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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맞나....

eyeinthesky72006.08.03 11:07조회 수 153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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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 전봇대, 파라솔... 자전거 도로 맞아?

[오마이뉴스 2006-08-03 08:49]    


<<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셋째주 외국 사례에 이어 넷째주에는 국내로 눈을 돌려 봅니다.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경북 상주, 서울 송파구를 비롯, 인천, 대전, 안양의 자전거도로를 통해 우리나라 자전거문화의 현주소를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 나들목 부근. 이 곳이 자전거 도로 시작점이란다.  

ⓒ2006 선대식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는 서울, 성남 등 인근 도시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찾아올 만큼 인기가 많다. 얼마 전 한 신문은 의왕 백운저수지에서 한강에 이르는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를 '환상의 자전거 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안양에는 총연장 102.65km의 자전거 도로가 놓여있다. 안양천변 뿐만 아니라 구도심, 신도시지역에서도 자전거 도로를 쉽게 볼 수 있다. 안양천변 뿐만 아니라 신도시인 평촌 지역도 주말이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언론의 조명을 받는 쪽은 항상 안양천변 아니면 신도시 지역이다. 문득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구도심 지역 자전거도로가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로 이어졌다.

생각난 김에 구도심 지역 자전거도로를 직접 달려보기로 했다. 경로는 안양시 북쪽 석수동에서 안양시 중간 지점인 안양 1번가(안양역 근처)까지 2.8km쯤 되는 거리였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자전거 타기

  

▲ 불량한 노면 상태  

ⓒ2006 선대식
일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1시 자전거 타기에 나섰다.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 나들목 부근. 이곳이 자전거 도로 시작점이란다. 하지만 자전거 표지판은 없다. 바닥에 깔린 붉은 우레탄만이 이곳이 자전거 도로임을 짐작케 했다. 20m쯤 가서야 발견한 바닥에 그려진 희미한 자전거 도로 표시.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자전거 도로 한가운데에 전봇대가 서 있어 자전거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출발한 지 1분. 50m도 채 못 가는 동안 6개의 전봇대, 가로등이 도로를 가로막아 자전거는 어쩔 수 없이 인도를 침범해야 했다. 사람들과 부딪힐 위험 때문에 브레이크를 자주 잡았다. 좁은 인도에 무리하게 설치한 자전거 도로의 구조 때문이다.

전봇대와 사람을 피하면 이젠 턱 높이가 자전거의 질주를 막아선다. 2cm 이상의 턱 높이 앞에선 자전거에서 내리는 것이 안전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 만에 하나 턱 높이를 무시한 채 질주하면 그 충격이 그대로 엉덩이로 전해진다. 입에서 '악!'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손이 얼얼해 핸들을 놓친 게 여러 번. 신속히 브레이크를 누른 나의 운동신경이 아니었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 순간에 '자전거도 보험에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 사람이 감속하지 않고 턱을 넘다 벽에 부딪히거나 가로수로 돌진하기도 했다. 턱 높이는 자전거 속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만약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 바쁘다고 턱 높이를 무시한 채 자전거를 타면 큰 화를 당하리라.

자전거 도로? 장애물 도로!

출발한 지 10분, 거리로는 250m를 달려 안양 중앙로로 접어들었다. 자전거 도로는 중앙로를 따라 안양1번가까지 계속 이어진다.



▲ 불법 주차 차량 등 자전거 통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무척 많다.  

ⓒ2006 선대식

여러 장애물을 넘으면 이제 '노면 상태 불량'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만난다. 석수 주유소 앞 자전거 도로에는 콘크리트가 부서져 있었다. 산악자전거가 그리운 순간이다. 여기만 이러겠거니 위안한다. 그것도 잠시. 곳곳이 팬 자전거 도로는 안양1번가에 도착하기까지 빈번하게 눈에 띄었다. 차도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출발 15분째.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서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대형 음식점과 공장 앞 자전거도로에 많은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들은 자전거 도로가 주차장인양 자전거 도로에 맞춰 '반듯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 심지어 매점 파라솔까지...  

ⓒ2006 선대식
중앙로 석수전화국과 안양대교 사거리 사이 400m 구간에 들어서면 자전거 타기가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가리지 않고 주차를 해놓은 차량들. 편의점 앞 파라솔과 의자. 그리고 상점 앞 각종 상품들.

인도와 자전거 도로의 구분은 없어져 버렸다. 사람들 틈새로 자전거 도로가 지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차도로 뛰어들 수밖에. 이쯤 되면 자전거 도로가 '장애물 도로'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 했다.

갑자기 사라진 자전거 도로

오후 1시 반. 30분이 걸려 안양1번가 인근에 다다랐다. 이곳에 이르자 자전거 도로는 갑자기 사라진다. 어떠한 표지판도 없다. 인도에는 사람이 분주하게 지나가고 도로는 자동차로 가득 차 있다. 갈 길 잃은 내 자전거. 나보고 어쩌라고?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 지점에서 20m 떨어진 육교 밑에 자전거 보관소를 발견했다. 약 20대를 보관할 수 있는 육교 밑 자전거 보관소.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이럴까? 하지만 난 자전거를 그곳에 세우는 데 큰 결단이 필요했다.

버려진 듯한 자전거 두 대가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쓰레기 봉지가 쌓여 있었다. 비 막는 지붕은 차라리 사치였다. 자기의 애마(자전거)를 그곳에 보관하고 싶은 사람을 결코 없으리라.

자전거 보관소는 관리 상태뿐만 아니라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아 더욱 문제다. 자전거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자전거 보관소. 정작 자전거 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보관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라이더들은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수밖에.



▲ 안양 중심가에 들어서자 갑자기 자전거 도로가 사라져버렸다. 어쩌라고...(왼쪽) 버려진 듯한 자전거들과 쓰레기들이 있는 자전거 보관소(오른쪽)  

ⓒ2006 선대식

'자출'이 불가능한 구도심 자전거 도로

휴일 석수동에서 안양1번가까지 자전거로 2.8km를 달리는 데 30분이 걸렸다. 출퇴근, 등하교 등 분주한 시간대에는 그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게 뻔했다. 전철 10분, 버스 15분에 비하면 자전거는 매우 느린 교통수단인 것이다.

'자전거 타기' 자체가 어려운 안양 구도심 자전거 도로. 도로 상태, 소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자출(자전거로 출퇴근하기)'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 성남 등 인근 도시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안양천변 도로. 그리고 도시만큼이나 깨끗한 신도시 지역의 자전거도로.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구도심이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하는 나에게 자전거 출퇴근은 끔찍하기만 하다. 자전거를 팔든지 내가 이사를 가든지 선택만이 남았다.

관리 소홀과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안양 구도심의 자전거 도로는 말뿐인 자전거 도로다. 구도심 지역 라이더들의 자전거는 오늘도 집에 꽁꽁 묶여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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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선대식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인지,
어쩔 수 없는 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해가 않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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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만 왕창 들이고... 저게 뭔짓인지... 쩝. -_-
  • 울 동네 잔차 도로엔 굵다란 전봇대 와이어 하나가 잔차 도로를 가로지른 적이 있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까딱 잘못하다간 바로 목이 댕강~ 날라가게 되어 제가 해당 부서로 신고를 했더니 그제사 와이어를 제거해 주더군요..
    세금 거둬 저렇게 형식적이고 생각없이 설치할 바엔 그냥 차라리 일반 도로 한 차선을 자전거 전용으로 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맘 놓고 씽씽 달릴 수 있게..
  • 관련 공무원들 직접 자전거 타고 다니라고 해야 할듯 하네요
    그 전에는 모를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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