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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바이크의 역마살 투어 2 - 충남 아산 영인산편

onbike2003.09.02 09:19조회 수 395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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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바이크의 역마살 투어 2 - 충남 아산 영인산편 

 

혹시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 39번 국도를 타고 아산시 쪽으로 여행해보신 분이라면 잘 생기고 수려한 산 봉오리 꼭대기에 촛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조형물이 산과 전혀 조화를 못이루고 볼썽 사납게 세워져있는 광경을 목격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수천년을 그 자리에서 평화롭게 머물러오던 산의 정수리에 누군가가 흉기를 찔러 박아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전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그 잔인한 광경에 몸서리를 쳤고 꼭 저기에 올라가서 도대체 누가 무슨 명분으로 저런 무지막지한 짓을 해놓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지고 다져왔던 터였습니다. 그 불쌍한 산이 바로 충남 아산시 염치읍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영인산입니다.

2001년 3월 19일 화창하지만 황사와 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날 늦은 아침에 온바이크는 상당히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영인산의 상처를 보듬으러 길을 떠났습니다.

 

 

 

 


전체 소개

약 2킬로 정도의 아스팔트 구간을 지나 영인산 휴양림 입구에 도착, 거기에서 임도+싱글 구간을 따라 영인산 정상을 밟은 다음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휴양림 뒤편에서 아스팔트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총 10 - 10.5킬로미터 가량의 코스입니다(개념도상에서 보면 1-2-3-4-5-4-3-6-7-8-9-수암사). 전체적으로는 초보수준의 구간이 대부분이면서 중간중간 중상급 정도의 기량이 필요한 구간들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접근하기

아산만 방조제를 지나 39번 아산방면 국도를 타고 약 10킬로미터 정도 오면 영인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면 영인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2킬로 남았다는 큰 안내 표지판을 만납니다. 여기가 1번 지점입니다.

역마살 투어 2 - 충남 아산 영인산

 

 

나무 없는 휴양림

1번에서 2번 매표소 까지는 2킬로에 달하는 아스팔트 업힐입니다. 초보자도 약간 낑낑대기만 하면 올라갈 수 있는 쉬운 길입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여느 휴양림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시설과 조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종합 안내소를 지나 영인산 정상방향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속 이동하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차량통제 불가를 알리는 바리케이드를 만납니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3번 지점까지 이동합니다. 3번 지점은 고개마루로서 정상에서 내려와 6-7번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3번 지점으로 올라서는 순간 저는 영인산의 또다른 상처를 봐야 했습니다. 매표소에 들어설 때부터 어쩐지 휴양림 치곤 너무 황량하고 나무가 없다 했더니 산불로 인해 능선 너머로 산의 3분의 2가 온통 초토화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휴양림 반대편 비탈면이 정상부근에서부터 7번 봉우리 지점까지 모두다 불에 타서 시뻘건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었습니다. 비탈면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불에 그을린 채 벌목되어 마치 시체 안치소의 송장들처럼 줄지어 누워있습니다. 세차게 부는 모래바람이 황량함을 더해줍니다. 직진하면 임도 내리막 구간이 시작되고 표지판에는 우회전해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영인산 정상과 연화봉에, 좌회전해서 능선을 따라가면 삼투봉과 수암사로 통한다고 써있습니다. 우선 우회전해서 정상을 향합니다. 초반 100여미터 남짓한 업힐은 가파른 경사의 미끄러운 모래흙길인 관계로 마지막 3분의 1은 끌고 올라갑니다. 능선을 타고 조금 더 진행하면 군사시설 같아보이는 콘크리트 가건물 세 개가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는 지점을 지나서 헬기 착륙장을 지나게 되고, 곧 3번 지점에서 갈라졌던 임도와 만납니다. 계속 직진하면 한 100미터 정도 가파르고 노면도 많이 거친 힘든 업힐구간을 만나고 그 구간을 지나면 드디어 연화봉에 도달합니다. 여기가 바로 만행의 장소입니다. 원래 널찍한 너럭바위로 된 천혜의 자연 전망대가 있었을 법한 곳에 정확하게 모서리를 맞춘 화강석 계단과 제단이 만들어져있고 그 한가운데 포크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조형물 두 개가 서 있습니다. 뒤 벽면에는 '겨레의 시련과 영광의 탑'인가 뭔가 거창한 글씨로 써 놓고 엄청 근엄하고 장중한 문장으로 쓴 누군가의 발문을 새겨놓았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누가 무슨 돈으로 세웠는지 알만하고, 그네들의 정신상태가 또한 알만 합니다. 이렇게 영인산은 정수리 부근에 거대한 포크가 박히고 온 몸둥아리에 시뻘건 화상을 입은채 모진 황사바람에 신음하고 서있었습니다.

