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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 샐러드

靑竹2007.07.19 14:17조회 수 2053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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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한 분과 자주 라이딩하는데
이 갑장님이 눈이 어찌나 좋은지
달리는 와중에도 먹거리를 귀신같이 발견하고는
"잠꽌~!!"을 남발하며 급제동하게 만들곤 하는데
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숨도 고를 겸해서
그 소리가 반가울 때가 훨씬 더 많았다.ㅎ~

산딸기며 버찌며 앵두, 오디 등등을
그 덕분에 올 봄부터 지금까지 무던히도 따먹었다.
둘이서 산길을 쏘다니며 그것들을 따먹는 꼬라지가
동면 기간 동안 필요한 에너지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부지런히 야생 열매를
따먹으며 알래스카 계곡을 하루 종일 누비는
회색곰 새깽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흐흐

어쨌거나 요즘 가장 많이 먹었던 게 산딸기다.
예전의 지독했던 흡연 습관은 체내의 비타민의 파괴를 가져와
신 맛이 나는 음식에 대해 거부 반응이 상당히 심해서
조금이라도 신 맛이 나는 음식은 아예 먹을 엄두를 못 냈었는데
금연한지 일 년 반을 넘긴 요즘엔 신통하게도 신 걸 잘 먹는다.
엊그제 신 걸 좋아하는 마누라가 사 온 자두를 주기에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는데 너무 시다며 몸서리를 치던
마누라가 우적우적 그 신 자두를 씹고 있는 날 신기하게
바라보았을 정도니 말이다.
조금은 떫지만 단맛이 강한 산딸기는
신맛도 꽤 강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먹기 좋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 군락지를 발견하면
둘이서 자전거를 내던지고 허겁지겁 따먹기 시작하는데
항상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탈이 나는 법이다.
열심히 산딸기를 따먹던 동갑내기 곰새깽...아니
갑장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퉤~!!!"

"엉? 왜 그러십니까?"

"큰 걸 하나 따 먹었더니 노린재가 붙었었나 봐요..퉤퉤.."

"그걸 왜 뱉어요?"

"엥? 이 냄새나는 노린재를 그럼?"

"곰새깽이덜 보니 연어도 잡아먹고 하던디
그간 우리는 돌아댕기며 너무 채식만 했잖수..
양약은 쓰나 몸에는 좋다고 했으니..참고 삼키시구래..ㅋㅋㅋ"

"하기사 복분자를 먹으면 요강을 깬다는 낭설을 믿고
열심히 먹었지만 갑장이나 나나 비실비실한 건 여전하니
노린재를 곁들여 먹으면 좀 나아질라나요? 푸핫핫 "

그래도 둘 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자란 세대라
먹을 수 있는 풀 몇 가지 정도는 꼴에 구별할 줄 알아서
허겁지겁 풀잎을 한 웅큼 쥐어뜯어 씹으며
노린재의 지독한 맛을 가셔내곤 했는데...
나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올여름 세 번 정도 노린재를 씹었다. 퉤~
아주 농익어 단맛이 기막히게 밴 열매의 경우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면 노린재란 놈이
다리를 한껏 벌려서 부둥켜 안은 자세로
달콤한 과즙을 먹는 게 보이는데
그게 뒷편에 붙어 있어 자칫 발견하지 못할 경우
이른바 '노린재샐러드'를 먹게 되는데
먹어도먹어도 감질나게 양이 차지 않는 날파리보다는
건데기가 제법 굵직한 노린재가 당길 법도 하지만
그 오묘한 향이 그다지 추천할 만한 게 못 되니
감질나기는 해도 고소한 날파리의 손을 들어 주고 싶다.
(날파리가 뭔 손이 있다구..)

