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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을 유지한다는 것

구름선비2009.10.11 11:40조회 수 95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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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동네에서 동네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바로 길 건너입니다.

동네에 작은 단지 아파트가 세 군데가 있는데
세 군데를 다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집에,
두 번째는 내 집을 세를 주고 다른 곳에 전세로
이번에는 내 집을 팔고 새 집을 사서 이사를 한 것이지요.

이번 이사는 참 어려웠습니다.
매도자의 집에 '일'이 있어서였습니다.

8년의 나이 차이가 나 부부였는데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풍비박산 상태었고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어쓰고, 다른 곳에서 빌어 쓴 돈 때문에
가압류가 되어서 지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 위자료 조로 아내가 받아가는 그런 형국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집 아내가 남편의 위임장을 받아 계약은 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남편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요.

처음 계약을 하러 가던 날도
그 집 아내의 요청으로 집 값이 500만원이 증가하였습니다.

 

중도금을 달라고 해서
그 조건으로 가압류를 풀어 달라고 하였는데
그 것도 해결되지 않아 지연되는 등
이사를 가기로 한 25일 동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으로 보냈습니다.



얼마나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처음 집을 살피러 갔을 때 저는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마누라가 가 보니 집안을 치우지 않아서 '돼지우리'같았다고 합니다.
젊은 아이가 하나 있어서 대충 보고 나와서 계약에 이르게 되었는데
부동산에서도 적절한 설명이 없었고
나중에 수리를 위하여 방문해 보니
문마다 발로 찬 것인지, 주먹으로 친 것인지
전부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방문 하나는 가로로 갈라져서 너덜너덜하는 정도였습니다.



그 날 그 집에 가서 알게 된 것인데
그 집 아내가 문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런대로 알려진 시인이더군요.

 

여하튼 부동산에 위 사실을 알리고
방문을 교체하는 비용에서 서로 상의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잔금을 치르는 날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단호한 어조로 반대를 하더군요.
싸울 생각은 없어서 그 간에 계약과정에서 불편하였다는 말을 하였는데
자기의 상황에 격앙이 되어서 반 울음 상태로 화를 내더군요.

서로 더 바닥을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잔금을 치루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나서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치자 시가 몇 편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시를 쓴지 꽤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의 내용 중에는 배신, 원망, 증오, 애증, 인생의 덧없음 등이
흥건히 배어 있었습니다.

시를 몇 편 읽어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 여자가 자기의 애간장이 끊기는 아픈 경험을 시로 표현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극한 상황에 처하고
그 극한 상황을 경험해 보면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 잠자는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서 본 시어의 오묘함과
자기의 사정을 드러내며 울부짖던 여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라니~~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이 있는데
경제적인 것이나, 정서적인 것이나
족한 것이 있어야 '우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악다구니와 오묘한 詩語,

그 두 가지가 머리속을 어지럽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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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alte mann und das meer----Nicole Flieg (by 십자수) 한강이 보일때까지... (by blue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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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제가 시나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중학교 2학년 때...국어 담당이었던 담임선생님 영향이 컸습니다.

    제가 책읽기를 좋아한 이유도 있겠지만.....자란 환경이 선생님과 비슷하다 하여 특히 예뻐해 주셨습니다.

    외팔이셨었는데.....한국전쟁시 비행기 기총사격에 팔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어린 나이였었는데.....

     

    하루는....국어시간에...한 시를 낭송하셨는데.....

    어린 나이에도 그 시어의 절절함이 사무치어....눈물이 났었습니다.....

    그 시는..바로..선생님이 팔을 잃고 절망의 시기를 겪던 젊은 날의 방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후 5년이 지난 후...모 대학 국문학과에 지원하고 예비소집을 갔었는데.....

    헉!!! 면접하시는 교수님이 바로...그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를 보시자마자..담박에 저의 이름을 기억해 내시고는...성적부터 확인하시는.....

    하지만...전...예전과 달리(???) 많이 떨어진 성적 때문에 창피해서 도망가다시피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선생님은 다음날 면접에 꼭 오라는 말씀을 하셨지만....복수지망이었던 타학교에 상경대로 면접을 봤지요....

     

    선생님이 낭독하신 시어 중....'산에서 내려오는 횃불...운운' 등의 시어는 울부짖듯 가슴이 아려서....

    당시의 선생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존경했었는데.....

     

    그 매도자였던 부인은...아마.....시의 세계와 악다구니의 삶에서 아직 방황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 문학은 어떻게 보면 자기 살 파먹기 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문학이 우아해야 하는가? 또는 우리들의 삶이 또는 인생이 우아해야만 바른 길인가?

    과연 그럴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아하지 않다고 추한건 아니기에.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사정이 있는 것이겠고 제 3자가 뭐라고 할 순 없을것 같습니다.

    단지 3자로써 보기에 드는 감정이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자기 살 파먹기 식의 문학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 맞바람님께

    우아하게 사는 것도 좋죠.

    하지만 문학이라면 자기 성찰의 빈곤, 철학 빈곤의 우아함보다 차라리 제 살을 파먹을지언정

    진정성이 있는 쪽이 낫겠죠. 

     

    거짓말이 난무하고 그 거짓이 드러나도 뻔뻔하게 둘러대는 세상이 역겹네요.

    제 눈에는 고매하고 우아한 듯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면이 정말 추악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우아함과 천박함의 경계를 제게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비님 말씀은 온당하고 옳으십니다.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선비님 글에 대한 반론은 아니랍니다.

  • 몸은 진흙탕에 있고 시정잡배와 어울릴지 라도 넋은 긍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본질이 교활하여 원래 삿된 것이고 사람의 품성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약 20년 전에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황석영의 르포 소설을 읽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 당사자가 구케의원이 되기도 했지요.  저는 아직 한국이 이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살아온 환경이 불우했더라도 사람을 거래 품목으로 생각한 인간을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구름선비/님 풀민/님 글 유의해서 읽습니다.  그 아파트 매도자이신 여성은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 예전에 가정에

    경제가 깨지니  정서도 역시  무너졌습니다

    남들앞에서는   웃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였지만    집에서는  거의 실신 상태 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 전주인은  남편까지 바람을 피웠으니

    자존심까지 무너졌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혼돈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악다구니만   남았을거라고 생각되는군요  ~    안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정서적으로 힘들었을때   이성적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겠는데

    실천은 안되었습니다  

  • 배가 고파야 좋은 글이 나온다 나요.

    한이 맻혀야 좋은 소리가 나온다나요...

  •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동안 맘고생 심했겠네요
  • 구름선비글쓴이
    2009.10.13 01:00 댓글추천 0비추천 0

    풀민님,
    지금도 작가로서 손색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아마 전공을 하셨다면 더 좋은 글을 볼 수 있었을 텐데요.

    맞바람님,
    작가들이 작품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느냐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 분은 자기의 경험에서 그런 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명상로님,
    그 상황이 그 분을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그 분의 글이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은 높이 사 주고 싶습니다.

    줌마님,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안됐구요.

    산아지랑이님,
    글을 보면 고건축 등에 관심이 많으신가봅니다.
    악다구니와 시어의 부조화는 이해하기 좀 힘들었습니다.

    스탐님,
    필부필부(匹夫匹婦)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우아한 사람도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 어려서는 표면적인 현상을 믿었습니다.

    나이 좀 들어서는 이면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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