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개봉된,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아마 소설이 먼져 쓰여 졌고, 다음에 영화화 되었을 것이나,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위인이다 보니 건너 뛰어 영화부터 알게 되었다.
영화 마져 어디서 감상하였는지 기억이 없다.
영화관? 고속버스안?
그러나 한가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의문 하나는
왜 '낙타가 따로 울지 않는가'라는 어찌 보면 선문답 같은 의문이였다.
그 의문이 얼마전 이곳 인도에 와서 풀렸다.
낙타야 이전에도 보았고, 직접 타보기도 하였지만
이제야 깨닳음을 얻었다는 얘기다.
한적한 시골에서 우연히 낙타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기에 자세히 살펴 보았다.
내가 다가가자 놈은 하늘을 처다 보며 되새김질을 하다가 흠칫 놀란 듯 내게 눈길을 준다.
그러고는 이내 무관심 하다는 듯 다시 거만하게 머리를 치켜 들고 되새김질이다.
입술은 축 처져 있고, 손가락 만한 누런 이빨이 듬성듬성 나 있건만
신기하게도 위 아래 치아가 잘 들어 맞는다.
녀석도 못보던 사람의 출현에 신경이 쓰이는 지,
잠시 새김질을 멈추고 기다란 고개를 떨구며 지긋하게 내게 눈질을 주곤 한다.
먼저 눈을 들여다 보았다.
아! 세상에 이보다 더 순수하고 착하게 보이는 눈은 없다.
슬퍼 보이면서도 슬픔을 초월한 듯하고
겁먹은 듯 하면서도 오만하기까지 하다.
'''그 렁 그 렁"' 금방 흘러 내릴 듯한 저 눈물,
눈물이라기 보다는 눈에 고여 있는 체액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분명 녀석이 낯선 사내를 앞에 두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아닐테니까.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하는 저 눈물
녀석의 두 눈은 그렇게 한가득 고여 있었다.
보는 이의 관점이지 싶었다.
보는 이의 심리상태일 수도 있겠다.
저 낙타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거만하게 비웃고 있는지,
회상하고 있는지,
아니면 목말라 하고 있는지,
녀석의 두 눈은 그렇게 오만가지 감정을 다 담고 있었다.
물론 사막을 오가며 건조한 기후와 모래바람을 견디기 위해
눈물주머니가 발달하였겠지만
이를 해석하는 사람들의 방식은 자유롭다.
녀석의 속마음을 읽는데는 실패하였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낙타는 자존심이 강하고 품위 있는 짐승이라는 사실이다.
녀석은 길을 가다가 지형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즐겨 봤던, '신밧드의 모험' 만화 대사는 틀렸다.
탐욕스런 상인이 종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낙타 귓밥보다 천한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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