여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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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 날파리 손 있어요. 자세히 보세요. 앞의 두손을 싹싹~ 빌듯이 비비곤 하잖아요.
    비비다가 머리도 한 번 쫘악~ 훑어주고.... ^.^
    음.... 그건 걍 파린가요? ㅡ,.ㅡ
    저 사는 곳의 자전거도로 옆으로 블랙베리가 참 많아요.
    블랙베리 가끔 따 먹는데.... 그럼 저도 동물성 머시기를 씹어 삼켰을 확률이... ?? ㅜ.ㅠ
  • 靑竹글쓴이
    2007.7.19 14:27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ㅎ olive 님. 옛 어르신들께서 모르고 먹는 벌레는 약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노린재 같은 향만 아니라면 뭐...ㅋㅋㅋ
    별고 없으시죠?
  • 아닌게..아니라...일전 의정부 마실 참 청죽님과..산책로 다니는데....
    느닷없이 멈춰 서더니먼....길가에 숨어 뵈지도 않던 산딸기인지..복분자인지...암튼...
    한움큼 따다설라믄... 모기눈깔 만큼 나눠주던데...
    시큼떨덥한 것이..퇘퇘...뭔맛인지....

    서울 도심지에 태어나...보고 자란 것이 자동차 물결이요..회색빛 건물인지라...
    그것이 열매인지 뿌리인지도 모르고..주는대로 넙쭉넙쭉 먹었는데...
    반은 뱉어 냈다는....

    근데....거기에 노린재 샐러드까지....
    우웩~~~ 퇫퇫!!!
    (몬도가도가 따로 없다닝께)
  • 근데..사진에서...큭큭..콧수염 뵌다..... =33=333=333333
  • 靑竹글쓴이
    2007.7.19 14:33 댓글추천 0비추천 0
    복숭아도 못 드시는 풀민님이시니...더 말쌈하야 무에 하리요...푸헬헬..
  • 글을 읽으니....
    참 좋습니다.

    청죽님이 역시 청량제를 뿌려야....

    * *
    아~~

    다른분의 글도 좋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7.7.19 14:51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뽀스님
    갑장이시라구 후한 점수를 주시는 거죠? ㅎㅎㅎ
  • 이쯤에서... 청죽 님의 글이 올라왔으면 하고 바랬었는데,
    바램이 이루어졌네요.
    덕분에 답답한 가슴을 어느 정도는 식힐 수 있었습니다. ^^
  • 역시..저는 녹색글이 채질인가 봅니다..왠만해선 댓글 잘 안다는대...^^
    늘 녹색글에는 호감이 갑니다~~
  • 청죽님 봐도 봐도 멋지십니다. 저는 그런 살딸기를 먹어본 기억이 한번인가 있어요...
    무슨 맛인지 모르겠드라구여...담에 같이 달릴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청죽님 오랜만입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청죽님의 글은 항상 정감이 있어좋습니다...애독자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 애독자 하나 더 추가요~~~~~~~~~~~~~!!!
  • 靑竹글쓴이
    2007.7.19 16:04 댓글추천 0비추천 0
    khim님/ 45RPM님/ 선인님/ KANGHO1001님/ caymanlee님/ sshyun8님
    모두 감사합니다.^^ 새해 복....(에구..) 더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인터넷의 속성을 잘 압니다.
    날을 잔뜩 세우고 서로 죽일 듯
    잡아먹을 듯 아웅다웅 다투지만
    실제 만나면 친구처럼 되더군요.

    아주 조그만 생각의 차이가
    쓰잘데기 없이 증폭되는 게
    인터넷의 못된 속성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가
    아닌 경우 다 부질없는 싸움이 될 경우가 많더군요.

    제가 매일 넷상에서 주절거리는 말이 있습니다.
    '조국을 사랑하고 이 땅의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뭐 실제 그렇게 하긴 힘들지만
    일단 자세를 그렇게 갖추려 노력합니다.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 앉는 순간
    우리는 이미 BIKETOPIAN 입니다.
  • 청죽님이 오시니 역시.... 활력이 돕니다...
  • 靑竹글쓴이
    2007.7.19 16:10 댓글추천 0비추천 0
    인자요산님 반갑습니다. 강릉은 잘 지키고 계시지요?
    올핸 제발 강릉에 큰 비가 돌아서 갔으면 좋겠습니다.
  • 으웩... 입니다...

    덩치는 글자그대로 산만 한데...

