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전거로 산을 타는 일은 선수들만 하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맨몸으로 오르기 힘든 산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까
하고 생각했지요.
차츰 자전거에 조금씩 알게 되면서 수많은 분들이 하나의 스포츠로써
산악 자전거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휴학을 하고 우연찮은 기회에 지방으로 내려와 혼자 지낼 일이 생기면서
자전거를 한대 구입하게 되었고 구입하는 김에 조금 돈을 들여
생활전차보다 약간 나은 유사 MTB를 구입했습니다.
실제로 산을 탈 생각은 없었지요. 그러나 그래도 유사 MTB라고
동네 앞산 중턱까지 전차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24단으로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힘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처음에 꽤나 올라가서
경치도 맛보았지요.
다만 역시 산행은 올라갈때보다 내려올때가 위험하다는 말처럼
처음에 타고 내려오다가 느낀점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였습니다.
조금 타다가 전차를 안전하게 손으로 끌고 내려왔습니다. ^^;;
그런데 그 맛이란게 참 묘하더군요.
왠지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것 같은 느낌~~
그래서 헬멧과 운동에 적합한 의복을 주문하고 오늘 도착했습니다.
이럴 맘이 없었는데 이래저래 달고 보니 전차값만큼 총알이 깨질 듯합니다.
오늘 주문한 상품들이 도착하여 뿌듯한 마음에
헬멧과 장갑을 차고 (무지 잘한일)
나시티와 샌들을 신고 (엄청 후회한일)
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름없는 앞산이라고 만만히 본게 화근이었을까요.
처음에는 마냥 오르다가 점점 길이 자갈밭으로 변하고 길이 매우
좁아지더니 울창한 정글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올라가면서 한 생각이 정상에 가자는 생각과 올라가는 길이
의외로 험해서 내려오기가 더 힘들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보통 산은 다른 길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길을 통해 내려갈 생각이
었습니다. 한 40분정도 탔을까. 그다음부터는 도저히 자전거로
올라갈 길이 아니었습니다. 전에도 내려오다가 길을 헤매서
전차를 1시간가량 들고 내려온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차를
들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평지에서의 속도나 장거리 상의 장점들도 있겠지만
산악자전거가 가벼워하는 이유. 이거더군요.
타고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고 가기 위해서!!!
또 1시간 가량 끌기도 하고 들기도 하면서 올라가면서
'이미 이 길로 또 내려가기는 어렵다. 정상밖에 없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나이의 똥고집이랄까.
시간은 어느덧 7시
5시에 오르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2시간이 지났더군요.
이미 몸은 녹초가 되었고 길은 점점 험해졌습니다.
솔직히 도저히 온길로는 못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거의 길이 없는 풀밭을 전차로 헤치며 걸어왔기때문에
뱀도 무섭고 벌도 무섭고 가시도 무서웠습니다.
이름없는 앞산은 그래도 위대한 자연
나는 하염없이 나약한 인간.
길이 아예 사라지고 풀밭만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길의 흔적이 있기에 희망을 품고 달리기 시작.
날이 점점 어두워졌기 때문에 폰카로 찍을 여념도 없이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산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아까부터 내려가는 길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어느 시점에서 정상을 찍고 내려온 듯 합니다.
계속, 계속 헉헉 되며 평소같으면 절대 가지 않을
길이 아닌 곳을 헤치며 빠른 걸음을 유지했습니다.
도중에는 키가 넘어가는 갈대같은 풀이 계속 나올때는
정말 이거 이대로 산에 갇히는거 아니가 하는 불안감마저 들더군요.
이때는 뱀도, 벌도, 가시있는 나무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직 이 산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오로지 자전거로
앞세우면 걷는데만 집중했습니다.
자전거가 짐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풀을 헤치는데는 일등공신.
자전거로 밀어넣고 그 뒤로 따라붙어 결국 산에서
내려오는 성공했습니다.
차소리와 시멘트 길이 어찌나 반갑던지.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내려온 곳은 전혀 엉뚱한 곳. 아마 우리나라 특성상
산으로 이어진 길을 경우해서 나와서 조금 다른 곳으로
나온것이었습니다.
이미 길은 어둑어둑해지고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전차를 몰고 가던 중 그 험하던 산에서도 견디어주던 전차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일이 발생.
정말 난감하기 했지만 일단은 산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그 길로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실로 그 길이 또 멀더군요. ㄷ자 형태로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2시간은 또 걸은 것 같습니다. 에고 힘들어
점점 피곤해지고 주의는 이미 칠흙같은 어둠으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온몸은 풀에 긁힌 자극으로 따갑기도 했지만 피곤해서 그래도
별로 느낌이 없었습니다.
결국 밤늦게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온몸이 무슨 고양이떼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이리저리 상처투성이더군요.
그래도 딱지가 져서 목욕할때 안아픈것은 다행입니다.
깨달은 점이 있다면 비록 이름없는 앞산일지라도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실은 풀왕산이라고 이름붙일까 합니다 어찌나 풀이 많은지 ㅋㅋ)
그리고 역시 산을 탈때는 준비 철저히, 자만, 오기 금물이라는 점이더군요.
아무튼 등산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는데 자전거로 오른 등산은(실은
40분타고 4시간이상은 들거나 끌고 다녔지만) 색달랐습니다.
여러분, 특히 저처럼 초보 여러분도 혹 이름없는 앞산일지라도
방심하지 마시고 미리 철저히 준비하시길.
아니면 산속에서 밤지새는 일도 생깁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p.s>이거 펑크났을때는 펑크패치로 때우면 되나요. 근처에 자전거포
찾기가 쉽지 않아서 난감하내요. MTB용 타이어라고 하던데 팁있으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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