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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구피왕국

靑竹2011.09.27 01:28조회 수 186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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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께만 해도 50여 마리로 번성하던 구피 왕국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작년에 막내동생과 막내처남에게 퍼(?)주고 나서 달랑 성어 열두 마리가 남았었는데

무려 5개월 동안이나 도통 번식을 않는 것이었다.

 

'거참, 이것들이 이제 수명도 얼마 안 남았을 텐데 큰일이 났네.'

 

하며 혀만 차고 있었는데....

 

 

 

 

 

 

 그렇게 5월이 되었다.  단식이라도 하듯 잘 먹지 않던, 마누라가 사 온 바뀐 사료를 버리고

수족관에 가서 구피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사료를 샀다. 수족관 사람의 말대로 역시 먹이를 잘 먹었다.

사료를 바꾸고 나서 열흘쯤 지났을 무렵, 드디어 치어가 보인다.

머리털이 곤두서면서 어항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성어들이 잡아먹기 전에 치어들을 건져냈다.

 

'흐흐, 여덟 마리닷! 이제 구피왕국이 멸망할 일은 없닷!'

 

왜 그렇게 신이 나던지.

 

 

 

 

 

 

 그런데 문제는 며칠 뒤였다. 암컷 성어가 여섯 마리였는데 이 녀석들이 날을 잡았는지

밤 열 시부터 세 시간 동안 연달아 치어를 낳는 바람에 잠도 못 자고 새끼를 건졌는데 무려 38마리다.

에효효~ . 보름인가 뒤에 또 열 한 마리. 또 열흘인가 뒤에 열댓 마리. 아고고.

기나긴 장마를 겪으면서 7월이 되자 백 마리를 넘기고 말았다.

 

 

"여보, 새끼 안 낳는다고 걱정이더니 이제 어떻게 감당하시려우?"

 

 

"뭔 걱정여? 낳는대로 거실에 빙 둘러서 어항을 들이는 거지 뭐."

 

 

"그래도 넘치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시려고?"

 

 

"음...그..뭐, 하루에 한 바가지씩 퍼서 매운탕이나 끓여서 먹지 뭐."

 

 

"아이고, 저 냥반 실없는 소리는 호호호."

 

 

아들과 딸아이 친구들 중에 구피를 키울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 싫다고 한단다.

마누라 친구 중에 키우겠다는 사람이 있어 8월에 30여 마리를 기쁘게 분양했다.

치어들이 나오면 조약돌 사이로 계속 숨어 있으면 좋은데 이 녀석들이 세상이 궁금한지

밖으로 나왔다가 성어들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면서

 

'에효효~이제 인구 아니, 어구도 많이 늘었는데 굳이 애써서 건질 필요가 있겠어?'

'자연 생태계에서도 치어들 생존율이 아주 낮다던데 살 놈은 살고

먹히는 놈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하는 좀 야비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했지만 요즘도 치어들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건지려 달려든다.

며칠 전에 치어들을 건지는 동안에 눈앞에서 세 마리가 잡아먹히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화가 나서

하루를 굶긴 적이 있는데, 다음날 사료를 주면서 녀석들을 굶긴 인간적인 잣대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아흔 중반이 되도록 장수하던 분이 자손이 번성해서 한 마을에 모두 모여 사는 이야기를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자손들 숫자가 무려 80여 명이 넘었단다.

너무 많으니 장수 노인장께서는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어려워

동네를 걷다가 꼬맹이를 만나기라도 하면

 

"얘, 너는 뉘 집 아들인고?"

 

하며 묻곤 했단다.

 

열두 마리일 때는 구피들에게 이름까지 붙여 줄 정도였었는데

물 반, 고기 반이니 내가 그 꼴이다.

그렇지만 구피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때론 한 시간이 넘도록 들여다보기도 하니까.

 

 

 

"한 자짜리 어항을 두 자짜리로 늘려야 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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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구피 오렌지색 무늬가 너무 이쁘네요.

    마지막 사진 속에 북적거리는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

  • 아~항~ 좋습니다. 물고기 키우는 재미도 좋고 글도 좋고....^.,^b

  • 부지런해야만 할수 있다는 그 물세계를 하고 계시네요...

    청죽님 답게 어항 수질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청죽님이 부지런 하지는 않으셨던거 같은데.....

    ===================3333333333333333333

  • 하하하...

     

    물고기를 안키울 땐 몰랐는데.. 물고기.. 비록 뭐 돈으로 치면 제일 저렴한 금붕어이지만..

     

    그래도 37 * 31 짜리 어항에 나름데로 여과기도 저면 2개 측면 1개 달아주고.. 집에서 뻘짓한다고 욕도 바가지로 얻어 먹고..ㅠㅠ...

     

    그래도 또 뭐 이것 저것 그것 사게 되네요...

     

    이마트 라는 넘들도 참.. 머리가 좋나봅니다.. 무료분양 해논거 얻어왔더니.. 배보다 배꼽이.. 몇십배나 됩디나..ㅠㅠ...