 

 

 


 

 

생명의 길

탑을 오른쪽에 두고 서면 왼쪽편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있습니다. 초입의 나무계단을 차고 오르면 이제 나무들로 뒤덮인 영인산의 원래 모습이었을 자태를 지닌 싱글길이 펼쳐집니다. 정상까지 한 500여미터 남짓한 길에는 너럭바위와 콘크리트 계단 등등, 라이더의 간장을 바짝 졸아들게 만드는 구간들이 자꾸 나타납니다. 고수라면 타고 갈 수 있고 초보라면 내려서 끌면 됩니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318미터 영인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도 화마의 흔적은 곳곳에 보입니다. 2번 지점에서 3번 지점까지 1킬로, 3번에서 4번을 거쳐 정상 5번 지점까지는 1.5+0.5 = 2.0킬로미터입니다(아, 네, 첨으로 달고간 속도계가 빛을 발하고 있군요). 정상에서 간단한 식사,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아 3번 지점까지 신나게 내려갑니다. 급격한 경사구간도 간간이 나오지만 문제될 것 없습니다. 특히 3번 지점에서 끙끙대며 끌고 올라왔던 구간은 이제 뒷바퀴를 요리조리 끌면서 비명을 지르고 내려올 수 있는 환상의 구간이 됩니다. 3번 지점에서 6번 봉우리를 향해 다시 패달질을 합니다. 이 부근의 능선들은 산불로 인해 발가벗긴 상태라서 능선상의 모든 싱글트레일들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첫 업힐구간이 힘듭니다. 50미터 정도를 끌고 오릅니다. 평지를 만납니다. 다시 다운힐 구간을 만납니다. 내려서 끌어야 하는 오르막 구간이 약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유순한 능선입니다. 산봉우리 전체가 민둥인채 그 능선위로 난 싱글트레일을 먼지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달리는 기분.... 잔차를 타고 화성탐험에 나선 기분이었습니다.

 

 

 


 

 

6번 봉우리에 올라서면 초록색 초소를 하나 만납니다. 창문도 달렸고 마치 이동식 간이화장실 같이 생겼는데 사람 하나가 몸을 누일 만 한 아담한 크기입니다. 옆을 지나면서 무심코 안을 들여다 봤더니 어떤 남자가 봄햇살을 온몸에 받은 채 자고있습니다. 온바이크 만큼이나 팔자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길을 재촉합니다. 6번에서 7번 봉우리까지는 이를 악다물면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아주 당찬 오르막 구간입니다. 3번에서 7번 까지의 길이는 1킬로. 7번 봉우리에 올라서면 그제서야 상처 입기 전 영인산의 본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발아래 굽어보이는 전망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화마가 미치지 못했고 따라서 자연 그대로의 온갖 만물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싱글 다운힐이 시작됩니다. 7번 봉우리 바로 다음에서 뒤꼭지가 빠지는 듯이 섬찟한 다운힐이 시작됩니다. 아 짜릿합니다. 거기를 지나고나면 적당한 경사에 꼬불꼬불한 길이 라이더를 빨아들이듯이 펼쳐집니다. 괴성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8번 지점에 도달합니다. 7번 봉우리에서 1.1킬로 지점입니다. 길이 두갈래로 갈립니다. 왼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500미터 가량의 싱글 다운힐 후에 1-2번 구간을 잇는 아스팔트로 이어집니다. 그보다는 직진하여 9번 지점을 향해 가는게 더 길고 재미있습니다. 8-9번 구간도 구절양장의 환상구간입니다. 브레이킹 타이밍을 잠시라도 놓치면 바로 트레일을 이탈해야 합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9번 구간에 도달하면 약간 넓은 길과 만나는 삼거리입니다. 오른쪽으로 가지않고 왼쪽으로 약 100미터 정도 가면 다시 산길로 올라가는 싱글이 나옵니다. 거기를 올라가면 약 700미터 정도의 싱글트레일이 덤으로 펼쳐집니다. 어금니 바위라고 알려진 기암괴석구간도 지나고 철탑을 지나서 신나게 내려오면 수암사라는 자그만 절의 일주문 옆 공터로 내려서게 됩니다. 길을 따라 마을을 가로지르면 39번 국도를 만납니다. 8번 지점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약 1.1킬로미터.

 

 

 


 

 

엄청난 상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한 나머지 부분으로 역마살낀 온바이크의 마지막 여정을 달래준 영인산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영인산 산불은 벌써 3년 전의 일이랍니다. 3년이란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저정도라면 얼마나 더 긴 세월이 흘러야 영인산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까요? 라이더 여러분 봄철에 특히 산불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영인산 산불은 다 저 정수리에 꼽힌 무지막지한 포크 때문일거라는 샤마니즘적 생각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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