요. 금산 좋은 곳이지요. 대전 통영 고속도로가 나고 그 길을 이용하여 고향을 오갈대면 꼭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렀었습니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되는데 대통고속도로를 타곤했습니다.

    풍경도 좋고,, 지금도 아이들이 휴게소 하면 인삼랜드를 떠올린답니다.

    제 2의 출발 성공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타지생활에 어느정도 적응하신듯 보입니다..

    몸건강히 잘 계시다가 오세요...^^*

  • 몸건강히 라이딩 하시길 다시 오시면 아마 그곳이 그리울껍니다 ^^
  •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는 요즘이다 보니 형님께 쪽지로 안부 조차 여쭙지 못한 점

    널리 이해 해주십시유...^^

    타국에서의 생활이란게 여러모로 불편한게 많을듯 한데요  건강에 특히 유의 하시길 빕니다...

    그래도 좋은게 이렇게 왈바를 통해서 안부를 알 수가 잇어서 무척이나 다행이고 감사 합니다...형님...^^

  • 탑돌이는 형님과 함께했던 먹벙 장소를 잘못 알려주신 식당이름이구요 그 식당 이름은 탐모리입니다.

    그날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아무튼 좋은 세상입니다. 이렇게 자주 글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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