    벌레는 왜그리 무서운지....ㅠㅠ
  • 감사합니다 청죽님....
  • 사진을 보니 군생활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사진 잘봤습니다~
  • 갑장끼리라도...
    아웅다웅 말아야지요...^^*

    저기 밑에 산아지랑이님은 오타났다고,
    동부지청에 고발한다고...
    흑~
  • 아이구~!!! 이거이 월매만유.....청죽님.....^^
    그동안 근황이 무척이나 궁금 혔었는디유...이제사 한시름 놓습니다요..
    청죽님 본래의 모습으로 회귀 하셔서 너무도 반갑고 즐겁기만 합니다.

    노린제의 분비물은 산성(aid)....즉, 신맛이 나죠.
    뭐...산딸기의 신맛과 함께 드셨으니 그 맛이 그맛이셨을 터....>.<:::ㅎ

    담 부턴
    알카리성인(쓴맛) 무당벌레를 샐러드로 드심이.....=========333=33========33=====
    오랜만에 퍼런글체를 보니
    무엇 보다도 반가움이 앞섭니다요...
    글 감사히 잘 읽어 봤습니다.
    늘...건강 하세요...^^

    그나저나
    왈바에서 또...않보이시는 울 짜수님이 걱정 되어서....
    전화는 정지상태이고....쪽지로도 접선이 않되니 ...별 일 없이 잘 지내는건지...

  • 靑竹글쓴이
    2007.7.19 21:20 댓글추천 0비추천 0
    벽새개안님과 닮은 분 제 주위에 하나 있습니다..ㅋㅋㅋ
    체구는 남산인데 쥐를 상당히 무서워하더군요..푸헬헬..

    mainwalk님 안녕하세요?

    뽀스님께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동부지청에서 거의 100% 연락이 가리라 봅니다.
    갑장끼리라면 좀 기댈 데가 있어 보이지만
    원래 노인(우히히) 양반들 삐지시면 백약이 무효 아니것습니까?
    텨....=3=333=33333333333
    끽...잠깐..??

    수카이님~!!!!!!!!!!!!!!!!!!!
    왜 굴 속에서 칩거하는디
    연기를 피우시고 그러세욧!!!
    콜록!!!!!
    눈부셔서 죽것슈...

    =3=333333==33333333333
    (산지렁이님 땜시 퇴끼는 것임)



  • 어릴적에 노린재가 뭔지도 모르고 만지작 거렸다가 그 냄새로 종일 속이 울렁 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과연 맛은 어떨런지 궁금하군요.
  • 靑竹글쓴이
    2007.7.19 22:09 댓글추천 0비추천 0
    csaramis님.
    제가 아직 멀쩡한 걸 보니
    치명적인 맛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정히 궁금하시면 서너 마리 잡아서 올릴까요?ㅎㅎㅎ
  • 절필하신줄 알았습니다.
    요즘 자게 글들을 보면서 착잡했는데,
    청죽님 컴백으로 돌연 활기가 도네요
    오래오래 재미있게 잔차 탑시다.
  • 모르고 먹으면 약이랍니다.........................
    올리브님도 모르고 드세요 ^^;;
  • 이런 글을 써야지

    뭐 고소한다.
    해라.

    에이 골치야~~

    버찌, 오디....
    올해는 몇 번 못 따먹고 지냈군요.
  • 제가 이곳 글들을 자주 안 읽어봐서...
    외람되지만, 글쓰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으시네요^^
    소설가 분위기가 납니다^^
    정말 구수하게 잘쓰시네요^^
    푸근한 느낌이 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여름이 가네요. 원고료 한푼 못드리는 처지라 졸라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글좀 자주 올려주세욧! ^__^
  • 노린재 어떻게 생긴넘인지 전 잘 몰라서...

    시골서 자랐지만 풀 꽃 그런거하고는 안친해서 ㅎㅎ

    딸기는 맛있게 보이네요~ 산딸기는 저도 많이 먹어보았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노린재는 속칭 방구벌레라고 하는 놈입니다. 사진 한번 딱 보면 감이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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