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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한 마리

구름선비2010.06.11 08:04조회 수 90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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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사는 곳에서 직장까지 한 열 정거장,
거리로는 6Km정도가 됩니다.

짧은 거리이니 자동차를 끌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버스를 타는 거지요.

2002년식인 차가 아직도 5만키로 정도를 탔으니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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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자주 다니는 동네가 아니라서 어떤 시간에 타느냐에 따라
앉아서 다닐 수도 있고 설 수도 있는데 서는 확률은 대략 십분의 일이 됩니다.

오늘은 타는 사람이 많아서 서서 오게 되었는데
운전석 맞은편 출구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맨 앞 좌석에서 세 번째, 출입문이 열리면서 들어가는 곳이라
자리가 약간 통로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버스에 탄 다른 사람들처럼 밖을 내다보며 오는데
출입문이 들어가는 곳 유리안 쪽,
그곳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나비가 앉아 있는 곳을 자세히 보니
녹이 슬고 페인트가 벗겨 진 상태로 지저분합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니 청소를 하기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시골지역을 오가는 버스니 그 종착점에서 탔는지
어디에서 탔는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미동도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잠시 잊고 밖을 내다보며 MP3음악에만 열중하고 있다가
다시 그 속을 보니 나비의 방향이 바뀌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진행방향 앞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뒤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녀석이 어떻게 들어왔든
나가는 방법을 모르거나 밤을 안전한 곳에서 보내고
미쳐 빠져나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후,

차가 덜컹거리는데 나비가 좌우로 흔들리더니
이번에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습니다.

이미 탈진했는지도 모르며
죽지못해 땅(?)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버스를 내릴 즈음,
다시 속을 보니 조금씩 움직입니다.

이녀석이 정신을 차리거나 힘을 되찾아서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기를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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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연세가 점점 더 드시면서 감수성이 한층 예민해지시는 것 같습니다.ㅎㅎ

    미물일지라도 선비님처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이처럼 어지러울 리가 없겠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에 어찌 지내십니까?

  • 靑竹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6.12 09:29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점점 포기할 것이 많아 지네요.
    자전거도 심하게(?)는 타지 않고 그저 운동이 되었겠다 싶으면
    중단하고 멀리나 험하게는 타지 않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못타는 환경(예를 들어서 날씨나 시간)에도 불만이 없어졌고요.

    청죽님이 자주 오셔야 게시판이 환해지는데
    요즘 그렇지 못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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