     

    나중에 알고 보니 300-500원 하는 녀석 몇마리 얻어오고 바가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비싼 사료 사오고..

    암튼.. 동물...... 아니.. 물고기 은근히.. 아니 노골적으로 손이 많이 가더군요..ㅠㅠ...

     

    그래도 가끔 애교 인지 교태인지 밥달라고 달려드는거 보면 마냥 즐겁기도 합니다.

     

    구피도 같이 키워 보고 싶긴한데.. 현재의 금붕어가 약 4-5센체 내외라 작은 구피들과 어울리지 못할거 같아서 엄두를 못내겠더라고요..

    풍선몰리 나 진주린 역시 생긴게 다르면 기존의 녀석들이 쫓아다니며 귀찮게 할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학교다닐때 키우던 오리지날 금붕어 4마리가 서식중입니다.

    흠....... 얼마전 시장통에 갔더니 한뼘(15센치??)이나 되는 커다란 금붕어가 있더군요.. 우리아그들도 저만큼 크는걸까...흠...

    빨리 크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어항크기가 31*37이다 보니 ㅎㅎ... 뭐.. 그전에 돈많이 벌어서 이사<?> 시켜 주리라는 욕심??도 있지만

    혹시라도 어항 확장을 못하면.. 흠...

     

    아무튼 집안에  인간이 아닌 비인간<?>외계<?> 생명체를 들여놓고 바라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끔 그것때문에 울고 웃고.. 꾸지람도 듣고... 그래도 결국엔 항상 웃지요..^^..

     

  • 혹시 어항뚜껑 자작 하는 법 아시나요?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564250729&frm3=V2

     

    요기 보니 아크릴판으로다 만들었던데.. 뭐.. 원체 손재주가 없다보니 어찌할 바를 몰겠습니다.

    구매후기에 나오는 어항 모서리에 끼우는 저 물건이나 아무튼 딱히 맞는 크기도 모르겠고..ㅠㅠ..

     

    아무튼 혹시라도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 소스 좀 뿌려 주세요 ^^

     

    (지금은 그냥 다이소 가서 아크릴핀 두개 붙여서 덮을까 생각중임다.. 간판집에 가니 아크릴 자르는데 바가지가 좀 심해서..ㅠㅠ

    암튼 저면 여과기 튀는 물방울이.. 생각보다 아주~ 마이 부담스럽군요..ㅠㅠ.. 해결책 고심중임다..ㅠㅠ.. 괜히 저면 2개나 추가했나..ㅠㅠ)

  • 결국 이삿짐 옮긴후에 물잡이가 안되서 그제부터해서..  기존 측면 여과기를 물리치고

     

    저면여과 2대 어항뚜껑 아크릴로 맞추고..(흐미... 뚜껑 맞추는데 이렇게 힘든가요..ㅠㅠ..어쨌거나 아크릴 3티짜리로 맞췄더니 튼튼합니다)

     

    저면여과 깐김에 바탁에 솜도 두툼하게 새로깔고.. 자갈도 다이소가서 3봉지 깔고... 흠...

     

    저의 이런 정성을 금붕어들이 알아줄까요..흠.... 첨엔 밥을 안먹더니.. 이제 조금씩 자시네요..

    금붕어도 나름데로 환경변화에 민감한 물고기인가봐요

  • 저놈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깔은 좀 다른 것을 일곱마리 얻어와서 키운데 지금은 두 배로 되었는데요?

     

    온도도 안맞춰줘도 되고 수돗물을 줘도 괜찮던데 같은 종잔가는 모르겠습니다. 뻘구리 쭉쭉합니다만...

  • 재밌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구피를 키웠었는데

    관심이 없다보니 ....   구피도  고생이고

    키우는 저도 고생이고 ..........       

    구피들이   저절로   세상을 뜨기에     애도만 표시하고   어항이고 뭐고  다 없앴습니다

    지금은

    생명 갖고 있는것은 키우고 싶지 않아서   집에 화초 하나 없습니다  ^^

  • 저희집 구피 딱 두마리 남았어요 ㅠㅠ

    모든 생명은 관심을 가져주면 번창하고 방치하면 시드는군요.

    고삼 둘째 딸이 공부는 못하면서 스트레스만 엄청 받는데 관심부족인지 관심과잉인지 분별이 안돼서 시험 며칠남겨두지 않고도 계속 고민중입니다.

    시험 얼마 안남았으니 일찍 들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독서실 핑게대고 더 늦게 들어오네요

    성적은 안오르는데..

  • kdblaw님께

    딸아이 마음은 아빠보다  더 답답할겁니다 ...

     

    야단 치면은 애가 더 스트레스 받고

    그냥 놔두자니   부모가 속터져 죽겠고 ... 

     

    애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해 주세요 ......    

    공부하라고 애들 야단쳐 보았더니  ....  아이가   공부를 더 안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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