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하고 몇 개 안되는 거실의 화분을 봅니다.
좋은 화분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 물을 주고 쳐다보는 것들입니다.
우리집에 온 화초는 거의가 죽어나가기를 거듭하다가
지금 이사온 집에서는 그게 덜해젔습니다.
아마 적게나마 햇빛이 비치는 집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작년 봄에는 무화과가 일찍 싹이 돋더니 열매가 맺혔다가
그 기상을 지켜내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열매를지켜 보리라는 생각으로 화분 하나 하나를 쳐다봅니다.
한 열흘 전 물꽂이 해 놓았던 천사의 나팔이 제법 잎사귀를 키웠습니다.
너무 연약한 듯 싶어 햇빛이 비치는 창가로 내놓으려는데
눈을 끈 색깔이 있습니다.
진한 녹색의 알로카시아 잎이 햇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보입니다.
우수가 지났다더니 봄 햇빛이 꽤 여물어졌고 반투명한 색깔로 알로카시아 잎을 간지럽히네요.
카메라를 꺼내서 이걸 찍어보겠다고 거실 바닥에 엎드립니다.
발코니쪽이 지저분하고,
거실 바닥도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그게 대수는 아니라는 생각!!
역광촬영이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을 희생해야만되는 거라서
투명한 병의 뿌리를 살릴려면 난이 있는 화분은 꺼멓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 장에 두 느낌을 다 담을 수는 없는 것,
잠시 수고를 해야 할 판이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습니다.
봄의 햇빛이 예쁘게 내려 앉았으니 그걸 보고 즐기기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냥 편하게 셔터를 끊습니다.
지난 겨울 그리 춥고 눈이 많이 내리더니
이제 봄이 머잖았나 봅니다.
싼 DSLR은 있는데 좋아하는 꽃사진을 찍을 마크로 렌즈가 없습니다.
옛날에 쓰던 SLR렌즈를 처분해서 마크로를 하나 살까하는 얄팍한 생각이 스물거립니다.
머잖아 올 봄이지만 나는 오늘 거실에 엎드려 봄 기운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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