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니 통 자전거를 못탔습니다. 어찌 주말만 되면 비가 오는 건지...
여친에게 선물로 자전거 하나 사주고
종종 같이 타고 다닙니다. 그러다보니
산을 타는 시간이 줄고 (여친은 산을 겁냅니다.)
외려 위험한 한강 도로를 그것도 주말 북적이는 시간에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강에서 속력 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 어디있습니까.
여친에게 유산소 운동 시키는 셈치고 설렁설렁 탑니다...
복장은 물론 자유복에 클릿만 끼고서.
하지만 한강에서 속력 내는 친구들이 어찌나 많던지.
위험하게 다니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고 불안합디다.
이번주 주말이었던가.
여친이랑 자전거를 같이 타고 한강에 나갔습니다.
사람 많은 길이기에 멀리는 못가고
행주대교에서 서강대교, 건너서 신촌에서 밥먹고 다시 행주대교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설렁설렁 타다가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는데
한무리의 아저씨들에 나름대로 복장 갖추고 우르르 오시더군요.
그러더니 몰려 왁자지껄 자전거 품평회를 하는 겁니다.
대충 보니까 켄*이나 *렉, 코* 등을 타시는 분들이시던데...
제 자전거와 여친 자전거를 보시더니 한분이 와서 아는 척을 합니다.
참고로 여친 자전거는 데오레급 여성용 자전거 (한양에서 구입)입니다.
그분- (여친 자전거를 보더니)어 산악자전거네
나 - 네에..
그분 - 이거 뭐야 데오레급이잖아 입문용인가봐요
나 - 네 여자친구 입문시키는 중입니다.
그분 - (내 잔차 슬깃 보더니) 이건 생활자전건가?
나 - (흠칫 놀라며) 네? 아닌데요
그분 - 그래, 이건 무슨 급인데?(슬슬 말을 놓습니다.)
나 - (의아해하며)이건 급같은 거 없는 자전거인데요
그분 - 무슨 소리야, 이사람아 산악자전거에는 등급이 있어.
그러시더니 자기 자전거를 끌고 오시는 겁니다.
보니까 트* 8500 04년 식에 FULL XTR이더군요.
유심히 보니 뒷드레일러 세팅도 엉망이고
핸들바도 약간 틀어져있고 기어비도 체인 크로스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겉멋 라이더셨던 거죠.
그분 - 이게 XTR급 자전거야. 산악자전거에서 제일 높은 등급이지.
나 - 아 네 그렇군요..
더군다나 그분은 시마노등급주의자였습니다. 자전거의 가치는 등급과 네임밸류와 XTR에서 나온다고 믿는 분이신 거죠. 허허
그러면서 자기 자전거 자랑을 하시던데..
물론 *렉 8500이 좋은 프레임이고 시마노의 XTR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자기 자전거가 최고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약간 화가 나더라구요.
그분 - (내 자전거를 보시더니) 이건 샥이 뭐지?
나 - 네 락샥 시드라는 샥입니다.
그분 - (놀랐다는 듯이) 어? 시드? 시드라고 안써있는데.
나 - 네 제 입맛에 맞게 새로 도색하고 데칼을 붙였거든요.
그분 - 어 그래. 샥은 좋네. 이거 크랭크는 뭐지?
나 - 네 E-BONES W 라는 건데요. EXTRALITE라는 회사에서 나온거에요.
그분 - 그래.. ? 첨들어보는데. 그거 좋은가?
나 - 네 써보니 참 좋더라구요.
그분 - 근데 크랭크는 좀 비싸도 역시 XTR을 써야해. 보니까. 시마노 XTR이 일체형이라서 가볍고 잘나가거든. 가격이 좀 비싸. 이게 한 30만원 정도 하던가... 내 자전거가 말야. 완성차로 한 250만원 정도에 산거거든. 원랜 더 비싸 어쩌구 저쩌구.....
이쯤되자 저도 슬슬 화가 나더군요.
나 - 저어.. 크랭크 제것도 일체형인데요. 우리나라에 4개밖에 없는 하이엔드 제품입니다. 무게도 xtr보다 훨씬 더 가볍구요. 정밀성도 더 뛰어나요. 자전거도 아저씨 자전거보다 제께 두배 정도 더 비쌀걸요. 그리고 아저씨 자전거 세팅이나 하고 다니세요. 도로만 타지 말고 산에도 좀 다니시구요. 자전거가 울잖아요.
라고 쏘아붙이려다가
그냥 참고 허허 웃으며 왔습니다.
한강에는 왜이리 시마노주의자들이 많은지 원.
자전거의 등급을 매기려는 사람들이 많은지.
자전거라는게 자신이 욕망하는대로 가치를 부여하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지는 걸 인정합니다만
가격을 들이밀어서 제 자전거의 가치를 판가름하려는 시도가 참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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