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독일월드컵 축구대회에 지네딘 지단이 있었다면, 2006 유에스오픈테니스대회에는 앤드리 애거시가 있었다. 둘 모두 이들 대회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한 채 출전했다. 그래서 팬들은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조금이라도 늘려서 봤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모범 선수’ 지단은 결승진출로 최대의 팬 서비스를 했지만, 박치기 사건으로 불행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반면 ‘풍운아’ 애거시는 3회전에서 일찍 탈락했지만, 열렬한 기립박수 속에서 화려한 퇴장을 했다.
애거시(36·세계 39위)는 4일(한국시각) 유에스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189억원) 남자단식 3회전에서 독일 베냐민 베커(112위)에게 1대3으로 지면서 21년 테니스 인생을 마감했다. 특히 4세트에서는 5-4로 앞서고 있다가 역전패한 터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전날 내린 비로 경기가 하루 순연된 것이 그나마 그의 조기 퇴장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었다.
애거시는 패한 뒤 코트인생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듯,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렸고 매진 관중 2만여명은 모두 일어나 4분간 박수로 제2 인생을 축하했다. 애거시는 이에 코트로 걸어나와 관중석 4면을 향해 ‘전매특허’인 양손을 이용한 키스를 뿌려댔다. 그는 장내 마이크를 잡고 “코트의 스코어보드는 내가 졌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지난 21년간 내가 얻었던 것을 다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했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불세출의 스타였던 보리스 베이커,피트 샘프라스..등...
한명...한명...시간의 흐름속에서 은퇴를 했고,
그렇게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군요.
35살의 에거시가 노장으로써의 투혼을 보여줬던 모습도 이젠 다시 보기가 어렵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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